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저희부부와 친한 친구가 전화를 해 왔습니다.
“주말에 등산가지 않겠냐고?”
암벽등반이 취미인 이 친구가 저희부부와 함께 오르는 산은 항상 2가지의 길이 있는 산!
등산도 가능하고 암벽타기도 가능한 산!
나른한 주말에 하는 등산은 사실 별로지만 남편이 가자면 따라나서는 것의 마눌의 의무죠!^^
마눌도 좋아하는 친구를 2달만 에 볼 수 있다고 하니, 등산도 하고, 수다도 떨고 나쁘지 않는 일과일거 같습니다. 문제라면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고충이 있지만 말이죠!^^;
잠시 지도 한번 보시고 가실께요~
저희가 오늘 오르게 될 산은 오스트리아 짤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Altaussee 알트아우스세(빨리 읽으면 알타우스세) 옆에 자리잡고 있다는 Loser 로저산입니다.
캄츠캄머굿에는 유명한 호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지역에는 쪼맨한 호수들도 많이 있고, 이런 호수 주변에도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듭니다.
여러분은 오늘 짤츠캄머굿의 알트아우스세를 구경 하실 수 있는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짝짝짝!(신났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저희는 이 산행을 위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나야했습니다.
일어나서 눈꼽만 떼어내고는 아침메뉴를 챙겨서 차에 탔습니다. 차타고 1시간 달린 후에 함께 산행할 친구를 만나서 우리 차에 동승하고는 다시 1시간! 이렇게 등산을 위해 2시간 차를 타고 왔습니다. 이렇게 해야 린츠에 사는 우리와 그라츠에 사는 그 친구가 함께 등산을 할 수 있습니다.
이 친구는 오스트리아 전역에 등산과 암벽등반이 가능한 산만을 꿰고 있는것인지 매번 잘도 찾아냅니다. 우리가 오를 로저산 주변은 겨울에는 스키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여름에는 등산객이 겨울에는 스키객이 찾으니 사계절 붐비는 지역이네요.
altaussee 알트아우스세 주변을 한 바퀴 걸을 수 있는 산책길도 마련되어 있지만 등산후에 이미 많이 지친지라 호수 산책은 하지 않았습니다.^^;
호숫가옆 교회뒤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곳 주차장 이용료는 하루에 4유로. 대부분은 주말에는 주차비 무료이지만, 짤츠캄머굿 지역은 주말이 성수기인 관계로 요금은 1년 365일 적용됩니다. 하루에 4유로!
주차장옆에 바로 오늘 우리가 오르게 될 산의 정보가 있습니다.
로저헛까지는 2시간 반이 소요되는군요.
하지만 오늘 우리가 오르게 될 곳은 로저헛을 지나서 정상까지입니다.
대충 3시간30분을 예상하고 출발합니다.
중무장한 아저씨 두분이 앞장 서시고 계십니다.
저기 산위에 보이는 저것이 우리가 오르게 될 로저산인거죠!
새벽 5시에 일어났건만, 우리가 등산을 시작하는 지금 시간은 7시40분입니다.
이런저런 시간빼고 차만 딱 2시간 타고 온 산행입니다.
등산을 하면 항상 그렇듯이 두 아저씨는 저렇게 둘이 사귀는 듯이 딱 붙어서 다닙니다.
올라가기도 힘든데 이야기도 두런두런 하면서 말이죠.
뒤에 따라가는 중년아낙은 올라가기도 바쁜지라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따라가기도 벅찹니다. 헉헉^^;
오스트리아의 산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 (그럼 어떤 산에는 있남?)
셋이 산을 오르다가 볼일이 보고 싶은 사람은 뒤에 살짝 빠져서 볼일을 보고 다시 합류해야 합니다. 볼일이 보고 싶은 사람은 절대 부끄러움 안 타고 말합니다.
“나 물 버려야 하니 먼저 가고 있어!”
그럼 나머지 사람들은 슬슬 먼저 가면서 뒤에 따라올 일행을 기다리게 되죠!
어느 정도 올라가니 Altaussee 알트아우스세가 보입니다.
이른 아침이여서 그런지 몽롱한 기분입니다.
이 호수를 바라보면서 셋이 서서 잠시 간식을 먹었습니다.
산행을 할 때는 쪼맨한 샌드위치를 여러 개 싸와서 쉴 때마다 하나씩 먹거든요.
샌드위치를 먹었던 짧은 순간이였는데, 순식간에 물안개가 호수를 덮어버렸습니다.
그전에 호수를 봤으니 망정이니 안개낀 이 풍경만 봤다면 조금 억울할뻔 했습니다.
이제 쉬었으니 다시 오르기를 시작합니다.
위로 올라가니 가을 산의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나뭇잎들도 적당히 물들어있고, 발밑에는 낙엽들도 밟히고 말이죠.
제법 여러 가지 노란색을 입은 나뭇잎이 이쁜 산행입니다.
어느 정도 올라오니 조금 더 예쁜 단풍을 구경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나름 예쁜 단풍이지만 한국서 온 마눌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입니다.
“오스트리아 산의 단풍은 이게 다야?”
누가 묻지도 않는데 이때부터는 오르는 내내 한국단풍타령만 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산을 본적이 있는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한국도 비슷하던데 뭘!”
“모르는 소리! 당신이 가을에 한국에 있기나 했어? 한국의 가을단풍은 완전 환상이야!”
당신이 절대 잊지못 할 단풍을 구경할수 있을테니..”
마눌이 궁시렁거리면서 “한국 단풍” “2% 부족”을 운운하는 동안에 헤어질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저희부부의 친구 “안디” 아시죠?
노총각 친구가 여자는 안 구하고 최근에 농가를 한 채 구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은 농가를 수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고 말이죠!
“너 그러다가 50 되고 60된다. 그러면 여자도 못 구해? 그때쯤 할머니 구할래?”
충격요법을 써보지만 안디는 항상 그렇듯이 허허 웃기만 할뿐입니다.
안디는 가장 만만하면서도 저희부부가 사랑하는 친구인지라 이런 방법도 제시해봅니다.
지금부터 안디는 저희부부와 헤어져서 저기 보이는 저 암벽을 따라 올라갈 예정입니다.
물론 암벽등반에 필요한 헬멧과 여러 가지 용품은 배낭에 이미 챙긴 상태입니다.
“안디, 조심해서 올라와. 정상에서 보자!”
저희부부는 산를 따라 올라가면서 암벽을 타게 될 안디를 한번 찾아봅니다.
안디는 벌써 암벽의 아래까지 접근했습니다.
저기 안디가 보이시나요?
안 보이신다고 할까봐 제가 표시를 했습니다.^^
부부는 열심히 걸었습니다. 마눌은 앞에서 남편은 뒤에 뚝 떨어져서 사진을 찍으며..
정상에 오니 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정상에 있습니다.
단체로 왔던 사람들은 열댓명 함께 기념사진도 찍고!
그리고는 정상에서 사진에 보이는것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상을 찍었다고 해서 증명사진 한 장 찍고 바로 하산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이곳에서 점심먹고 풍경을 구경하면서 한 시간은 보내는거 같습니다.
저희부부가 정상에 도착해서 자리에 앉고나니 암벽을 타고 온 안디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시간 넘게 걸린다더니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빨리 왔으니 안디를 기다릴 필요가 없을텐데도 마눌은 궁시렁댑니다.
정상에서 보이는 Altaussee 알트아우서세입니다.
구름까지 호수에서 휴식중이라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이날 대기가 흐린지라
그리 이쁜 사진을 찍을수는 없었습니다.
산 정상에는 등산객이 주는 먹이를 찾아서 이리 저리 날아다니는 새들도 몇 마리 있었습니다.
까만색 몸에 부리만 노란 이 녀석들은 이미 사람들이 먹는 음식에 맛이 들려있는지라, 치즈가 아니면 먹지를 않더라구요. 뭔가를 주면 얼른 날아와서 그것이 치즈 이면 계속해서그 주변을 서성이지만, 그것이 빵이나 야채면 얼른 다른 곳으로 날아가버리더라구요.
그걸 본 남편이 한마디 했습니다.
“아이구~새들 입맛을 사람들이 완전히 버려놨구먼!!”
이쪽에 앉아서 호수를 쳐다보고 있자나 저기 암벽에서 올라오는 사람이 보입니다.
아래쪽 호수를 보면서 올라오는 암벽이 멋있겠다는 생각보다는 아찔할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인지.. 이곳의 암벽도 이미 유명한지 꽤 많은 사람들이 암벽쪽으로 기어올라서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산위의 십자가가 품고 있는 방명록!
마눌이 이미 우리 일행 3명의 이름을 다 적은 다음에 커다란 하트 안에 넣어놨었는데..
남편이 무언가를 또 적는 모양입니다.
아닌가요? 지우는 중일까요?
제가 여기저기에 갈 때마다 이름을 적는데, 그때마다 안디가 엄청시리 떱니다.
누가 이름 가지고 찾아올까봐 그럴까요? 하긴 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이 두 사람이 모시던 직장상사가 수시로 인터넷 검색창에 자기 부하직원의 이름을 넣어본다고 하더라구요.
인터넷 상에 뭐가 뜨는 것이 있는지!
그 당시 제가 노르웨이 여행기를 적으면서 두 아저씨의 이름을 상세히 적었던지라.
그때 그 상사분이 읽지 못하는 한글 블로그이지만 찾아왔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무서운 직장상사입니다. 부하직원의 이름을 검색창에 치시다니..
3시간 반정도의 등산이였는데, 하산할때는 그보다 한시간이 적은 2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그냥 내려오는 길이 아니라 지그재그로 이어지는 길인지라 꽤 시간이 걸리더라구요.
힘든 등산을 마치고 다시 내려온 호수옆!
정말 오스트리아다운 곳을 만났습니다.
창문 아래로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이곳을 더욱 더 빛내는거 같습니다.
저희부부는 이렇게 안디와 2달 만에 만나서 등산을 했고, 하산을 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언제 또 만날지는 나중에 약속을 잡아봐야 하지만, 헤어질 때 마눌은 안디의 볼따구에 진한 Bussi 부시(서로의 뺨을 엇갈리게 대면서 입으로는 쪽 소리를 냄)를 했습니다.
저희들의 잘츠캄머굿 지역의 등산이 즐거우셨나요?
사진과 저의 수다가 여러분을 즐겁게 해 드렸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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