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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세상 모든 남편의 마음은 같다?

by 프라우지니 201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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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남편에게 충격적인 말을 들었었습니다.

 

마눌이 시간제로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꼬박꼬박 통장으로 들어오는 것 같은데..

마눌은 항상 돈이 없다고 하고, 돈이 어디 있는지 물어봐도 마눌은 묵묵부답.

 

사실 내가 번 내 돈인데 남편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죠.^^

 

마눌이 얼마나 모아놨는지 궁금한 모양인데..

아무리 물어도 마눌이 대답을 안 하니 남편이 회유도 했었습니다.

 

“계좌에 얼마나 있는지 말해주면 내가 20유로 줄게.”

“싫어.”

“그럼 30유로.”

“한 100유로 준다고 하면 생각 해 볼께!”

 

마눌이 얼마나 갖고 있는지 알고 싶다고 100유로까지는 통 크게 쏘지는 않는 남편!

그래도 궁금하니 이런저런 질문을 돌려서 하다가 남편이 뱉은 한마디.

 

“당신 돈 다 한국에 보내?”

 

헉^^; 세상에 모든 남편들은 이렇게 생각 하는 걸까요?

 

내 마눌은 내가 벌어다 준 돈을 다 친정에 갖다 준다?

나는 남편이 벌어다 준돈도 아니고, 내가 번 돈인데, 그 돈을 한국에 보낸들 무슨 상관이라고?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시집온 이주여성들이 가난한 외국 친정에 돈을 보내기 위해서 일을 하기도 하고, 한국인 남편도 자신의 외국인 마눌의 친정에 매달 일정한 금액의 생활비를 보내기도 하죠.

 

나는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온 아낙도 아닌데..

남편이 왜 이런 괴상한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아무리 마눌이 저금한 돈의 행방을 안 가르쳐 준다고 해도 이런 말은 좀 그렇죠.^^;

 

“나 한국 계좌에 돈 있거든, 여기서 보내지 않아도 될 만큼은 있어.

그리고 내가 한국에 왜 돈을 보내? 언니도 동생도 다들 잘 먹고 잘 살고 있는데?”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했었고!

남편도 나중에 알게 된 마눌의 예금액에 상당히 놀랐었습니다.

 

“돈 없어”로 일관하면서 남편에게 시시때때로 교통비, 학원비의 반을 받아가더니만,

사실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은행에 들어있는 돈을 쓰지 않으려고 마눌이 그랬다는 것을!

 

마눌의 저축이야 어디로 가지 않으니 그대로 있지만..

이때 알게 된 남편이 진심.

 

“마눌은 돈을 한국으로 보낸다.”

 

한국에서도 돈 벌어다주는 남편이 진심은 아니라고 해도 마눌에게 이렇게 묻죠?

 

“벌어다 주는 돈 다 어디에 쓰냐고? 혹시 친정 갖다 주냐고?”

 

집에서 살림하는 마눌은 알뜰하게 살고, 친정 부모님 용돈은 못 드려도, 시부모님 용돈은 챙겨드리고, 친정 부모님 생신 때는 싸구려 선물을 사드리지만, 시부모님 생신 때는 값비싼 선물을 사는구먼, 이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열 받죠.

 

세상에 모든 남편들이 생각하는 “돈은 친정에 갖다 주니?”에 내 남편도 해당이 되고 있었습니다. 외국인 남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아마도 그때부터였나 봅니다.

제가 한국가면 쓰려고 조금씩 비상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한국 갈 때 은행에서 큰 금액의 돈을 빼면 남편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듣겠죠.

 

“왜? 그 돈 한국에 갖다 주려고?”

 

내 돈 내가 한국에 갖다 준다고 별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사실은 한국에 갖다 주는 것이 아닌 내가 쓰기 위함이지만, 남편 입에서 나오는 이 소리는 은근히 불쾌합니다.

 

제가 차고 있는 쌈지 돈은 3종류입니다.

아니 이제 4종류가 되가네요.^^

 

 

 

제가 직업교육을 받는 2년 동안의 기간 동안 노동청과 제 실습요양원에서 받았던 지원금 중에서 매달 100유로씩을 꼬불쳤었습니다. 그렇게 모아놓은 100유로짜리 지폐가 24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이런저런 때에 선물 대신에 받았던 현찰.

 

그때마다 나를 위한 선물을 사는 대신에 그냥 모았습니다.

나중에 갖고 싶은 것이 생기면 사려고 말이죠.

 

그렇게 모아놓은 선물비가 한 500유로 됩니다.

 

 

남편에게 받은 보너스, 주은 돈, 머리를 잘라주고 받은 돈,

잔심부름 하면서 받은 팁등을 모은 돈이 또 한 500유로.

 

 

그리고 제가 취직 후, 받는 월급 중에 한 달에 200유로씩을 따로 빼놓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모아서 나중에 한국 가서 쓰려고 말이죠.

 

이런 저런 쌈지 돈을 만드는 이유는..

한국 갈 때 한 번에 큰돈을 인출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에 모든 남편들에게 고합니다.

설령 마눌이 친정에 뭔가를 갖다 준다고 하더라고 그렇게 묻지는 말아주십시오.

 

“왜? 다 친정 갖다 주려고”

 

시댁에는 갖다 주면서 친정에는 갖다 주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마눌에게는 이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이니 말이죠.

(최소한 저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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