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이야기

남편의 꿍꿍이속의 주말여행

by 프라우지니 2017. 12. 20.
반응형

남편은 가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눌의 대답을 이끌어 냅니다.

 

이번 주말에는 비엔나에 가서 크리스마스 시장 구경하고, 그라츠에 가서 친구들 만나자.

비엔나 크리스마스 시장은 몇 번 봐서 신기한 것도 없는데 왜 자꾸 가재?

그럼 비엔나는 빼고 그라츠에 가자!

안 가!

 

남편이 비엔나까지 양보를 했는데, 마눌에게서 나오는 대답은 남편이 원하는 대답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남편은 바로 마눌 약 올리기 작전으로 들어오십니다.

 

게을러 터져가지고는 맨날 집에 짱 박혀서 뭘 하겠다고..

(나 안 게으른데? 집에서도 글도 쓰고 할 일이 많은데...^^;)

 

그라츠에 가서 뭐 하려고?

.....

가서 할 일 있어?

....

가서 친구 만나고 뭐? 크리스마스 시장에 가서 글뤼바인(뜨거운 와인) 마시고 또 뭐?

....

그래, 가자 가! 내가 (더러워서)간다.

(사실은 게을러터졌다는데 안 그렇다는 걸 보여주려고 가는 것이죠~)

 

그라츠에 가서 간만에 (남편)친구들 만나서 수다 좀 떠는 것이니 괜찮겠거니..했었는데.

간다고 하니 남편이 얼른 들고 나오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라츠에 차에 남편이 잽싸게 싣는 것들은 내가 잊고 있었던 것들!

 

우리가 그라츠에 살 때 매번 시댁인 린츠에 오갈 때마다 중간의 산악(스키장)지역에서 노르딕스키를 타고는 했었습니다.

 

린츠에 살고 있는 지금은 그때보다 노르딕스키를 타는 횟수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때는 겨울에 린츠를 오갈 때마다 중간에서 스키를 타면서 시간을 보냈었는데..

남편이 그라츠에 가려는 이유가 친구보다는 이 여가활동을 위해서였던 거죠.

 

그라츠에 가면서 타고, 오면서 탈 수 있으니 말이죠.

 

나 입가에 아직 난 열성포진 있어서 무리한 운동하면 안 돼!

알았어. 그럼 노르딕스키는 말고 눈신발 신고 걷자!

 

마눌이 온몸이 뻐근한 휴가 3일에 연이어 11시간 근무를 이틀하고 나니 육체적으로 피곤해서 열성포진이 입 옆에 생겼다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여전히 뭔가를 할 궁리를 하십니다.

 

조금 덜 피곤해야 입가에 물집도 빨리 가라앉을 텐데..^^;

 

 

 

그렇게 그라츠에 달려가서 우리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부모님의 선물을 사는 거였습니다.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그라츠에 살 때는 매번 사는 크리스마스 선물 중에 하나는..

엄마는 호박씨 오일, 아빠는 슈납스(40도수의 과일주)였습니다.

 

호박씨 오일이나 슈납스는 그라츠가 있는 지역의 특산물입니다.

이 지역에서만 살 수 있는 것들이죠.

 

남편은 이번에 겸사겸사 그라츠에 와서 이 선물도 다시 사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우리가 린츠에 살면서는 그라츠에 와야만 살 수 있는 이 선물도 하지 못했었거든요.

 

짧은 12일로 그라츠에서 볼일(선물 사고, (남편)친구 만나 수다 떨고, 글뤼바인 마시고)보고 다시 린츠로 돌아가는 길에는 남편이 계획(?)한대로 샛길로 샜습니다.

 

 

 

도속도로에 옆새서 조금만 산으로 올라오면 눈이 이렇게 쌓였습니다.

 

고속도로에 내리는 눈은 소금을 뿌려서 인위적으로 녹이지만, 산속에는 소금을 안 뿌리는지라 길을 눈 쓸어내는 트랙터가 지나가니 밑에 남은 눈들은 더 단단해져서 빙판이 됐습니다.

 

빙판이 된 산 속의 구불구불한 고갯길에서 남편은 몇 번이나 차를 컨트롤 할 수 없었습니다.

 

커브 길에 차가 자기 마음대로 돌아버리면 반대편 차선에서 오는 차와 사고 날 확률이 높죠.

 

눈이 억수같이 오는데, 날씨도 추운지라 눈길은 빙판길이 되어 가는데..

남편은 자꾸만 산 위로 올라갑니다.

 

올라갈 때는 그렇다고 쳐도 내려올 때는 위험 할 거야.
.....

 

그라츠에 사는 남편의 옛 동료가 마침 그 근처에 스키 휴가를 와있다고 해서 그 친구 커플과 만나기로 한 스키장에 도착하니 빙판길이라 올라오다가 중간에서 못 오고 있다는 대답.

 

결국 그 친구 커플을 태워오기로 하고 산을 내려가는데..

구불구불한 빙판길을 내려가다가 차가 두세 번 미끄러졌습니다.

 

다행이 반대편 차선에 오는 차가 없어서 사고는 없었지만, 사고가 났다고 해도 스노우 체인 필수인 산길을 체인도 없이 올라왔으니 사고가 나도 누구 탓도 못할 뻔 했습니다.

 

이리저리 미끌거리는 산길을 무사히 내려가서 친구커플을 만나서 낸 본 결론!

산 위는 무리가 있으니 그냥 산 아래서 그 주변을 걷기로 하자!!

 

 

 

눈신발을 신고 하는 산책은 그냥 평평한 눈길을 걷는 줄 알았었는데.. 남편의 친구는 모험가정신이 투철한 인간형인지라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계곡을 따라서 산을 올랐습니다.

 

계곡의 물기 때문에 눈 아래 쌓은 나뭇잎이 미끌거려서, 눈신발을 신고 땅을 디디면 발이 계속해서 미끄러집니다. 가파른데다가 발을 디디는 곳은 미끌거리니 앞장섰던 남편의 친구는 발을 잘못 디뎌서 그냥 아래로 쭉 내려갑니다.

 

남편이 얼른 손을 내밀어서 계속 내려갈 친구를 구조는 했는데..

그렇다고 중간에 내려가는 건 더 위험하니 그 미끌거리는 산길을 오르기는 올라야 하겠고..

 

나중에는 네발로 기다시피 산을 올랐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눈길 산책을 끝내고 마눌은 남편한테 딱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 다음번에는 저 친구들이랑 같이 산책 가지 말자!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들이니 또 몇 년쯤 지난 후에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산책은 몇 년에 한번으로 만족하니 말이죠.^^;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