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올해도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은 왔다가 갔습니다.
남들은 결혼 기념일이라고
오붓하게 여행도 하고,
외식도 하고 남편이 마눌을 감동시키는
이벤트도 하는 모양인데..
우리 집은 그런 것하고는 담 쌓고 지내죠.
결혼기념일에 이벤트를 원한다면..
마눌이 알아서 미리 계획을 세우고는
3박4일 남편의 귀에 속삭여야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갔던 곳이 있었죠.
http://jinny1970.tistory.com/1856
가서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동네 구경을 하고 물소리가 나는 식당에 앉아서
밥도 먹고 나름 괜찮은 하루였죠.
워낙 말을 아끼는 인간형이라
결혼 기념일이라고 주고 받는
덕담은 없습니다.
“지금까지 고마웠고,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도록 하자.”
이런 이야기도 손을 다정하게 잡고
눈을 지긋이 쳐다보고 이야기 하면
마눌의 마음속에 감동의
도가니탕이 끓어 오를 거 같은데,
경상도 사나이 성격인 남편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 기능입니다. ㅠㅠ
올 결혼기념일은 생각지도 못한
시어머니의 음식을 먹었습니다.
호박 보트와 껍질콩 샐러드
아들 내외의 결혼기념일인 것은
알 길이 없는 시어머니이실텐데..
마당에서 난 호박으로 만드신 것을
아들내외에게도 보내셨습니다.
사실 올해 결혼기념일에도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습니다.
식당들은 다 정상영업을 하지만,
우리 집은 지난해 3월 이후로
“코로나 비상사태”를 살고 있어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더군다나 이런 시기에
식당을 찾는 것 자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전날 다녀온 나들이로
부부가 나란히 뻗어버린 상태라
(마침 일요일이니) 정오가 될 때까지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받았던
시어머니의 점심 밥상이었죠.
전날은 Salza살짜강으로
카약을 타러 갔었습니다.
다른 날에 비해서 카약을 탄 구간도 짧았고,
이미 한번 카약을 탔던 구간이라
처음보다는 익숙한 탓에 스트레스도
그리 심하지 않았었는데..
우리 부부는 그 다음날
완전히 뻗어버린 상태였죠.
왜 이 날 따라 몸이
더 피곤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일단 일요일이니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는 것도 한 몫 했었죠.
그렇게 푹 퍼지게 자고 정오에
시작한 14주년 결혼기념일 날!
점심은 엄마가 해 주신
호박보트로 맛있게 먹었고!
아직도 해결하지 않은 건
“결혼기념일 선물”
해마다 남편은 달랑
“50유로”로 땡 치려고 하지만,
14년 결혼 기념일이니
(1년에 100유로씩 해서)
1400유로를 달라는 마눌과는
심하게 나는 금액.
우리의 결혼 14주년 기념 선물로
나는 150유로를 챙겼습니다.
(남편과는 흥정하는 맛이 있습니다. ㅋㅋㅋ
100유로 이상은 안된다고
바득바득 우기더니
갑자기 150유로 되기도 하고..)
그리고 이 돈은 내가 최근에 산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격 중 일부를
남편이 부담한것으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니 올해 결혼기념일 선물은
내 스마트폰(일부)
내가 남편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은
“아디다스 운동복 한 벌”
요새 부쩍 자주 테니스를 치러 다니니
폼 나라고 한 세트를 장만해줬더니만..
“이거 안 입으니까 가서 환불 해!”
사왔던 운동복은 바로 가서
환불 받았습니다.
사줘도 싫다는 남편이니
나는 남편에게 선물을 했었던
흔적만 남았습니다.
말로는 “나야 고맙지, 당신이
내 돈을 굳게 해주니까”했지만,
솔직히 마음이 쫌 그랬습니다.
마누라가 간만에 큰 맘 먹고
운동복을 사주면 테니스 치러갈 때
입고 가서는 자랑 아닌 자랑으로...
“이거 내 마누라가
결혼 14주년이라고 사주더라..”
이렇게 마눌 자랑도 하고
새 옷 자랑도 하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결혼기념일 날 저녁에는
간만에 남편을 꼭 안아줬습니다.
말은 참 재수없고
정 떨어지게 하지만
마눌을 생각하고 챙기는
그 (깊고 다정한) 마음은 시시때때로
마눌에게 들키는 남편이거든요.
남편을 꼭 안아주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당신이 날 위해서 만들어 놓은
(설거지 할) 그릇이나 (빨래 할) 옷들 전부 다~”
내가 덧붙인 말은 농담이란 걸
남편도 알고 있습니다.
남편이 말하는 방법으로
마눌도 한번 해 본 거죠.
괜히 눈물 나게 고맙고,
또 감사한 뭉클한 감정으로
조금 희석하려고 했던 말이죠.
우리부부는 지난14년동안
서로를 보듬어주고,
사랑하면서 참 잘 살아왔습니다.
결혼하고 14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죠.
중년부부지만 아직도
아이처럼 치고 받고 싸우고,
예쁜 말보다는 미운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말없이 손 한 번 잡아주는 것으로
마음을 내보이기도 하고,
아무리 심하게 싸워도
저녁에 잘 때는 꼭 마눌의 손을 잡고
자는 남편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걸 실감합니다.
우리의 결혼기념일!
마눌이 남편에게 고마워 했듯이
남편도 마눌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면
우리의 결혼 생활은 나른 성공적이고
또 행복하게 아주 잘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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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작년에 갔던 (남편 편집본)살짜강 카약영상.
저는 아직도 이 영상을 편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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