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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3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00- 꼴불견 배낭여행자의 추태,

by 프라우지니 2017.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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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가끔은 정말로 다른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을 종종 만납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교양도 있고, 가정교육도 받은 사람들이 합니다.

 

요즘은 동양인도 마찬가지지만 학력이 높다고 교양 있고, 남을 배려하는 건 또 아니거든요.

배웠다고 꼴 같지 않게 남을 무시하는 사람은 국적을 막론하고 존재하니 말이죠.

 

 

 

 

우리 차에서 잘 보이는 곳에 독일 배낭여행자 3명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이제 막 마치고 여행을 온 세친구로 보이는 청년들로서,

처음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해서 별로 몰랐는데, 이들의 행동이 하나둘씩 들어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여행자들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내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의 눈길을 받는다는 말은, 남에게 민폐가 되는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니 말이죠.

 

 

 

 

 

홀리데이파크에 있는 주방을 사용한 후에는 다 정리를 하고,

자기 물품도 챙겨서 나오는 것이 정석입니다.

 

하지만 이 독일청년들이 주방을 쓰고 나올 때는 이런 상태입니다.

 

아침시간에 주방을 청소하시는 분이 오시면 이렇게 어질러놓은 것도 깨끗이 치우기는 하지만,

원래 청소를 하시는 분은 개인이 어질러 놓은 그릇을 설거지하러 오시는 건 아니죠.

 

독일청년들이 어질러 놓은 그릇은 설거지해서 제자리에 놓는다고 쳐도 남아있는 뮤슬리나 가루분유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서 청소부아주마가 청소 후에 이 물건을 어떻게 하나 궁금해서 봤었습니다.

 

청소부 아줌마가 오실 시간에는 주방을 비워둬야 하는데,

매번 청소부 아줌마가 오실 때까지 독일청년들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는지라,

이 물건이 그들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분이시거든요.

 

청소부 아줌마는 독일청년들이 어질러 놓은 뮤슬리랑 가루분유를 가차 없이 "FREE" 프리 통에 넣어버리셨습니다.

 

원래 이럴 경우 주방의 구석에 놔두면 잃었던 사람이 다시 찾아가게 되는데, FREE 프리 통에 들어간 건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준다는 의미이니 주인이 찾아가기 전에 누군가가 챙겨가는 거죠.

 

주인이 누군지 아니 FREE통에 있어도 저는 손을 안 댔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처리가 되나 궁금해서 지켜봤죠.

 

우유가루와 뮤슬리는 다른 여행자가 챙겨가는 걸 봤는데,  이상한 건 그 우유가루와 뮤슬리를 주방에 뒀던 독일청년이 그 물건을 찾는걸 보지는 못했습니다.

 

우유가루도 5불은 줘야 살 수 있는 제품인지라, 한 번쯤은 찾았을 텐데..

 

 

 

이야기에 관련이 있는 독일 두청년과  집중못하고 있는 파란색 셔츠의 남편

 

이 세 독일 청년은 참 소란스럽기도 했습니다.

 

하루 종일 홀리데이 파크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밤이면 이곳에서 술을 마시고..

낮 동안은 해변에서 서핑을 배운다고 잠시 비우기는 했지만,

 

그 외 시간은 거의 홀리데이 파크 안에서 지내는지라 항상 시끄러웠죠.

 

남편이 일을 하는 낮 동안은 남편 뒤에서 핑퐁거리면서 탁구를 요란스럽게 치는지라,

남편도 이들이 있는 동안은 웹사이트 만드는 일에 집중하기 많이 힘들어보였습니다.

 

보통 홀리데이 파크는 아침에는 떠나는 사람들로 분주하고,

저녁에는 오는 사람들도 분주하지만 낮 동안은 참 조용한 곳인데,

 

이들이 온 후 부터 하루 종일 분주하고 시끄러운 곳으로 변했습니다.^^;

 

 

 

 

그들의 행실을 보다 못한 로스할매가 한 말씀 하신 날도 있었습니다.

 

“재네 들은 왜 안가고 저렇게 어려사람한테 민폐를 끼치는 거야? 여기가 자기네 집인줄 아나?

그리고 집에 있다고 해도 엄마가 다 해주지는 않지!”

 

모든 사람을 받는 이 청년들이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있습니다.

 

“너희들은 언제 가?”

 

빨리 사라졌음 하는 마음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이런 질문을 했던 거죠.

저도 역시 물어봤었습니다.

 

1주일 머문다고 해서 그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1주일이 지나도 안 가길레 또 물어봤습니다.

 

“너희 원래 1주일 머문다고 하지 않았었어?”

“원래 가려고 했는데, 주말에는 여기서 출발하는 버스가 없어서 이틀 더 기다리기로 했어.”

 

그렇게 그들이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 일이 없을 줄 알았었는데..

그들이 가고 이틀 후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우리부부가 이곳에서 거의 매일 해변에서 조개를 캐오고, 조개요리를 하다 보니 많은 여행자들에게서 “조개”에 대한 질문을 받았었습니다.

 

“이 조개는 어디서 났어?”

 

물어보니 대답을 해야 하는 거죠.

 

“썰물 때 해변에 나가서 모래밭위에서 트위스트를 추면 발 아래서 조개의 감촉이 느껴져.

그때 손으로 주우면 돼!”

 

이렇게 해변에서 조개를 주워온 사람들은 저희부부에게 두 번째 질문을 합니다.

 

“조개에서 모래가 씹히는데 어떻게 해야 해?”

 

그럼 또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거죠.

 

“조개를 캐올 때 바닷물을 같이 가져와야하고 거기에 수저, 포크, 나이프, 동전 같은 것을 넣어두면 조개가 해감을 해.”

 

어느 날부터는 여행자들은 우리에게 물어오지 않았습니다.

 

자기네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지, 조개도 잘 캐오고 해감도 잘해서 요리를 해먹더라구요.

 

 

조개를 한 번에 많이 캐온지라 제가 찍어놨던 사진. 이것이 다 죽은거죠.^^

 

 

독일청년이 떠나고 이틀 후에 주방에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들이 해변에서 캐다가 주방에 놔둔 조개가 썩어서 냄새 온 주방에 진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조개 통이 그 청년들이 놓고 간 것이라는 것은 주인장 샌디에 의해서 밝혀졌습니다.

 

“개네들이 조개 캐려 간다고 플라스틱 통을 찾길레, 내가 이 통을 줬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무식하게 조개를 많이 잡아다 놓은 지 몰랐네.

적당히 먹을 만큼만 퍼오지 이거 뭐하는 짓인지 원, 쯧쯧쯧..”

 

그들이 캐다놓은 조개는 20kg짜리 플라스틱 통에 반이 훨씬 넘는 분량으로, 무게로 따진다면 10kg은 훨씬 넘은 양이였습니다.

 

아무리 조개 캐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해도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거죠.

 

냄새나는 조개를 버리는 과정에서 또 한 번 난리가 났었습니다.

주방에서 사라져가던 수저, 포크, 나이프가 다 조개 통에 들어있었습니다.

 

조개를 해감 시킬 목적으로 다 조개 통에 넣어놨던 것이죠.

 

이때 저는 아무 짓도 안했는데 괜히 얼굴이 빨래졌었습니다.

 

“내가 조개를 해감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모래가 씹히는 조개를 아무도 캐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르쳐준 방법을 좋게, 적당히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내내 기분이 안 좋은 날 이였습니다.

그 많은 조개를 죽인 것이 저 때문인 거 같아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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