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지는 3남2녀 중에 차남이십니다.

지금은 다 은퇴하신 형제분들과의 관계도 상당히 좋으신 편이시죠.

 

형제분들은 매주 만나셔서 게임도 하시고, 당구도 치시고,  일 년에 두어 번 낚시로 잡은 송어를 훈제해서 형제분들을 초대하시기도 하고, 꽤 자주 만나십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생활까지 관여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단지에 사시는 시 삼촌이 몇 년 전에 이혼을 하실 때는 형제분들이 아무 말도 안하셨다고 합니다.

 

“아빠,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삼촌 이혼하시는데 어떻게 아무말씀도 안하셨어요?”

“자기가 말을 안 하는 데 우리가 뭐라고 하냐?”

“그래도 이혼하시기 전에 시숙모랑의 관계나 문제에 대해서 말씀을 안 하셨어요?”

“그런 이야기는 당사자가 이야기하기 전에는 우리도 이야기 안한다.”

 

참 신기했습니다.

 

한국 같았으면 형제 중에 누가 하나 문제가 생겨서 이혼을 하게 되면 다들 거기에 관여를 하죠.

그것이 실제적으로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던 안 되던 말이죠.

 

특히나 형제분들과 사이도 좋고, 자주 만나시는 3남2녀인데..

그중에 하나가 이혼을 하는 상황임에도 다들 입을 꾹 닫고 그 상황을 지나쳤습니다.

 

시어머니는 9남매의 형제분이 계십니다.

그중 두어 분은 돌아가셨다고 알고 있고, 그 외 여러분들이 계시지만..

 

결혼한 지 10년 동안 시어머니가 형제, 자매분들과 단체로 만나시는 건 보지 못했습니다.

 

시어머니의 바로 위 언니인 시이모를 한두 번 만나 뵈었었고, (그것도 시 큰아버지가 훈제송어 파티를 하시는 곳, 바로 옆이 시어머니 언니분의 주말농장인지라.)

 

양봉을 하신다는 시어머니의 오빠 댁에 꿀 사러 한 번 가서 인사를 했었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형제, 자매들과 함께 모여 잔치 아닌 잔치를 하시는 시아버지 댁의 형제분들과는 달리, 시 어머니 댁의 형제분들은 한 번도 모이시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멀어봐야 차로 10분내외면 갈수 있는 곳에 사시는데 말이죠.

 

시부모님 두 분 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활동적인 생활은 안 하시지만..

시아버지는 같은 단지에 사시는 동생이 일주일에 3번 당구 치러 오시고,

 

형님은 매주 일요일 오후에 오셔서 저녁까지 카드놀이 하시면서 시간을 보내다 가시죠.

나름 친구기능이 있는 형제분들이십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외톨이십니다.

가까이 살고 있는 언니들도 몇 년째 만나시지 않고, 하루를 집에서 보내시죠.

 

한 달에 2번 다니시는 “두뇌운동” 코스를 다니시는 것이 그나마 하시는 활동의 전부인데..

그나마도 한동안 “거기 오는 인간들이 맘에 안 든다.”는 이유로 안 다니시다가 요즘에야 다시 다니시죠.

 

어르신들 위한 “두뇌운동”코스인지라 대부분은 80대에 90대 할매들이 계시다고 들었는데..

그 반에서는 60대 후반이신 시어머니는 가장 어린 학생에 속하죠.

 

“엄마, 사람 보러 가시는 것이 아니잖아요.

길어봤자 한 시간 반인데, 그 시간 동안 맘에 안 들어봤자 그게 뭔 상관이예요?“

 

며느리의 핀잔 아닌 핀잔을 들으신 후에야 다시 다니시게 된 “두뇌운동코스.“

 

“왜 가까이에 사는 언니도 안 만나시냐?”고 여쭤보니..

“자꾸 질투를 해서..” 하셨습니다.

 

누가 질투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인지..

원래 자매사이가 친하다가, 싸우다가를 반복하는 사이인데..

나는 나이가 들수록 언니들이 나랑 평생을 살아온 친구 같고 더 좋던데..

 

오늘은 뭔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서론이 긴 고 하니...^^;

시어머니는 친구 분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시댁 자두나무 아래에 터잡고 자라는 라벤다.

 

우리가 시댁에 살러 온다고 했을 때, 시어머니가 참 좋아하셨습니다.

이야기 할 상대가 있다고 말이죠.

 

그렇게 처음에는 외로우신 시엄마의 친구가 되어드리려고 했었습니다.

시간만 나면 시어머니가 하루 종일 앉아서 TV를 보시는 거실로 찾아가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2년 동은 직업교육 받는답시고 바쁘게 사는 동안은 시어머니를 자주 뵙지 못했습니다.

이른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돌아오는 생활이니 얼굴을 못 보는 날이 더 많았거든요.

 

부부가 나란히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했던지라,

주말이 되어야만 늦잠이 가능했습니다.

 

간만에 잠이 부족한 부부가 늘어지게 자는데, 불쑥 불쑥 노크를 하고 들어오시는 시어머니 때문에 부부가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상황이 몇 번 있었지만 그러려니 했었고..

 

어떤 날은 노크도 없이 우리부부가 자고 있는 침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셨을 때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러려니 했습니다.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으셔서 오셨을 테니 말이죠.

 

시댁에서 사는 기간이 길어지니 이제는 시어머니의 행동이 조금씩 부담스럽습니다.^^;

 

남편은 부모님과 웬만하면 대화를 안 하는 편입니다.

아예 두 분 앞에서는 입을 다물고 있죠.

 

그나마 며느리가 두 분의 궁금해 하시는 것들을 대답해 드리는데..

사는 기간이 길어지니 시어머니의 관심이 자꾸 부담이 됩니다.

 

우리가 시댁에 들어온 이유가 “며느리의 직업교육을 받는 기간인 2년“ 동안인 걸 아시면서..

그래서 좁아터진 공간에 열악한 환경이여서 터져 나오는 불만을 매일매일 가슴에 접어놓고 살았구먼.. 부모님은 모른 척 하십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렇게 더부살이 하는 것처럼 살았으면 하시는 것인지.. 집 주인이 1명이 아닌 2명(시아버지, 시누이) 이고, 우리가 없는 낮 동안에 시아버지가 수시로 우리 집에 와서 확인을 하시는걸 아는지라 받은 스트레스가 엄청났는데, 계속 그 스트레스를 받으라는 이야기이신 것인지..

 

어쩌다가 우리부부의 앞으로의 계획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시어머니가 제일 못마땅 해 하시는 부분이죠.^^;

 

“엄마, 내가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가을까지만 여기에 있는다고!”

“그럼 또 뉴질랜드 가냐?”

“그렇겠죠. ”

“ 언제가냐? 이번에는 또 얼마나 가냐?”

“아마 겨울 전에는 출국하겠죠. 얼마나 있다가 올지는 모르겠어요.

 

당신 아들이 아직 공식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제가 대충 눈치로 알고 있는 건 겨울이 되기 전에 가서 1~2년 있음 다시 오지 싶어요.”

“개는 왜 그런 다냐? 너는 안 간다고 하면 안 되냐?”

“그건 당신 아드님께 물어보시고, 마눌이 안 간다고 해서 계획을 바꿀 거 같지는 않아요.”

“그렇게 살면 나중에 연금도 못 타는데 어쩐다냐?”

“당신 아드님 대학교육 받았던 10년  동안을 따로 연금보험 지불 해 놔서 지금 은퇴해도 나중에 나올 연금은 있어요.”

“집도 없는데 나중에 몇 푼 안 되는 연금으로 어떻게 월세를 내고 산다냐?”

 

왜 당신 아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하시면서, 당신 아들의 계획을 며느리에게 물으시는 것인지..

왜 당신 아들의 못 마땅함을 며느리에게 짜증을 내시는 것인지...^^;

 

사실 시어머니가 집요한 질문으로 스트레스 주시니 남편이 아예 시어머니와 이야기를 안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학비를 대주신 것도 아닌데 자기 인생 계획에 참견을 하시니 말이죠.

 

질문은 항상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하시고..

한번 우리 방에 오시면 안 가시려고 하시는지라 남편도 곤욕스러워하거든요.

그래서 입을 다물고는 노트북 앞에 머리를 묻어버립니다.

 

친구가 없으신 시어머니가 안타까워서 친구처럼 대해 드리고 싶었는데..

살다보니 시어머니는 며느리와 절대 가까워질 수 없다는 걸 깨닫습니다.

 

우선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죠.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절대 동등할 수 없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마음에 안 드시면 어떤 말씀도 하실 수 있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가 마음에 안 들어도 그냥 “네”로 마무리 하니 말이죠.

 

함께 쇼핑도 못하는 사이죠. 30년의 세대 차이는 절대 뛰어넘지 못하는 시간이고,

옷을 입는 스타일도 다르고, 특히나 저는 누구와 함께하는 쇼핑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옆에서 두어 시간 옷을 고른다고, 입어본다고 기다리다가 속이 터져 죽을 수도 있거든요.^^;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다고.. 있을 때 잘해 드리자!”

 

마음을 이렇게 가다듬고 또 가다듬지만 매번 시어머니와 대화를 하다보면..

역시나 시댁은 멀리 떨어져서 가끔 방문하는 거리여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일년에 서너번 방문해서 시어머니가 손님대접 해 주실 때가 좋았습니다.

그때는 거리감도 있는지라 말도 조금 가려하시는거 같고, 나를 존중해주시는것도 같았는데..

 

같이 사는 지금은 이런 느낌은 사라진지 오래됐습니다.

시어머니에게는 편한 며느리인지 모르겠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와 점점 더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며느리라고 해서 모든 짜증을 다 받아주는 기능이 있는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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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7.08.06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