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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남편에게 뺏긴 내 쑥

by 프라우지니 2018.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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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출퇴근 하는 길.

 

항상 주택가를 달려서 후딱 달려갔다가 후딱 돌아오고는 했었는데..

 

겨울이 가고 봄이오니 해가 길어집니다.

겨울에는 오후 4시면 깜깜한데, 여름에는 저녁 10시가 되도 훤한 유럽입니다.

 

유럽의 4월은 완연한 봄입니다.

나른한 오후에는 요양원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죠.

 

저녁 7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에 다니던 주택가 골목길이 아닌 도로 옆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길옆으로 눈에 들어오는 초록 초록한 것들.

 

이제 봄인지라 쑥들이 다른 잡초들과 함께 땅에서 올라오고 있습니다.

(쑥은 여기서도 잡초의 한 종류 일뿐이죠.)

 

 

 

자전거를 잠시 세우고, 쑥을 뜯었습니다.

 

아직 작은 새싹인지라, 한 봉지 뜯으려면 하루 종일 시간이 걸릴 크기입니다.

된장국에 넣어서 끓이려고, 딱 한줌만 뜯어서 집에 왔죠.^^

 

일요일인지라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 남편이 마눌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니.. 방문을 열고 나와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남편의 인사를 받으며 잠바를 벗는 거 까지는 좋았는데..

습관처럼 주머니에 있는 것을 꺼내다보니..

오면서 뜯어온 쑥 한줌도 내손에 잡혀서 나옵니다.

 

남편이 앞에 있는지라, 얼른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고 했는디..

이미 남편의 레이더에 걸린 “내 쑥 한줌“

 

“그거 뭐야? 이리 내놔!”

“뭐?”

“도로에서 또 뭐 뜯어왔지?”

“뭘? 아닌데, 그리고 도로 아니야. 밭이야!”

“그거 먹으면 큰일 난다고 했지!”

 

아니 쑥이 언제부터 못 먹는 거였다고, 먹으면 큰일이 나는지..

뭐든지 자기 기준에서 생각하는 서양인 남편입니다.^^;

 

쑥 뜯느라 손톱에 쑥물이 들어서 손톱에 때낀 거 같은 부작용도 감수하며 뜯어온 내 봄나물이거늘..

 

마눌의 쑥을 단번에 채어간 남편은 마눌이 다시 가져오지 못하게 마당의 구석에 차지하고 있는 퇴비 통에 넣어버렸습니다. 이곳에 들어가면 다시 가져오는 건 무리가 있죠.^^;

 

된장쑥국을 먹으면 오스트리아의 봄을 온몸으로 느끼며 느껴보려고 했던 마눌의 “봄 즐기기”는 남편의 완벽한 수비로 실패했습니다.

 

이럴 때는 참 아쉽습니다.

 

남편이 한국에서 조금이라도 살면서 한국음식이나 문화를 조금 알았다면 마눌이 먹는 한국의 봄나물이나 음식들을 더 잘 이해 해 줄 텐데..하는 마음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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