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를 처음 시작할 때 우리 반은 “단체사진” 예약일이 주어졌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우리 반 사람들은 단체사진을 찍었죠!
수업하다말고 밖으로 나와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교 건물 내에서는 실내화를 신는 관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실내화를 신고 사진촬영을 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진사는 처음에는 살짝 웃는 얼굴표정의 사진을 찍는다 싶었는데, 우리에게 웃으라는 지시를 한 후에는 사진을 연거푸 열댓장 찍은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우리 반 단체 사진이 우리에게 왔습니다.
한 장당 5유로라는 몸값과 함께!
사진 속에 인물들, 특히 내 옆에 앉은 율리아는 얼굴이 정말로 주먹만 한 아가씨인데, 사진 속에 그녀는 평소의 2배의 얼굴을 하고 있고, 내 얼굴은 평소에도 널대대한데 사진 속에서는 동그란 해같이 보입니다.^^;
다른 아낙들도 마찬가지로 턱이 위로 심하게 들려서 평소 얼굴과는 전혀 다른 2배로 부푼 얼굴들입니다. 생각 해 보니 카메라가 약간 낮게 설치된 것 같기도 했지만, 고객의 얼굴을 뻥튀기처럼 부풀리는 건 능력 있는 사진사의 태도가 아닌디..^^;
사진 속에서는 확인이 조금 힘들지만, 사진속의 아낙들은 다 이중턱 형상입니다.
특히나 큰 얼굴이여서 평소에도 커다란 내 얼굴은 정말 크게 나왔고 말이죠!^^;
일단 5유로 주고 사진을 산후에 그걸 들고 교무실로 내려갔습니다.
우리 반 담임선생님께 여쭤볼 말이 있어서 말이죠.
“선생님, 우리 반 사진 말인데요. 이것 말고 다른 사진 온 것은 없나요? 사진 찍을 때 열댓장 찍었는데, 그중에 몇 장을 우리에게 보내서 우리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선택하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였나요? 이 사진 속에는 다 얼굴들이 평소보다 훨씬 더 크게 나와서 (우리 반 사람들)대부분이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거 같은데요.”
나의 말에 선생님은 그저 “그래요?”하는 반응만 보이셨는데, 선생님 옆에 계시던 “영양학”선생님이 제 말에 동의를 하셨습니다.
“맞아, 제가 담임을 맡고 있는 반에서도 이번에 찍은 사진이 이상하다고 다들 한마디씩 하더라, 왜 그런 사진을 선택했는지 모르겠다고.. 사진사가 자기 맘대로 사진을 선택하는 것이 웃기는 거 같아.”
우리 반 사람들도 대부분 동의한 “평소보다 훨씬 더 커 보이는 이중턱 얼굴” 사진에 대한 불만은 사진사에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남에게 따지는 거, 싫은 소리 하는 거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심하거든요.
제가 반장이였다면 당장에 사진들을 반송하고 “우리가 선택하는 사진”으로 했겠지만, 대부분 소극적이고 얼굴이 2배로 나와도 별 상관없는 얼굴 작은 사람들은 괜찮은 모양입니다.
거금인 5유로를 지불하고 사진 한 장을 사들고 집에 가서는 남편에게 보여주면서 투덜대니 남편이 관심이 없다는 투로 한마디를 했습니다.
“사진을 가지고 있는 (산) 사람한테 사진을 빌려달라고 해서 스캔하는 방법도 있었잖아.”
아하! 그랬다면 5유로는 굳을 수 있었겠네요.
역시나 알뜰한 남편은 마눌보다 더 아이디어가 넘치는 거 같습니다. ㅋㅋㅋ
얼굴 크게 나온 사진을 보면서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있습니다.
앞으로 나와 다른 인종들, 특히 나보다 얼굴이 작은 사람들과 사진을 찍을 때는 되도록 덜 웃어야 할 거 같습니다. 웃는 얼굴에 카메라의 위치까지 낮으면 정말로 이중턱이 도드라져버리고, 실눈에 목도 없는 이상한 얼굴형태의 아낙으로 변신하게 되니 말이죠.
사진속의 인물들이 무사히 긴 여정의 직업교육을 마치는 날까지 함께 나란히 갔음 좋겠습니다.
20명의 인원 중에 사진 속에 없는 1명이 중도에서 포기했고, 사진 속에 있는 아낙 한명도 중간포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18명이 우리 반 전원입니다.
조금 더 좋은 학습태도로, 컨닝없는 시험태도로, 모든 선생님께 “젤 착실한 반”으로 불리면서 남은 학기를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 해 보지만, 그것이 기대에 그칠지 아님 사람들이 조금씩 변화를 하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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