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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잘 치룬 첫 시험과 우리반 방송국 그녀

by 프라우지니 2015.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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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에 입학해서 저는 한 과목의 레포트를 제출했고, 한 과목의 실기& 구두시험을 봤습니다.

 

구두시험은 선생님이 일러주신 9개의 질문에 대한 모든 것을 달달 외워야 했습니다.

 

작은 문제라고 한다면 내가 외워야할 것들이 “척추의 기능”, “재활의 종류와 재활에 관련된 직업들”, “노인병 재활”,“나이가 들면서 변해가는 신체의 변화”같은 외워도 암기가 잘 안 되는 인체의 기능에 대한 것이였죠.^^;

 

그래서 약간의 도움을 부모님께 받았습니다.^^

 

 

 

시부모님께 제가 보게 되는 시험에 대한 것을 “한 번 읽어주십사” 한 후에 그걸 MP3에 녹음해서 시험날까지 계속 듣고 다녔습니다. 귀에 익고, 따라 말하면서 입에도 익힐 심산으로 말이죠. 더 중요한것은 대충의 독일어 발음이 아닌 원어민의 발음이구요.^^

 

제 직업교육은 남편뿐 아니라 시부모님의 지원 또한 받고 있는지라 시부모님은 며느리를 위해서 기꺼이 두 분의 목소리를 제 기계에 담아주셨습니다.

 

그렇게 시험날은 됐고, 역시나 저는 혼자 남은 인도 아낙과 짝이 됐습니다.

 

제가 이 아낙에서 젤 무서운 것은 그녀의 “입”입니다.

어찌 그리 입이 싼지 동네방네 말을 옮기는 우리반의 방송국입니다.^^;

 

한번은 학교 식당의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중에 인도아낙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번에 1조에 발표 해야하는거 있잖아.

그거 때문에 메르시 완전 쫄아서 걱정을 태산같이 하더라.”

 

메르시는 인도아낙보다 내가 더 오래 알고 있었고, 인도아낙이랑은 친하지도 않는 메르시의 이야기가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도 웃겼지만, 메르시가 발표를 걱정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전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아서 나중에 따로 메르시에게 주의를 줬습니다.

 

“메르시, 너 인도아낙한테 발표해야 하는 과목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걱정스럽다고 이야기했니?”

“아니, 그 아낙에게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내옆 아낙과 이야기 하는데 그녀가 옆에 있다가 들었어.”

“앞으로는 인도아낙 앞에서는 조금 조심해. 완전 방송국이야.

사람들한테 니가 발표 때문에 완전 쫄아서 걱정을 태산같이 한다고 이야기하더라.”

“내가 자기한테 한 이야기도 아닌데, 왜 그러고 다닌데?”
“모르지. 중요한건 니가 그 이야기를 하기는 했다는거지.  

 앞으로는 특히 그녀 앞에서는 조심해!”

 

이렇게 메르시에게 주의를 준적이 있었는데...

2인 1조로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데, 제가 딱 그 수다장이 방송국 아낙과 짝이 됐습니다.

 

시험의 걱정보다 물어오는 질문에 내가 버벅거리고 대답을 못하면 분명히 나중에 사람들한테 내가 얼마나 버벅대고 말을 못했는지 방송을 해댈거 같아서 걱정스러웠습니다.^^;

 

“지니 나랑 같이 시험보러 들어갔잖아. 강사가 질문하는데 대답도 못하고 얼굴이 벌개져서...완전 웃겼어. 하나도 공부를 안 했는지 대답도 못하는 거 있지!”

 

안 봐도 비디오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다 보니 그녀가 참 껄끄러운 상대입니다.^^;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그녀와 나란히 강사 앞에 앉아서 강사가 내미는 쪽지중에 하나의 번호를 뽑았습니다. 시험 날까지 2주동안 10분이 채 안 되는 시부모님의 목소리 강의를 들은지라 모든 질문의 답은 다 외우고 있는 상태였고, 저는 가볍게 구두시험에 1등급을 받았는데...

 

척추에 기능에 대한 질문을 뽑은 그녀는 대답을 못하고 버벅입니다. 대충이라도 외웠으면 몇마디라도 나올텐데.. 그녀는 아예 척추에 대한 단어를 하나도 내밷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강사가 단어 몇 개를 손에 쥐어주는 형태로 말했고, 거기에 대충 얼버무린 그녀는 2등급! 조금 점수가 후한 강사인지라 못하고 버벅인 모든 사람들에게 다 2등급을 줬다고 하더라구요.

 

구두시험에 이어지는 실습에는 나와 인도아낙 둘다 1등급을 받았습니다.

 

구두시험에는 인도아낙 말고도 2등급을 받은 오스트리아 아낙이 있었지만, 대부분은 1등급을 받은 듯 했고, 방송국 그녀앞에서 외운거 다 말하고 1등급을 받은 나는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최소한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질문에 대답 못하거 버벅댔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안 나올테니 말이죠. 그녀는 2등급을 받아놓고도 밖에 나와서 사람들에게 수다를 떨어댔습니다.

 

“내가 다른 건 다 외웠는데, 그 척추의 기능만 못 외웠거든..

근디. 내가 딱 그 번호를 뽑은 거 있지.히히히히”

 

시험장에 같이 있었던 내가 봤을 때는 그녀는 아예 공부를 안 한듯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손에 쥐어주는 중요한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말해야 하는데도 하나도 말하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참 한심하게까지 보였는데..

 

시험장에서는 버벅이면서 문장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한 그녀는 밖에 나와서 목소리도 우렁차게

 

"선생님이 다른 문제를 냈다면 내가 대답을 제대로 했을텐데, 하필 그 척추여서 내가 대답을 대충 했다니깐..히히히히“

 

그녀가 말한 대로 “대충”한 대답이 아닌 대답하지 못한 상황이였지만, 저는 그냥 입을 다물었습니다.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그녀의 뇌가 머리가 아닌 입에 있다는 걸 알게될테니 말이죠.

(입이 똑똑하다는 이야기여? 지금? 아니면 입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이야기여?)

 

시험에 들어가기 전에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 못한 나를 이야기할까봐 걱정스러웠지만, 시험을 보고난 후에 사람들에게 어떻게 자기 합리화를 시키는지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니 참 재밌는 성격 같다는 생각이 드는 내 짝입니다. (짝이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항상 짝이 되는 그녀^^;)

 

네^^ 저의 카리타스 시험은 1등급으로 시작했습니다.  최소한 3등급은 받아야 낙제를 면하니 1등급은 안되더라도 앞으도 2등급을 목표로 달려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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