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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나는야 수다쟁이 마눌

by 프라우지니 2017.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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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퇴근하면 마눌은 쪼르르 달려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남편, 나 오늘 있잖아..”

 

이렇게 시작하는 마눌의 이야기는 뭘 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남편이 묻지 않아도 줄줄이 비엔나처럼 줄줄줄 나옵니다.

 

이렇게 수다스러운 마눌인데 저녁에 퇴근한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오지도 않고,

주방에 앉아서 남편이 와도 신경도 안 쓰고, 소닭 보듯이 멀뚱거리면서 본다면?

 

아주 위험한 상태입니다.

 

마눌이 이렇게 나오면 남편이 납작 엎드려서는 마눌의 눈치를 살피죠.

 

남편이 마눌에게서 가장 듣기 좋아하는 것은 과장 섞인 자랑입니다.

 

 

초여름에 집에서 30분 걸리는 쇼핑몰에 놀러갔다가 업어온 겨울부츠.

 

남편이 보면 잔소리를 하는지라 지하실에 잘 감춰났었는데..

이제 겨울도 다가오는지라, 꺼낸 김에 남편한테 자랑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때는 남편의 잔소리가 안 무서운 거죠.^^

 

 

 

“남편 이것 봐, 이거 내가 여름에 18유로 주고 사놨던 부츠거든. 예쁘지?”

“....”

“근디..이거 고어텍스다.”

“....”

“이거 원래 131유로짜리 엄청 비싼 건데, 18유로주고 샀어. 완전 거저지?”

“....”

 

이번에는 부츠를 신고는 남편 앞에서 까불락 거립니다.

 

“봤지 봤지? 완전 예쁘지? 고어텍스 부츠여서 겨울에 물도 안 들어온다.”

“....”

 

남편이 듣거나 말거나 혼자 신나서 신발자랑을 하는가 싶더니만,

이번에는 오늘 산 양말을 들고는 남편 앞에서 춤을 춥니다.

 

 

 

남편 남편, 이것 봐, 이거 내가 오늘 산 양말인데 완전 좋다.“

“....”

“원래는 까만색 사러 갔는데, 까만색은 못 찾고 대신 이걸로 사왔어.”

“....”

“이거 3켤레에 3.50유로다. 싸지?”

“....”

 

 

 

“남편 이거 봤어? 양말 뒤에는 불 비추면 반사된다.”

“...”

“이거 자전거 탈 때 신으면 왔다 야. 그치?”

“....”

“완전 좋지. 그치? 당신도 사줄까?”

“아니 됐어.”

 

남편이 듣거나 말거나 마눌은 사온 것이 얼마나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 자랑에 자랑을 합니다. 마눌은 물건을 샀다고 할 남편의 잔소리가 무섭지 않는 모양입니다.

 

사실 무섭다기보다는 궁시렁거리는 소리가 듣기 싫은 거죠.

하지만 가끔은 신이 나서 떠드는 마눌에게 남편은 말없이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비싼 물건을 산 것도 아니고 저렴한 물건을 사와서는 너무 좋아하니 그냥 듣는 것이 좋은 것인지.. 그저 아빠미소로 마눌의 까불락거림을 지켜 볼 뿐입니다.

 

마눌은 오늘 기분이 아주 좋은 날입니다.

저렴하게 사온 물건 자랑을 남편 앞에서 심하게 자랑 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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