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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비싼 초대

by 프라우지니 2015.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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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초대”하면 대부분은 “무료로 제공하는” 뭔가가 있죠!

 

초대인데 돈 내고 가는 곳도 있나요?

 

오스트리아에서 제가 만났던 “초대”는 돈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한인 학생회에서 “클래식 연주”을 한다는 초대 글을 인터넷 카페에서 보고 그날 같이 독일어강의를 듣는 러시아 아낙을 데리고 갔었는데..

 

입구에서 제가 들은 이야기는...

“입장료 10유로!”

 

같이 강의를 듣는 학생 중에 조금 교양이 있는 (척) 학생인지라, 같이 가면 좋을 거 같아서 “갈래?” 했었었는데, 그 아낙도 생각 못한 지출을 하게 됐습니다.

 

초대라니 공짜 연주라고 사람까지 데리고 왔는데, 졸지에 10유로를 내야하는 상황인지라..

 

“그럼 애초에 ”초대“가 아닌 ”입장료 10“유로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약간의 항의 아닌 항의 덕에 학생할인요금을 적용 받아서 1인당 7유로에 입장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배운 것이 있죠.

오스트리아에서 받게 되는 “초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공짜”가 아니라는 것을!

 

평소에는 연락을 자주 안하는 소냐엄마가 간만에 제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소냐엄마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은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451

나의 국제결혼 그리고 불편한 진실

 

 

 

소냐엄마가 보내온 문자.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했던 소냐가 음악전문 중학교를 다니는 걸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학교에서 연주를 하는 모양입니다. 

 

소냐가 연주를 하니 오라는 초대인데, 입장료는 1인당 18유로입니다. 아니 음대를 나와서 어디 오케스트리아에 소속된 전문 연주자도 아니고, 아직 병아리 같은 아이들이 학예회 같은 연주를 하는데 입장료가 18유로라니 겁나 비쌉니다.^^;

1시간짜리 연주를 부부가 보려면 32유로나 필요합니다.

 

입장료 18유로는 어떠한 용도로 쓰인다(가령 어디에 기부)는 안내도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아이들 학예회를 입장료 18유로나 받는 건 해도 너무한 거 같습니다.

 

저희가 소냐의 바이올린 연주를 자주 들었던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제가 학교 강의를 들으면서 시험 준비를 해야 했고, 더불어 요양원에서 하루 10시간 일까지 하는 일과인지라, 눈코 뜰 새도 없는데, 무료도 아니고 이렇게 거금을 주고 연주를 보러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더 중요한 사실은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지라 학예회까지 쫓아다니는 건 조금 과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문자를 받았지만 살짝 씹어주시고 몇 달이 지나서 그녀를 다시 거리에서 만났습니다.

 

보자마자 그녀가 하는 말.

“왜 소냐의 연주회에는 안 왔어?”

“내가 요양원에서 10시간 근무하면 지치는지라 갈 여유가 없었어.”

“연주시간 1시간이 내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그녀는 남을 배려하고, 남의 상황을 이해하는 법은 모르는 모양입니다.

자기 기준에서 나의 시간까지 관리하시려고 하는걸 보니 말이죠.

 

직장인으로 일상을 사는 그녀에게는 쉽게 낼 수 있는 한 시간인지 모르지만, 안 되는 외국어로 직업교육 받느라 몸도 지치고 머리도 지친 아낙에게는 이해 못 하는 연주를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서 보느니 그냥 마음 편하게 침대위에 대자로 누워있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시간입니다.

 

아마 그녀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긴 짠돌이 부부에게 32유로나 되는 연주회 입장료는 과하지.“

 

그녀가 이런 생각을 하거나 말거나, 앞으로도 그녀의 초대는 응하지 못할 거 같습니다.

 

입장료 없는 무료 연주라고 해도 만날 때마다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일부러 찾아가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고, 저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하나이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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