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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699 - 레몬 얻으러 갔다가 만난 뉴질랜드 독거노인

by 프라우지니 2017.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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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히파라는 뉴질랜드 북섬의 최북단답게 날씨도 온화한 편입니다.

그래서 열대과일도 잘 자라죠.

 

레몬, 아보카도, 바나나, 구아바노 등도 이 동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과일입니다.

 

요새 레몬껍질을 넣은 스콘은 너무 자주 구웠더니만, 전에 얻었던 레몬이 다 떨어진지라..

 

레몬이 필요하고.. 동네를 다니면서 레몬나무 있는 집을 눈여겨봤습니다.

 

 

 

해변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민박집.

 

이 집의 마당에 레몬 나무 아래에 떨어진 레몬을 며칠 지켜봤었습니다.

나무아래 떨어진 레몬은 버릴 텐데 하는 마음으로 이집을 지날 때마다 안타까웠죠.^^;

 

어느 날 이곳을 지나는데, 평소에는 안 보이는 이집의 할배가 마당을 쓸고 계시는지라 밑져야 본전이다 싶어서 할배께 살짝 여쭤봤습니다.

 

“할아버지, 저기 나무 아래에 떨어진 레몬 몇 개만 주어가도 될까요?”

“아니 왜 떨어진 레몬을 주어가? 들어와서 나무에서 따 가지고 가!”

“네? 정말 그래도 돼요?”

“그럼, 나는 레몬 쓸데도 없어. 이왕이면 큰 걸로 따가지고 가.”

 

그러시더니 집안으로 들어가신 할배는 비닐봉투까지 들고 오십니다.

 

“많이 따서 여기에 담아 가지고 가!”

 

 

 

 

 

할아버지가 챙겨주신 비닐에 레몬을 담아서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뉴질랜드의 인심이 이렇습니다.

 

달라는 개수의 2배를 주시기도 하고,

떨어진 거 주어간다고 하면 나무에서 따 가라고 비닐봉투까지 내어주시고..^^

 

 

 

 

레몬도 이왕이면 큰 걸로 골라 따 가라고 옆에서 할아버지가 보시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는 걸 땄더니만, 얼마나 큰지 제 손바닥을 하나 가득 채웁니다.

 

 

 

 

제가 할아버지 네서 따온 레몬 5개입니다.

제일 작은 레몬도 사실 보통 레몬보다는 큰 사이즈입니다.

 

레몬을 얻었으니 남편에게 자랑하러 가야하는 거죠.

홀리데이파크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가서 자랑을 했습니다.

 

“남편, 이것 봐!”

 

동네 한 바퀴 돌면서 동네 시장(먹을 거?)조사를 다니던 마눌이 또 뭔가를 얻어왔나부다..

하는 반응으로 저를 쳐다보며 한마디 합니다.

 

“또 어디 가서 뭐 달라고 했어?”

“무슨 소리, 떨어진 거 몇 개 주어가도 되냐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나무에서 따라가고 해서 따왔어. 완전 크지.”

“이번에도 스콘 갖다 줬어? 아님 돈 줬어?”

“아니, 이번에는 떨어진 거 얻을 목적이었고, 산책 가는 길이라 아무것도 안 가지고 갔었거든.

나중에 스콘 새로 구우면 몇 개 갖다 드리려고..”

 

 

 

 

 

새로 얻은 레몬은 남편의 눈도장을 찍은 후에 얼른 해체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얼른 말려서 스콘을 구워야 하니 말이죠.^^

 

그래서 스콘을 구워서 할아버지를 갖다 드렸냐구요?

 

물론이지요.^^

감사의 인사는 해야 하니 말이죠.

 

이틀 후 새로 구운 스콘을 들고 할아버지를 다시 찾아갔었습니다.

 

선물을 들고 간지라 당당하게 게이트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할아버지가 대답을 하시길레,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할아버지의 방안은 지저분해 보였고, 냄새도 조금 났습니다.

남자 혼자 사는 집에서 나는 냄새도 나는걸 봐서는 혼자 사시는 듯 했죠.

 

구운 스콘을 내밀면서 한 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이거 할아버지가 주신 레몬으로 만든 스콘이예요.

 레몬 주신 거 감사해서 구워왔어요.”

“뭘 이런 걸 구워왔어.”

“할아버지네 레몬을 넣어서 구웠어요.^^”

“고마워, 잘 먹을게!”

 

할아버지는 제가 드린 레몬스콘을 아주 소중하게 받아 드셨습니다.

 

집안 할아버지의 살림살이를 봐서는 제대로 음식을 해 드시지도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당에서 봤을 때는 정정하신 분이신줄 알았는데,

집안에서 움직이시는 것을 보니 많이 불편 해 보였습니다.

 

제가 드린 스콘이 할아버지 입맛은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간만에 사람의 온정은 느끼셨기를 바라면서 그 곳을 돌아서 나왔습니다.

 

오며가며 마당을 쓸고 계시면 인사라도 드리려고 했는데..

그날 이후 다시는 할아버지를 마당에서 다시는 보지는 못했습니다.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와서 “요양보호사” 과정을 배우고 있는 지금은 압니다.

그 할아버지는 누군가의 방문이 그립고, 누군가와의 대화가 그리운 분이셨다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레몬 얻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스콘을 들고 자주 찾아뵈었을 텐데 하는 마음이 지금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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