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국에서도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고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2주 이론교육과 2주 실습만 거치면 누구나 딸 수 있는 자격증으로 “사회봉사”라는 측면보다는 “따기 쉽다니 일단 하나 따보지.”뭐 이런 생각에서 저도 따 놓은 자격증입니다. 혹시나 “오스트리아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좋고!” 이런 생각도 있었고 말이죠.
제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영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찾아갔던 복지과(였나?)에서 저보다 먼저 영어로 자격증을 발급받아서 미국(인가?)으로 가신 선배님(?)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단순한 자격증번역이 아닌 “관련 (법적)관계자께”로 시작하는 서류를 복지과 직원의 어깨너머로 살짝 봤었습니다.
그분은 한국에서 받은 그 한달간의 교육과정을 그분이 가신 그곳에서 “인정”받았은지, 그것이 지금은 궁금합니다. 제대로 교육받고 있는 지금은 한국에서 받은 그 교육이 얼마나 말이 안되고 엉터리였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사람은 같은 상황에 처해봐야 그 상황을 이해하게 됩니다.
내가 당해보지 않은 상황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요양보호사들은 음식을 스스로 못 먹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먹여줘야하고, 혼자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저귀(이건 적당한 단어가 아니지만..)를 갈아주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내가 그 일을 하지만.. 내가 주는 것을 받아먹는 느낌은 어떻고, 내가 갈아주는 기저귀가 어떤 느낌이고 기저귀에서 소변을 보는 느낌은 어떤지 전혀 알수가 없다는 이야기죠.
제가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말이죠.
학교 수업중에 상대방에게 아침을 먹여주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우리 반은 2조로 나눠어져서 수업을 하는데, 다른 조에서는 서로를 씻겨주는 일도 했었다고 하고, 면도도 직접 해 주고, 서로 이를 닦아주는 것도 했다고 하는데, 우리 조는 선생님이 느린 것인지 다 건너뛰고 아침 먹여주는 것으로 왔습니다.
서로 아침을 챙겨와서 2인1조로 한명은 눈을 가리고 한명이 먹여주는 연습을 했습니다.
서로 아침을 먹여주는 우리반 사람들
바로 보이는 저 두사람이 컨닝하다 들킨 알렉스와 알레스를 샘한테 눈길로 꼬지른 미리암
아주 잠시지만 내손이 아닌 누군가가 먹여주는 아침이 생각보다는 아주 많이 불편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음식을 먹는 템포도 있고, 방식도 있는데, 눈을 가리고 누군가에게 의존해서 음식을 먹는다는것이 쉬워 보이기는 했지만, 앞을 보지 못해서 누군가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혹시나 나는 생각없이 한 행동이 그 사람에게 불편을 준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말이죠.
우리 요양원에서 앞을 못 보시는 할매가 한분 계십니다. 젊을 때, 직업이 측량기사였다고 써있는 서류를 본지라 제가 언제쯤 눈이 멀게 된 것인지 여쭤보니 환갑때 였다고 하시더라구요.
20년도 넘게 앞을 못 보는 상태에서 요양원에 사시는 분이라 항상 음식을 갖다드릴 때 앞에 어떤 식으로 놓여있는지 설명을 해드리곤 했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눈 먼 할매가 한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하시는 두분의 할매는 이 할매에게 도움을 전혀 안줍니다. 음식 접시에 한쪽으로만 수저가 오니 다른 한쪽으로 음식이 몰려있고, 눈 먼 할매는 볼 수가 없으니 수저에 음식이 더 이상 잡히지 않으니 식사를 다하신 것이라고 생각을 하시고 수저를 놓으셨더라구요.
아직 접시에 음식이 남은지라 제가 수저에 떠서 먹여드렸는데..한 테이블에서 적어도 5년은 넘게 식사를 하시는 사이면서 어떻게 접시에 남은 음식을 보고도 먹여주지는 않는 것인지 오스트리아 인간들의 뇌구조가 너무 신기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함께 식사를 하시는 할매들이 서로 먹여주려고 하시고, 접시에 뭔가 남았다면..
“거기, 접시 왼쪽에 아직도 뭐가 있어~”하시는 정도는 하시는데 말이죠. 가끔씩 너무도 차가운 이곳의 인간사이를 보면서 너무 심해서 주책맞아 보이기까지 하는 한국의 인정이 그립습니다.
이날 아침을 먹여주는 실습이 끝나갈 무렵에 선생님은 우리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셨습니다.
바로 기.저.귀.
물론 성인용이죠! 원하는 사람은 집에서 실제로 기저귀를 차고 반나절 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가능하다면 기저귀에 소변도 보고, 소변이 들어있는 기저귀는 얼마나 무거운지 실제로 느껴보라고!
이것이야 말로 카리타스의 참교육인거 같습니다.
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상황을 직접 체험하면서 그 사람들을 이해하라는 거죠!
망설임없이 챙겨온 기저귀는 평일에는 사용이 불가능한지라 (이걸 차고 일하러 갈수는 없으니..) 주말에 날을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도 알렸죠.
그렇게 마른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것으로는 뭔가 성에 차지 않아서 기저귀에 물을 버려보기로 했습니다. (아시죠? 인체에서 나오는 물.) 참 별걸 다 나열하고 있는 아낙입니다 그려.^^;
맨정신에 화장실에 아닌 곳에 물을 버린다는 것이 생각보다는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화장실에 데려다달라고 사정하시는 어르신께 이런 말 하는 직원이 얼마나 잔인한지 알았습니다.
“기저귀 차고 있으면서 왠 화장실? 그냥 기저귀에 일보면 돼잖아요.
할배 들어 옮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냥 기저귀에 일봐요!”
이런 말하는 직원에게 기저귀를 채워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니가 직접 기저귀에 일봐봐. 그것이 니 말처럼 쉬운지! 그리고 물찬 기저귀에 궁디가 닿는 느낌은 좋은 줄 아냐? 또 기저귀 옆으로 새는 물은 어떻할껀데? 니가 마실래?”
사람은 직접 당해봐야 그 상황을 이해하게됩니다. 이번 경험을 하면서 혹시나 제가 한두번 걸음 옳기기 귀찮아서 본의아니가 다른분께 어려움을 드린적은 없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는 카리타스의 참교육을 받으면서 매일 성장하고 생각하는 아직 어린 나무인거 같습니다.
물론 나이 상으로는 이제는 굽어질 시기에 있는 나무지만 마음만은 지금 성장하고 있는 푸르른 어린 나무랍니다. 직업교육과정에서만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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