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필리핀 며느리를 본 직원에게 다른 직원 한마디를 날렸습니다.

 

“너도 이제 Schwiegermonster 슈비거몬스터 됐구나.”

 

내 주변에는 참 많은 슈비거몬스터가 있습니다.

집에도 있고, 직장에도 꽤 됩니다.

 

 

인터넷에서 캡처

 

헐리우드에 엄청 유명한 영화가 있었죠.

영어로는 Monster-in-Law 몬스터 인 로 (시괴물)

 

이 영화의 독일어권에서 이렇게 불렸습니다.

Schwieger-monster 슈비거(시) 몬스터 (괴물)

 

말하자면 시엄마는 시괴물이라는 이야기죠.

여기서도 시어머니는 괴물로 취급하는 모양입니다.

 

외국이라고 해서 시월드가 없는 것도 아니여서..

시어머니란 존재는 국적을 떠나서 며느리에게는 무시무시한 괴물같은 존재인 모양입니다.

 

여기도 며느리를 “내 아들 뺏어간 여자”로 생각하는 시어머니가 꽤 있다는 이야기죠.

며느리를 그렇게 생각하면 절대 예쁘게 보이지는 않죠.

 

물론 이곳에 사는 며느리들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시어머니가 마음에 안 들면 안 만나면 그만이니 말이죠.

 

“시어머니 앞으로 우리 집에 오시지도 말고, 우리 아이들 만나지도 마세요.”

 

앞으로 너희 엄마 만나러 혼자가, 난 안 갈 거야.”

 

이렇게 며느리의 반격을 받을 수도 있은 지라 대놓고 시괴물이 될 수는 없죠.^^;

그래도 외국인 아낙들의 말을 들어보면 꽤 레벨 높은 시괴물들이 꽤 있습니다.

 

현지인 며느리를 봤다면 절대 못했을 행동인데,  어른 공경하는 사회에서 온 외국인 며느리여서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나름 친한 동료랑 근무 중에 가끔 사적인 대화를 합니다.

 

나보다 두서너 살이 많을 뿐인데,

그녀와 대화중에 “며느리”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날리는 한마디.

 

“너도 슈비거몬스터야(시괴물=시엄마)였어?”

 

서양은 우리와 다른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는 덕에 16살이 되면 중학교를 졸업해서 견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로 나옵니다. 이때부터 돈을 버는 사회인이면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열리는 거죠.

 

(초등, 중등,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까지 가는 비율은 30%가 채 안된다고 합니다.대부분은 중학교 졸업 후에 견습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직업인(또는 기술을 가진 기능인) 으로서의 삶을 살게 되죠.)

 

50대 중반인 아낙이 손자까지 있다는 말에 놀라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넌 도대체 언제 결혼을 한거야?”

 

그녀도 견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던 16살에 만난 남자라고 했습니다.

 

그때는 별로 매력도 없고, 같이 어울리던 그룹 중에 한 친구였는데..

만나다 보니 정이 들고, 그렇게 20살이 되서 결혼을 했답니다.

 

그러니 50대 중반이면 큰 아이는 25살일 테고, 큰 아이도 자기 부모님처럼 16살에 만난 첫사랑이랑 20살에 결혼을 했다면 이제 5살짜리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인거죠.

 

이야기가 왜 또 삼천포로???

 

외국인 시부모님이라고 해도 시월드는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합니다.

 

딸이 아닌 며느리여서 시부모님께 못하는 말도 있고,

얄미운 시누이지만 대놓고 말도 못하고 말이죠.

 

한국의 시월드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여기도 며느리여서 말 못하는 일도 있고,

며느리여서 당연시 되는 일도 있고, 며느리여서 해야만 하는 일들도 있습니다.

 

시아버지의 형제분들중 유난히 새침한 막내 시고모님.

 

시어머니 말씀을 들어보면 사람들 뒷담화 전문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시고모님이 말씀을 많이 하시는 걸 못 본지라 긴가민가합니다.

(그렇다고 시어머니 말씀을 안 믿는 건 아니고요.)

 

시고모님은 슬하에 아들 둘이 있는데, 최근에 두 아들이 다 결혼을 했습니다.

둘 다 결혼은 했는데..

 

큰 아들은 미국에서 결혼을 했고,

작은 아들은 비엔나의 시청에서 단출하게 결혼을 한지라 친척 초대 같은 건 없었습니다.

 

큰 아들은 중국에서 물건은 떼어다가 하와이에서 길거리 장사를 시작해서,

이제는 쇼핑몰에 여러 곳에 가게를 가진 사장님이 되었다는데..

그가 하와이에 가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함께 한 중국여자가 있습니다.

 

미국은 외국인이 사업을 하기 쉽지 않은 나라라고 하던데,

미국 국적의 중국여자와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였던 거죠.

 

큰아들이 미국에 간지 오래고, 중국여자랑 함께 한 기간도 그만큼이니..

당연히 둘은 연인사이이고, 조만간 결혼도 하겠구나 라고 모든 친인척이 생각을 했지만..

시고모님만은 “절대”아니라고 부정을 하셨답니다.

 

“내 아들 여친이 아니고, 그냥 사업적인 일로만 관련이 있는 파트너야!”

 

중국인 며느리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눈에 보이는 현실을 부정하셨던 거죠.

 

이곳도 어르신들은 은근히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거 같습니다.

“뭐가 부족하니 외국인 며느리를 보는 거겠지.”

 

롱디 6년 만에 저희가 결혼날짜 잡았다고 시부모님께 말씀 드렸을 때,

제 시어머니도 엄청 놀라신 눈치였습니다.

 

“너희 오래 만나온건 알겠는데, 정말 결혼까지 하려고?”

 

뭐 이런 마음이셨던 거죠.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어머니의 이랬던 마음을 모를 꺼라 생각하시지만,

눈치 빠른 한국인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생각을 다 읽었더랬습니다.

그렇다고 섭섭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으로 시집온 동남아 출신 며느리를 본 시어머니들의 반응을 알고 있던 터라,

“시어머니도 그런 마음이시겠구나“ 짐작만 했었죠.

 

내 며느리라고 어디 가서 내놓고 자랑하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당신 며느리요?” 하는데 아니라고 하지도 못하고..

같이 다니기에는 조금 부끄러울 수도 있는 피부색이 다른 며느리이니 말이죠.

 

이왕이면 현지인 며느리를 보고 싶으셨던 시고모님의 바람과는 다르게..

시고모님은 두 명의 며느리 다 외국인을 맞았습니다.

 

큰아들은 미국에서 만난 중국여자와 결혼을.

작은 아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온 러시아 여자와 결혼을.

 

시고모님의 두 며느리는 가끔씩 손님으로 시고모님 댁을 찾아올 테니 오스트리아 시월드 경험은 못하지 싶습니다. 시월드는 함께 살아야만 느껴지는 것이거든요.

 

저희도 다른 도시에 살 때는 이곳에 시월드가 있고,

시괴물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었습니다.

 

시괴물이 꼭 시어머니로 제한되는 단어는 아닙니다.

시아버지, 시누이등등 시댁에 관련된 모든 존재들이 다 포함되니 말이죠.

 

우리는 일 년에 서너 번 시댁을 방문하고, 시어머니가 해주시는 음식을 먹기만 할 때는,

며느리가 아닌 “백년손님”(한국에서는 사위가 이런 대접을 받죠)이었거든요.

 

하지만 함께 살다보니 이곳의 시월드도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낍니다.

 

남편이 마눌의 섭섭함과 서러움을 받아주는 “동네북”이 아니었다면..

저도 많이 힘든 시월드였지 싶습니다.

 

시시때때로 남편에게 뛰어가서는...

 

“엄마는 왜 그래?”

 

“당신 동생은 왜 그래?”

 

“아빠는 왜 그래?”

 

섭섭하고 속상하고, 짜증나는 일들을 다 받아주는 남편이 있어서..

나는 오늘도 오스트리아의 시월드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외국인과 결혼했다고 “시월드‘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큰 착각이십니다.

 

한국과는 조금 차원이 다르지만 복잡, 미묘하고, 가끔은 이해가 안 되는..

시괴물이라 불리는 (시어머니를 포함한) 시월드가 이곳에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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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7.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