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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내가 서러웠던 그 다음날 이야기

by 프라우지니 201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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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네 집, 내 집”을 깊이 생각했다니 혹시 저의 부부사이에 삐딱한 기류가 흐르는 것이 아닐까 염려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싶어서 신나게 울고 난 그 다음날 이야기를 여러분께 고백합니다.

 

사실 어제 제 기분이 나빴던 이유는 남편의 외사촌 형수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병동에 근무하는 직원 중 한명은 내가 좋아하는 로지였지만,

그 외 B라는 간호사는 저에게 항상 부담스러운 직원입니다.

 

B는 올해 50살이 된, 키 180cm이 넘는 금발의 중년아낙입니다.

저는 사실 B에게 인정받고 싶고, 그녀가 생각하는 동료이고 싶은 신입입니다.

 

20년 넘게 요양원 근무를 한 B는 처음에는 요양보호사로 시작해서 나중에 간호사 공부를 해,  간호사로 근무하는 직원으로 우리병동의 제 2인자 같은 존재죠.

 

간호사이면서도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때는 어르신들의 간병도 곧잘 도와주고,

어르신들께도 얼마나 잘하는지 정말 본받고 싶은 직원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녀와 친해지고 싶었는데, 내가 외국인이기에 (그녀의 사투리 농담을 알아듣지 못하고,) 그녀도 나와 가까워질 의지가 없다는걸 알기에 아직까지 멀리 느껴지는 B.

 

어제는 간호사인 그녀가 요양보호사와 같이 간병하는 근무를 맡았었죠.

 

그래서 하루 종일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다른 날보다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B에게 “참 열심히 하는 직원”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 와중에 남편의 외사촌 형수인 왕재수 R도 같은 층에 근무를 했었구요.

 

 

 

크리스마스라고 요양원 어르신들의 가족들이 이런저런 선물들을 들고 옵니다.

 

대부분은 초콜릿같이 달달한 것들이지만, 돈을 주는 가족들도 있고, 세르비아 출신의 어르신 가족들은 와인 4병을 가지고 왔습니다.

 

와인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무실에 들어온 R이 날리는 한마디.

 

“넌 전에 음식도 사진을 찍더니, 이건 또 왜 찍냐?”

 

자기가 상관할 일이 아니면 입을 닫아주면 좋겠구먼,

일도 못하는 인간이 남의 일에 참 심하게 간섭을 합니다.

 

그러면서 날리는 한마디.

 

“ 너 그렇게 아무거나 찍으면 안돼. Datenschutz 다텐슈츠에 걸려!”

 

여기서 잠깐!

Datenschutz <다텐슈츠 >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것; 개인기밀의 보호

 

내 살다가 음식이나 와인 병에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

무식이 어찌 이렇게 저차원적 일 수 있는지..

 

R은 내가 하는 건 크게 떠들어서 주변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남도 아니고 자기 남편의 외사촌 동생 마눌인데 왜이리 갈구며 들어오는 것인지..

 

여기에 등장하는 R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71

친척이 된 동료

 

요양원에서 유일하게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걸 알고 있는 소냐와 안드레아.

 

안드레아가 요양원내에서 이런저런 사진을 찍는 나에게 주의를 준적은 있었습니다.

다텐슈츠(개인정보 보호) 에 걸리지 않게 조심하라고 말이죠.

 

그 이후에 사진을 찍어도 조심스럽게 아무도 안 볼 때 찍는데,

하필 와인 병을 찍다가 R에게 딱 걸렸습니다.

 

R의 무식한 소리를 바로 되받아 쳤습니다.

 

“와인 병에나 음식에 무슨 다텐슈츠(개인정보 보호)가 있어?”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 아님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딴죽을 걸고 싶어서 그러는지는 알길이 없는 그녀의 행동 때문에 짜증이 났었죠.

 

 

 

조금 한가한 오후시간에는 어르신들과 모여앉아서 크리스마스에 관련된 노래를 불렀습니다.

 

내가 여전히 불편한 B와 나 그리고 여러 어르신들이 모여서 노래를 하는데..

내 건너편에 서있던 R이 스마트폰을 꺼내더니만 노래를 하는걸 동영상으로 찍습니다.

 

지금 찍는 것이 내 쪽이니 당연히 내 얼굴은 들어가는 거 같고, 내 옆에 있는 어르신들까지.

이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다텐슈츠(개인정보 보호)에 위배되는 행동입니다.

 

노래를 하다말고 후레쉬까지 켜서 동영상을 찍는 그녀를 쳐다보며 한마디 했습니다.

 

“넌 내가 사진 찍을 때마다 다텐슈츠 운운하더니만,

지금 뭐하냐? 너야말로 그러면 안 되지!”

 

내 말에 짜증난다는 듯이 말대답을 합니다.

 

“gib ruhe 깁 루에 (=gibt mir ruhe) 날 그냥 둬”

 

순간 그녀의 입을 꿰매버리고 싶었습니다.

내 얼굴을 어디다가 보여주려고 노래하는 동영상을 찍은 것인지..

 

B에게 잘 보이려고 일도 더 빡세게 했고, 재수 없는 R이랑도 일을 해야 해서 이날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다 힘이 들었었는데, 차문을 안 열고 장난하는 남편 덕에 집까지 걸어오면서 날 잡아서 펑펑 울었던 어제였죠.

 

그리고 어제 (여러분이 읽으신) 글을 쓰면서도 또 펑펑 울었습니다.

간만에 푸짐하게 울어버린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씩 마음속에 맺힌 것을 울면서 다 풀어내야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법이니.. 내가 울었다고 너무 걱정하시면 안 돼요~~^^

 

어제 “한국에 있는 네 가족에게 가!”라고 해서 날 더 슬프게 만들었던 남편.

나중에 “내 가족이 네 가족이지”로 수습하려고 했지만 수습불가였죠.

 

어제는 남편이 잠든 후에 자러갔습니다.

 

그렇게 잘 자고 일어난 아침.

눈 뜨자마자 남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돈 줘!”

“Weihnachts(크리스마스) geld(돈) 바이나흐츠겔트?(크리스마스 선물)”

“아니, Schmerzens(통증) geld(돈) 슈메쯘스겔트(보상금)”

 

어제 남편이 날 아프게(슬프게) 했으니 보상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 돈으로 혼자 점심 먹으러 가겠다고 말이죠.

 

남편은 돈 대신에 자신이 사과의 의미로 점심을 쏘겠다고 했지만,

이건 언제 먹을지 모르고 혹시나 잊을 수도 있는지라 돈으로 챙겼습니다.^^

 

 

 

마눌이 조금 위험(?)하다 싶으면 언제나 아양모드로 들어가시는 남편.

한동안 팁은 없는 듯이 살았는데 웬일로 팁까지..

 

남편에게 웬 팁을 받냐구요?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커피 한잔을 주문하면서 빡세게 2유로를 팁으로 하사하시는 남편.

남편은 마눌이 까불며 수다를 떨어대는 일상이 그리운 모양입니다.

 

보상금 30유로에 팁 2유로.

짠돌이 남편이 거나하게 쏜 금액입니다.

 

이쯤 되면 마눌도 슬슬 풀어줘야 하는 거죠.

하지만 되짚고 넘어가야할 남편의 문제점.

 

“당신은 어제 실수를 3개 했어. 앞으로는 신경 써서 같은 실수 되풀이 하지 마!

첫 번째는 차문을 잠그고 장난을 시도한 것.

그것까지는 괜찮았어.

 

두 번째 내가 울고 있으면 그냥 가만히 안아달라고 했었는데..

안아주는 대신에 짜증+잔소리를 해댔지. 앞으로는 그러지마!

 

내가 위로를 해 달라는 것이 아니잖아. 그냥 입 다물고 안아주면 돼!

 

세 번째로 내가 “한국 가!”라는 말은 아무리 화가 나도 하지 말라고 했지.

 

내가 “엿 먹어~”하면 당신도 나한테 똑같이 가운데 손가락 내밀고 “엿 먹어~”하면 돼.

 

내가 당신에게 한 “엿 먹어”는 당신을 모욕할 생각이 아니라 “입 다물어”의미였으니..

 

화날 때마다 나한테 “한국 가”라고 하다가 정말로 한국 가버리는 수가 있으니 잘해라~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 마눌의 마음을 풀어야하니 한동안은 순둥이 모드로 마눌의 눈에 들기 위해서 노력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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