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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시아버지가 바빠지시는 계절

by 프라우지니 2018.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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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가 싶더니만, 벌써 초여름입니다.

겨울을 무료하게 보내신 시아버지가 마당에서 사시는 계절이죠.

 

 

 

올봄에 시아버지는 마당구석에 야채를 키우는 공간을 줄이는 작업을 하셨습니다.

마당에서 가꾼 야채를 다 드시지 못하신다고 공간을 줄여서 잔디를 심으셨습니다.

 

야채 가꾸는데 관심이 없는 마눌은 옆에서 구경하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잔디대신에 허브를 종류대로 심어놓으면 좋을 거 같은데.."

 

모든 허브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우리 집 마당에서는 잡초처럼 자라는 허브들이 꽤 있습니다.

 

파슬리, 바질 같은 녀석은 매년 새로 심어줘야 하지만, 로즈마리, 타임, 오레가노, 민트 같은 녀석들은 가꾸지 않아도 작은 나무들이 날씨가 풀리면 무성하게 자랍니다.

 

몇몇 허브는 작년에 뿌려진 씨 덕에 마당에 잡초처럼 이곳저곳에서 마구 자라납니다.

 

 

지금 수확이 가능한 것 중의 하나인.. 빨간무인 래디션.

앞쪽은 동그만 모양의 작은 래디션이고, 뒤쪽은 길게 자라는 알타리 모양입니다.

 

슈퍼에서 파는 걸 사 먹느니 마당에서 자라고 있는 유기농을 뽑아먹으면 좋겠지만,

이건 시아버지가 심으신 것이니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합니다.^^

 

지금 수확이 가능한 또 하나는 샐러드 종류.

 

마당에 작은 유리관을 만들어서 심어놓은 모종은 다른 것보다 더 빨리 자란지라,

요즘 시어머니가 뽑아서 사용하십니다.

 

 

 

날씨가 풀리기 전부터 시아버니는 아주 부지런하게 시를 뿌리고 모종을 가꾸셨습니다.

 

사람들은 슈퍼에서 사서 심은 모종과는 달리 우리 집 모종은 처음부터 유기농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날씨가 추울 때는 이렇게 뚜껑이 달린 집에서 관리를 받았죠.^^;

 

 

 

날씨가 풀리는가 했더니만 마당의 여기저기에 모종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미 내 허리까지 자란 토마토는 포도나무 넝쿨아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꽃이 피고 있고, 작은 토마토를 달고 있는 녀석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고추 모종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시아버니가 발명하신 파이프 관을 따라서 물이 정확하게 고추모종아래에 떨어지는지라, 이제는 더 이상 물통을 들고 다니실 필요가 없습니다.^^

 

 

 

대문으로 나가는 길에도 토마토 화분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곳의 화분에는 여러 색의 방울토마토가 달리는지라 오가면서 익는 족족 다 따먹습니다.

따서 씻어야 하지만 귀찮으면 옷에 슬쩍 문지르고는 얼른 입으로 넣어버리죠.^^

 

토마토가 더 무성해지면 길이 좁아져서 자전거를 끌고 나가기 힘들어지지만,

그래도 오가면서 토마토 따먹는 재미가 있는지라 용서합니다.^^

 

마당 뒤쪽에 있는 글라스하우스에는 파프리카 종류가 자랍니다.

여러 색과 여러 모양의 파프리카가 이곳에서만 자랍니다.

 

시아버지는 매운 고추종류와 안 매운 파프리카를 지역을 구분해서 심으시고, 한여름에는 이곳에 앉으셔서 파프리카모종의 진드기나 벌레 알들을 잡는 작업(?)을 하십니다.

 

 

 

호박 모종 3개면 한여름 내내 호박을 먹을 수 있습니다.

꽃이 이미 피었으니 조만간 주키니 호박을 수확하시지 싶습니다.^^

 

마당의 뒤쪽에 토마토 모종 몇 개랑 동그란 호박 모종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열릴지도 모를 키위나무.

 

키위는 나무를 심으신 것이 아니라,

시아버지가 키위 씨를 심어서 나무로 키우신 겁니다.

 

 

 

마당에 나온 며느리를 일부러 부르셔서 보여주신 무화과나무.

 

몇 년 전에 부모님과 크로아티아로 휴가를 가서 “Pula 풀라”로 하루 나들이를 갔다가..

나무에서 떨어져서 길에 푸욱 퍼져있던 무화과의 씨를 가져다가 모종을 만드시고,

키우셔서 나무를 만드셨는데.. 그것에 마침내 열매가 달렸습니다.

 

며느리에게 자랑하실 만 한 일이죠.

길에 퍼져있는 쓰레기(무화과씨)를 주어다가 생명을 불어넣으셨으니 말이죠.

올해는 정말로 먹을 만하게 커졌으면 좋겠네요.

 

아시겠는지 모르겠지만 무화과는 두 종류가 있답니다.

 

저희가 매년 가는 크로아티아의 동네(프레만투라)에 무화과나무가 꽤 많은데..

6월 말경에 가면 연두색 무화가가 익어서 먹을 철이고,

9월쯤에 가면 보라색 무화가가 익어서 먹을 철이 된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자란 무화과는 과연 어떤 색이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아버지가 씨뿌려 모종을 만들어 심으시는 것 외에도,

시아버지의 관리를 받는 녀석들은 꽤 많습니다.

 

뒷마당 구석에 산딸기(래즈베리)외 블루베리, 구즈베리등등의 여러 가지 베리 나무들이 꽤 있고,  그 외 딸기와 여러 가지 과일들도 해마다 시아버지가 주는 물을 먹고 무럭무럭 잘 자랍니다.

 

시아버지는 하루 종일 마당에서 사시는 전문가 수준의 농부시라면...

남편은 많이 게으른 농부입니다.

 

 

 

마당 한구석에 허브 몇 가지 심어놓고는 물도 안줘서 말라죽이죠.^^

 

심어놓고 마눌에게 물을 주라고 하지만, 마눌도 농부체질은 아닌지라.

바빠서 못 주고, 까먹어서 못 주고..

 

시아버지가 마당에서 보내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집 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야채들이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시아버지의 사랑을 받은 야채들은 잘 자라서

조만간 알록달록한 샐러드나 야채로 식탁에 올라오지 싶습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지라 마당에서 야채 한 번 키워 본 적이 없는 며느리는,

해마다 마당 가득 야채를 키워내시는 시아버지가 존경스러운 농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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