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이생각하는 자식들은
일종의 "연금 기능" 이였습니다.
논, 밭까지 팔아서 자식 대학공부 시키는 것이
부모님에게는 보험 이었죠!
나중에 자식이 출세 (혹은 취직) 하면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말이죠.
더 이상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기대지 않는
부모님이라고 해도 자식은 중요한 존재이죠.
자식이 없는 부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굳이 곱지 않다기 보다는
조금은 불쌍하게 보는 경향이 있죠!)
"어쩌냐? 자식도 없는데, 나중에 늙어서
남편이라도 먼저 가면 혼자 외로워서...
나중에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겠구먼!"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식 없는 노후는 삭막하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늙어서 요양원에 산다고 치더라도,
자식이라도 가끔씩 면회를 와주는 것이
우리들이 생각하는.. 뭐 그런
정상적인 "대부분의 사람들"이죠!
우리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의 자제분들도
시시때때로 그들의 부모님을 방문합니다.
치매에 걸린 엄마가 자신을
"흰머리 아줌마"라고 생각하는데도,
일주일에 서너 번 엄마를 찾는 딸도 있고,
매주 일요일 자식 셋을 데리고
엄마를 찾아오는 딸도 있습니다.
(이 날은 요양원 복도를 아이 셋이
뛰어다니고 아주 난리가 난답니다.^^;)
이런 딸도 있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요양원에 직원으로 취직해서
근무하는 날은 부모님이 계신
병동을 맡는 딸도 있습니다.
이런 딸은 한국에서도 찾기 힘든데,
오스트리아에는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제가 봐 온 딸들이 엄마에게 하는 일은
당연한 의무 같은 거 였습니다.
내가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자식의 도리"를
해 주면 감사한 것이고,
요양원을 찾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말이죠!
우리 요양원에 사시는 또 다른 S할매는
아들이 하나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한 번도 찾아오는 걸 보지도 못했습니다.
할매의 자식은 1년에 한 번 할매를 찾아오는데..
그 한번도 한 겨울!
요양원 근처의 스키장으로 스키를 타러
올 때만 들린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자식이 없는 요양원 원생의 경우는
후견인이 자식이 아닌 "(친척이나) 아는 사람"이어서
어르신이 물품이 필요한 경우 연락을 취한 후에
물품을 받게 되는데, 자식이 후견인일
경우는 자식에게 연락을 합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이런 물품이 필요하니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뭐 이런 이멜이나 전화를 해서 물품을 받게 되죠!
S 할매는 한여름에도 겨울 털신을 신고 계시고,
그나마 털신이 약간 작은지 양쪽 발가락 끝이
벌겋게 살이 뭉개지는 현상이 있어서 직원들이
며칠 간의 상태를 본 후에 S할매의 아들에게
이멜을 보냈습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여름 신발이 없어서
여름에도 겨울 털신을 신는데,
털신이 작아서 발끝에 물집같은것이 잡히려 하니
여름 신발을 사서 보내주기를 바란다."
이런 안내 비슷한 이멜을 보냈습니다.
전에도 이멜을 보내서 물품을 받았던 모양인데..
이번에는 이멜을 보낸 지 두 달이 넘어도
할매의 아들에게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S할매는 올 여름을 털신으로 나시지 싶습니다.
어떠세요?
이런 자식은 있어도 없는 자식이죠?
물론 모든 자식들이 이렇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제가 실습하는 요양원에서 "자식"보다
더 나은 존재도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식이 없다고 해서 노후가
절대 외롭지는 않다는 이야기죠!
사실, 자식이 있다고 노후가 평안하고
행복한 것도 아니고 말이죠.
우리 요양원에는 연세가 82살이신
M할매가 계십니다.
지금은 많이 꼬부라지셔서 작아지셨지만,
젊을 때는 170cm이셨다고 하니,
할매 세대에는 완전 "미스 오스트리아"
감이시라고 할 수 있죠.
지금은 이빨이 전혀 없으셔서
"뽀빠이" 같은 합죽이가 되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운 미모를 가지고 계십니다.
이렇게 키 쭉쭉에 미모 또한 받쳐주시는
할매는 평생 독신으로 사셨습니다.
지금은 연세도 있으시고, 정신도 자주 외출하셔서
"귀신"와 대화도 자주 나누시고,
거식증 증세로 먹은 음식을 다 토하시기는
하시지만, 젊을 때도 "귀신"과 대화를 하시지는
않았을텐데도 말이죠.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자식은 당근 없는데,
M할매를 매일 방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너무 더워서 나이 많으신 분들은
"외출 삼가"경보가 떨어졌는데도
항상 같은 시간에 오십니다.
누구냐구요?
M 할매의 동생분이십니다.
2살 어린 (80살) M할매의 여동생 분은
파킨슨병까지 가지고 계셔서 온몸을 많이 떠시고,
말도 조금 떨면서 말씀하시지만,
양손에 목발을 짚고 남편과 함께
매일 언니를 찾아 오십니다.
찾아오셨다고 해서 두 분이 매일
정담을 나누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 찾아와서 두어 시간
언니 옆에서 시간을 보내다 가시고,
M 할매의 남동생분도 1주일에 한 번은
오셨다 가시는걸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세상에는 자식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도 있다는 걸!
이렇게 우애가 좋은 형제, 자매가 있다면
있으나마나한 자식보다는 훨씬 더 좋은 거 같습니다.
세상에는 자식보다 더 나은 형제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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