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정해놓고 보는 채널이 없습니다.
대체로 다큐를 많이 보기는 하지만, 할 일이 없으면 TV앞에 앉아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대면서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기도 하죠.
주말이었나 봅니다. 남편도 집에 있는 날이었는데..
채널을 돌리다가 한 채널에서 “다른 그림 찾기“를 봤습니다.
TV방송 캡처
틀린 그림 4개를 찾아서 전화를 하면 천유로는 확실히 주고,
십만 유로도 가질 수 있는 기회까지.
채널을 돌리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한두 번 본적이 있었는데..
왠지 이날은 다른 채널로 돌리지 않고 집중해서 그림을 봤습니다.
“서양인과는 다른 동양인이 눈썰미니 틀리다는 그림 4개나 찾아볼까?“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1분당 집 전화는 50센트가 추가로 나가고, 핸드폰은 그보다 더 비싸다고 하지만..
정답을 찾아서 돈을 받으면 되는 것이니..^^
TV방송 캡처
커다란 TV화면이 번쩍거리는 원색화면을 계속해서 보여주니 눈이 심하게 피곤했지만..
그래도 일단 시작한 일이라 집중을 했습니다.
두 눈을 모우고 화면을 한참 째려보니 내 눈에 틀린 그림 4개가 다 들어왔습니다.^^
사회자는 그림 4개를 찾았으면 얼른 전화를 하라고 기다리는데..
아무도 못 찾았는지 전화벨은 울리지 않습니다.
자! 내가 찾은 그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봤습니다.
A-10 차안이 사람이 없고,
C-7 연기가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D-1 차가 다른 것과 방향이 틀리고,
E-4 굴뚝모양이 다 칠해져 있고!
다 찾은걸 확인 한 후에 적어서 남편에게 전해 줬습니다.
“남편, 여기에 전화해봐! 틀린 그림 4개 맞추면 돈 준다니까!”
쇼핑몰에서 홍보용품으로 주는 신제품도 부끄러워서 못 받는 남편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지만, 그래도 일단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기대한 답변입니다.
“당신이 해!”
지금 전화를 하면 저기 TV에 나오는 저 사람이 전화를 받고, 내 목소리가 방송을 타는데..
외국인이 튀는 독일어 발음으로 전화를 하면 웃기겠죠?
“나는 외국인이잖아, 외국인이 이런 프로에 튀는 독일어로 전화하면 웃기지. 당신이 전화해서 정답만 이야기 해. 돈 받으면 내가 반 줄께!”
이렇게 꼬신다고 넘어올 남편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렇다고 내가 전화할 수는 없으니...^^;
“저 사람들이 준다는 저 돈이 어떤 돈인지 알아?”
“퀴즈 맞혔으니 주는 돈이지 뭐!”
“저기 전화하면 1분당 50센트씩 나가는 건 알지? 그 돈을 모아서 상품으로 주는 거야.”
“분당 돈이 나가도 내가 정답을 맞히면 나는 돈 버는 거잖아. 전화 좀 해줘!”
“안 해.”
“당신이 안하면 엄마네 가서 엄마한테 전화 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마라~”
“왜 그래? 맞춘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데..”
눈이 빠져라 관찰해서 내가 찾은 정답 4개.
그냥 놓치기는 아까워서 혹시나 누가 전화를 하나 한동안 이 채널에 시선 고정.
내가 이 프로를 볼 때는 사회자가 계속해서 “빨리 전화를 해야 천유로를 기본적으로 챙기고, 운이 좋으면 잭팟을 터트리면 십만 유로를 획득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정답을 다 찾았지만, 내가 전화할 용기는 없었고, 남편은 절대 해줄 사람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부모님께 뛰어가서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지라, 그냥 조용히 채널을 돌리는 것으로 끝을 냈습니다.
가끔 채널을 돌릴 때마다 가끔 이런 프로그램을 만나지만..
이제는 정답을 찾느라 화면을 눈이 아플 때까지 째려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정답을 찾아도 내가 외국인임을 알려주는 독일어로 통화할 자신은 없으니 말이죠.
남편 말대로 사람들이 정답을 알고 있지만, 전화하면 돈이 드니 안했던 걸까요?
정답을 찾았던 그날 정말 전화를 했었다면 저는 돈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해보지 않아서 여전히 궁금한 일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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