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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이야기

시아버지와 마라톤

by 프라우지니 2013.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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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시아버지는 참 부지런하신 분이십니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의 대부분은 마당에 심어 놓으신 야채등을 가꾸시는데 시간을 보내시고,

짬짬이 시간이 내셔서 자전거도 타러 나가시고, 마라톤도 하시고, 저녁 무렵에는 엄마를 모시고 산책도 다니십니다.


매일을 하루 20킬로미터도 넘게 뛰셨었는데..

발목인대로 인해 한동안 치료를 받으신 이후로는 10킬로 정도로 줄이셨습니다.


시댁근처의 큰 쇼핑센터에서는 해마다 짧은 마라톤 대회를 개최합니다.

아빠는 해마다 그 마라톤에 참석을 하셨었는데..

그때마다 저는 기회가 안 되서 아빠를 응원하러 가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제가 운 좋게 마라톤에 참석하시는 아빠를 응원할 수가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 마라톤에 우리 응원 갈까요?”

“너나 가라, 나는 흥미가 없다. 그 시간에 TV나 볼란다.”


하긴,40년 넘게 함께 사셨고, 마라톤도 해마다 참가하셨으니 엄마께는 식상한 행사일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며늘에게는 처음 있는 행사라 아빠응원에 나섰습니다.^^


근디.. 그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행사장에 검은머리 여자는 저 밖에 없었습니다.^^;


금발만 있는 장소에 검은머리 아낙이 혼자 있음 괜히 자격지심이 생깁니다.

나 때문에 사람들이 아빠를 더 쳐다보는 거 같고, 나를 아빠가 아시아에서 사온 어린 마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내가 아무리 “Papa파파(아빠)”라고 부른들 그 사람들이 내가 며느리인줄은 절대 알 수 없을 테니 말이죠!


아빠는 남들이 어떻게 쳐다보는지 별로 신경을 안 쓰시는 듯합니다.

항상 어디를 가실 때 저에게 물으십니다.

 

“너도 갈래?”


혼자 와서 한동안 머물게 될 며느리를 위해서 아빠는 100유로(15만원)도 넘는 기계를 TV에 연결해 놓으셨습니다. TV도 안 나오는 방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며느리를 위해서 말이죠!

말씀은 안하시지만, 며느리를 사랑하시는 거 같습니다.^^


 

 

아빠는 10킬로 마라톤을 완주하셨습니다.

 

젊은 사람들은 30분정도 걸리는 거리를 20분이나 더 달리셔야 했지만..

참가한 60대중에서는 젤 꼴찌로 들어오셨지만..


며느리는 아빠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조금 더 근사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었지만..

사회를 본답시고 결승점 지점 중간에 서서 얼쩡거리는 인간 때문에 멋진 사진은 아닙니다.


남편과 정말 똑같은 성격을 가지고 계신 아빠!

남편과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계신 아빠!

(사실은 남편이 아빠 이름을 물려 받은 거죠!)


항상 그렇게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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