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해서 해외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친구사귀기”.
마음 맞는 한국친구가 곁에 산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죠.
한국친구가 아니더라도 마음 맞는 친구가 옆에 있으면 좋지만..
그렇다고 부부싸움 한 후에 달려갈 만한 곳은 아닙니다.
부부싸움 하고 나면 젤 만만한곳이 친정이나 언니집.
저는 친정도 언니도 이곳에 안 살고, 그나마 친구도 없습니다.
부부싸움을 한 뒤에는 마눌이 하루정도 외박을 해줘야 남편이 걱정을 할 텐데..
외박도 잘 곳이 있어야 하는거죠.?
어디 가서 잠을 잘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라츠에 살 때는 “친구”라 부를만한 몇이 있었지만,(그래도 잠을 자지는 못하죠.)
린츠에 살고 있는 요즘은 친구도 없이 노트북을 벗 삼아서 살고 있습니다.
린츠에 산지 3년차.
이곳에 와서 직업교육 받은 2년 동안 같은 반 친구 중에는 친구 할만한 인재가 없었고,
직업 교육받는 2년은 실습생으로 이제는 직원으로 근무하는 요양원에서도 친구는 없습니다.
하루 10시간이나 같이 일을 하지만, 직원들끼리 히히덕 거리면서 소소한 개인사를 이야기 하는 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 옆을 지키는 것이 더 건설적이기도 하고, 아직 새내기 직원인 저랑 친구 해 주는 직원은 아직 없습니다.
10~20년을 같이 근무하면서 돈돈해진 관계들인지라,
외국인이면서 초짜직원인 저는 들어가지 못하는 그들이 세계입니다.
이래저래 외톨이여서 그나마 친한 친구를 꼽으라면 남편뿐인데..
남편이랑 한바탕 하고 나면 정말 갈데없는 불쌍한 신세가 됩니다.^^;
신혼초기부터 한바탕 푸닥거리를 하고는 문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갈데없는 일요일은 괜히 버스타고 유일하게 문을 여는 기차역의 슈퍼마켓을 갔다 왔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집에 들어가면 언제 전쟁이 있었냐는 듯이 웃으면서 날 반기는 남편.
갈데없는 마눌의 신세를 알아서 그러는 것인지, 성격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전쟁은 마눌이 한 번 나갔다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마됩니다.
사실 무마라기보다는 마눌은 아직 뿔이 나있는데, 갈 데가 없어서 동네 한 바퀴 돈 마눌이 집에 들어서면 남편이 곰 같은 덩치로 마구 달려와서 마눌한테 폭 안깁니다.
상상이 되시나 모르겠는데..
곰 같은 남편이 작은 덩치의 마눌에게 안기는지라 마눌이 뒤로 밀려가는 상황이 됩니다.^^;
아마 신혼 때는 갈데없는 마눌이 집을 나갔으니 올 때까지 걱정이 돼서 그랬던 거 같은데..
결혼 10년차가 된 지금도 마눌이 (싸우고) 집 나갔다 들어오면 남편은 그전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싱글벙글하면서 마눌을 반겨줍니다.
요새는 전투가 일어나면 나보고 빨리 나가라고 등을 떠밀어냅니다.
마눌이 밖에 한 바퀴 돌고 오면 스트레스를 조금 해결하고 온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얼마 전에 우리부부가 치열한 전쟁을 했었고, (시작은 항상 사소한 것으로..^^;)
마눌이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성질을 내니 남편이 마눌 등을 떠밀어서 쫓아냈습니다.
네, 이제는 마눌이 먼저 집을 나서기 전에 남편에게 쫓겨나는 상황이 됐습니다.^^;
갈 곳도 없고, 만날 사람도 없는데 쫓겨나 보신 적 있으세요?
참 답답합니다.
“어디로 가야하나~~” 노래가 절로 나오죠.^^;
남편에게 쫓겨난 날이 가게들이 다 문 닫는 일요일 이였음 정말 난처했을 텐데..
다행히 토요일입니다.
토요일은 가게들이 오후 6시까지는 문을 여니 일단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섰죠.
동네 쇼핑몰보다는 전투로 쌓은 스트레스를 풀 요령으로 집에서 자전거로 30분 걸리는 쇼핑몰에 가서는.. 시간을 보내야하니 쇼핑몰을 돌고 또 돌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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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의지도 없는 신발을 신었다 벗었다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신발이 맘에 들면 살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신발을 살 마음이 안 생기죠.
집에서 쫓겨나서 갈데없어 헤매고 있는데 뭘 한들 마음이 편하겠어요.
집이 세상에서 젤 편한 곳이고, 열 받으면 침대에 누워 자는 것도 좋아하는디..^^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3시간이 흘러서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마눌이 들어서니 남편이 신나게 달려옵니다.
“어디 갔었어? 재미있었어?”
마눌이 나가기 전에 피 튀기던 전투는 다 잊은 듯이 행동합니다.
마눌 쫓아내고는 혼자서 그 기억을 다 지운 모양입니다.^^;
“뭘 어디가? 마눌이 갈 데가 어디 있다고 쫓아내냐? 다음번에는 당신이 나가.”
“어디 갔다 왔는데?”
“자전거타고 30분가서 쇼핑몰 돌고 또 돌았다.”
“그랬어? 뭐 안 샀어?”
“쫓겨나서 시간을 때우는 중인데 뭘 사고 싶은 마음이 나겠어?”
“.....”
결혼 10년차이면 이제는 마눌을 알만도 한데,
남편은 말 한마디로 마눌을 훌러덩 뒤집어서 항상 전쟁이 시작됩니다.
집 나가도 갈 데도 없는 신세이니 이제는 남편의 말 한마디를 못 들은 체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님 나가서 만날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인지, 둘 중 하나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저는 부부 싸움할 때마다 갈 곳 없어 길 위에서 서성이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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