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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나를 당황하게 만든 무매너 할머니

by 프라우지니 2018.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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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외국인이라도 해도 입을 다물면 외국인인지 티가 안 나는 백인계 동유럽 출신 외국인에 비해서 한국인인 나는 외모부터 일단 외국인 티가 납니다.

 

그래서 차별을 대놓고 받을 때도 있다는것이 저의 단순한 생각입니다.

 

이번에 극장에 가서도 한 무매너 할매의 참견폭격을 받았습니다.^^;

 

요새 제가 “컬투어(문화)카드”를 이용해서 공짜 오페라/연극을 보러 다니고 있죠.

 

오페라는 한 번에 5백여 명 정도 들어가는 대극장이다 보니 누가 누군지 잘 모르지만, 연극을 하는 극장은 상대적으로 작은지라 큰 연극무대라고 해도 몇 번 마주치면 낯익은 인물이 생깁니다.

 

내가 이 할매를 만난 곳은 3개의 연극 극장중 제일 작은 극장.

30여명정도 객석이 있는 스튜디오타입의 연극무대.

 

 

 

입장해서는 공연시작 전 무대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아시는 분만아시겠지만, 연극/오페라 공연 중에 사진을 찍으면 안 됩니다.

 

가끔 잘 모르고 공연 중에 후레쉬까지 터뜨려가면서 사진을 찍는 관객이 있기는 합니다만,

후레쉬를 터뜨리지 않아도 공연 중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사항입니다.

 

내가 빈 무대를 사진 찍으니..

내 뒤에 앉은 할매가 내 옆에 와서 나에게 얼굴을 들이밀더니만....

 

“이따 공연하는데도 찍을 건 아니지요?”

“물론 안 찍죠. 지금은 공연 시작 전이니 찍은 겁니다.”

“....”

 

다시 내 뒤로 간 할매가 조금 지나니 또 내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당신 Bruckner Uni 부르크너 대학에서 공부 하시오?”

“네?”

 

말을 못 알아들어서가아니라 왠 뜬금없는 대학타령을 하시나 당황했었습니다.

 

"부르크너 대학 학생이오?“

“아닌데요?”

 

그랬더니 누군가에게 말을 합니다.

 

“아니라네.”

 

누가 궁금해서 물은 것인지 아님 혼잣말을 하시는 것인지..

 

원래 질문을 할 때는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인지 의도를 말해야 하건만..

내 뒤에 무매너 할매는 뜬금없이 질문만 하고는 조용합니다.

 

내 주변이 다 금발의 오스트리아 할매/할배이고 나만 유일한 흑발의 외국인이라도 해도..

연극내용이 외국인의 대량유입으로 법까지 바꾸고 있는 오스트리아 정치 관련이라 해도..

 

모르는 사람에게 질문을 할 때 이렇게 무례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인데..

이 할매가 나에게 지금 인종차별적으로 접근을 하시는 것인지 잠시 의심도 했습니다.

 

연극을 몇 번 연달아 보다 보니 눈에 익는 얼굴들이 조금 있는 듯은 했습니다.

연세 드신 노년에 나처럼 혼자 오신 여성 관객.

옷차림이 화려하지도 않고, 친구도 없이 혼자 오신 여자관객은,

나처럼 컬투어파스(문화카드)를 들고 무료관람을 하는 듯도 보였습니다.

 

간만에 극장에 오시는 분은 온갖 치장을 다하고 오시는지라..

한눈에도 “사교생활”차 극장에 출두하신 것임을 알게 되는데 반해,

 

자주 오시는 솔로 여성고객은 옷차림도 단출하시고..

몇몇은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라 서로보고 살짝 웃기도 합니다.

 

나도 극장을 자주 다닌지라, 나름 깔끔하게 챙겨 입고,

공연 중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안하는 수준(?)있는 관객이건만!!

 

내 뒷자리 할매는 내가 외국인이라 공연 중 매너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연극을 보러 자주 오니 이곳의 예술대학에 공부하러 온 외국인 학생이라 생각한 것인지..

할매가 나에게 한 행동이 연극을 보는 내내 은근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 할매의 옷차림을 살짝 훔쳐보자면..

 

“등산 가시나?”

 

할매는 연극 시작 전 “공연 할 작품에 대한 안내”를 들을 때, 양손에 목발도 짚고 칼라풀한 등반 잠바를 입고 조금 늦게 오셨습니다. 늦게 오셔서 서 계신 그 할매께 내 자리를 양보 해 드리려고 했었지만.. 내 자리에서 너무 멀리 계신지라 자리양보는 불가능했었는데..

 

지금 그 할매가 지금 나에게 딴지를 거셨던 거죠.

 

“이 할매는 왜 나에게 극장매너를 가르치시나? 정말 예술대학교 교수님인가?”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공연은 거의 끝나가고 있는 상황.

갑자기 내 뒤에 할매가 부스럭거기면서 꽤 오래 뭔가를 하십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꽤 컸고, 또 조금 길게 이어진지라 나도 뒤돌아봤었고,

내 주변에서도 할매를 다 한 번씩 돌아봤죠.

 

“아니, 공연 중에 왜 이리 시끄럽게 하는 거야?”

 

다들 이런 표정으로 그 할매를 쳐다보는 듯 했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끝나나 싶더니만 내 뒤에 할머니가 일어나서 퇴장을 하십니다.

아직 공연 중인 소극장 무대 앞을 목발을 짚고 아주 당당하게 걸어 나가셨습니다.

 

할매가 무대 앞을 지나갈 때 사람들의 시선은 다 할매에게 집중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바쁜 일이기에 공연 중 나가야 하는 것인지..

 

 

 

할매가 나가시고 채 5분이 되지 않아서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할매는 연극이 끝나는 시점을 이미 아신 듯 했습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자리에서 일어나신 거죠.

 

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셨다면 공연이 끝난 후에 힘찬 박수는 필수죠!

 

몇 번 반복해서 무대를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 인사하는 배우에게 박수를 열심히 쳐주고는 극장을 나서는데, 공연이 끝나기 전에 요란하게 옷을 입고 배우가 공연 중인 무대를 지나쳐서 나가셨던 할매가 아직 극장 앞에 서 계십니다.

 

바빠서 공연 중에 나가신 줄 알았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왔는데 아직 계시네요.

나한테는 공연 중 매너 훈계를 하시더니만 왜 공연 중에 나오신 것인지..

 

그날 저녁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극장에서 만난 무매너할매 이야기를 만났던 상황을 중계 방송했습니다.

 

“왜 처음 보는 나한테 대학을 다니냐고 묻는 거야?”

“모르지”

"그리고 나한테 대학에 다니냐 물을 때는 왜 그렇게 묻는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물어보지 그랬어.”

“공연시작전이라 조용한 극장이라 참았지.”

“그리고 공연 중 사진 찍지 말라는 극장매너를 가르치시던 할매가 공연도 안 끝났는데 나가는 건 그건 매너에서 벗어나는 행동이 아닌감?”

“....”

“내가 외국인이라서 그런 거야?”
“아니야.”

“그럼 뭐야?”

“그런 사람들은 당신이 외국인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아무 나한테 그러는 거야.”

“왜?”

“그런 사람은 성격이 원래 그런 거야.”

 

남편은 마눌의 불만에 대해서 “원래 그런 사람”이고,

“상대방에 구분 없이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했습니다.

 

연극을 보러 다니면서 한번쯤은 본 듯한 얼굴이었는데..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해서 얼굴 제대로 찍힌 할매를 다음번에도 보게 된다면 한번 여쭤봐야겠습니다.

 

“공연 중 사진을 찍지 말라는 안내말씀은 감사한데^^,

왜 뜬금없이 내가 어느 대학을 다니는 건 물으신 것인지…….“

 

다음번 그 할매의 대답이 궁금합니다.

 

혹시 좋은 의도로 나에게 가르치고 질문을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

그럼 무매너 할매라 찍은 낙인을 벗겨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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