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살다가 시댁에 들어오게 된 이유는 저의 직업교육 때문이었습니다.
제 계획했던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린츠여서
남편도 마눌 때문에 린츠 근처의 지점에 근무를 신청했었습니다.
전에 했던 일과는 조금 다른 종류의 일이고, 동료들 또한 전에 알던 사람들이 아니라 새로 사귀어야 했고, 근무연수와 경력이 있는 직원이라 아무 프로젝트에나 투입 되지 않는 단점이 있어서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받는 듯 했습니다만, 새 프로젝트를 맡아서 회사의 외국 거래처에 출장을 다니니.. 남편 나름대로 잘 적응한 모양입니다.^^
남편이야 월세도 조금 내고, 가끔은 엄마가 해 주는 음식도 먹을 수 있는 집이니 마냥 편하겠지만..사실 며느리인 마눌에게는 마냥 편할 수 없는 곳이 시댁이죠.
떨어져 살면서 일 년에 두서너번 방문하고, "손님"으로 머물 때는 시부모님과 마냥 편하게 지냈었는데.. 다른 건물에 산다고 해도 같은 집에 살다보니 눈치 보이는 것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일하고,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일하러 다녔던 2년 동안에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지라 좁아터진 집 때문에 가끔 짜증이 나기는 했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요즘은 자주 짜증이 납니다.^^;
시시때때로 열쇠로 문을 열고 며느리가 글 쓰면서 시간을 보내는 주방까지 단숨에 들어오시거나,
요란스런 초인종을 누르면서 우리 건물로 오시는 시어머니 때문에 주방에 있다가 계단을 뛰어내려 가야하는 일들이 꽤 자주 있고!
(어떤 날은 열쇠로 열고 들어오시고, 어떤 날은 초인종을 누르시고^^;)
남편과 마눌이 방에 나란히 있는데, 노크도 없이 방문을 덜컥 열고 들이닥치시는 시아버지.
아들에게 물어볼 말이 있어서 오시는데, 노크는 하지 않으십니다.^^;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다가 들이닥치시는 시아버지의 등장에 벌떡 일어난 적도 꽤 있었습니다.
우리방의 구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눌러야 하실듯..
http://jinny1970.tistory.com/1584 호텔된 우리방,
노크를 곧잘 하시던 시어머니가 노크도 없이 아들 부부의 방문을 벌컥 여셨을 때는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때 부부가 침대에서 뒹굴거리면서 TV보고 있었거든요.
별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침대에 누워 있다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시부모님을 마주치면, 사실 아주, 많이. 심히 거시기 합니다.^^;
약간의 짜증이 올라오기도 하구요.^^;
우리부부의 주말은 항상 편안한 오전시간을 보냅니다.
늦으막히 일어나서 마눌이 주방에서 아침을 챙겨서 가지고 오면 침대에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면서 아침을 먹은 후에는 누워서 뒹굴거리면서 TV를 봅니다.
결혼 10년차이면서도 남편은 아직도 마눌과 장난치는 걸 좋아하시는지라.. 주말의 오전은 침대에서 레슬링을 하거나 서로 치고받고, 깨물고 하는 약간의 장난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이렇게 뒹굴거리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가 밖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
부부의 눈길이 서로 마주치고는 동시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몸이 밖의 소리에 자동으로 반응을 합니다.^^;
우리 방에 있으면서도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니,
항상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죠.^^;
애초에 시댁에 들어온 이유가 2년 동안의 직업교육 때문이었고,
이제는 직업교육도 끝났으니 시댁을 떠나야 할 거 같은데,
남편은 아직 떠날 시기를 말하지 않습니다.
며느리는 슬슬 지쳐가는 시집살이인데 말입니다.^^;
"남편, 여기는 당신 집이라 당신은 편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니거든!"
"...."
"딱 2년이라며? 계속 린츠에 있으려면 이사를 나가던가!"
"...."
"좁아터진 집에 사는 것도 이제는 지겹거든.."
"..."
"나도 사생활을 좀 가져보자고!"
"..."
"나 없는 사이에 시부모님이 들어오시니 매일 청소에 신경 써야하고, 시누이가 들이닥치는 주말이면 대청소도 해야 하지. 그리고 왜 오기 전에 미리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연락을 안 하고 오는 겨? 올케말이 우스운겨? 아무리 자기 집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지금은 오빠내외가 엄연히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데, 최소한의 매너는 지켜줘야지."
"..."
"오빠가 저렴한 월세내고 여기서 영원히 살까봐 걱정되서 그러남?"
"..."
"자꾸 밍그적거리면 나 혼자 방 얻어서 나간다."
"..."
마눌의 말은 안 듣는 척 하면서도 들을만한 건 새겨듣는 남편인지라,
한번만 말하고 그냥 넘어갑니다.
처음에는 편했던 시집살이인데, 살다보니 역시나 며느리는 며느리인뿐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시부모님은 편하다고 하시는 행동이실지도 모르는데..
며느리는 시시때때로 노크도 없이 들이닥치시는 시부모님이 살짝 부담스럽습니다.
"아들부부의 사생활"은 살짝 지켜주셨음 하는 바람도 있구요.
20년 이상 "부모님이 앞으로 내게 주실 집"이라고 생각하는 시누이인지라, 은연중에 "자기 집'인양 행동하는 시누이의 행동도 작은 금액이나마 월세를 내고 살고 있는 오빠 부부의 "임차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동인거 같아서 심히 불편합니다.
특히나 집에 내려올 계획이면 문자 하나 보내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올 때마다 그걸 무시하는 것인지.. "올케가 외국인이여서 무시하나?"하는 자격지심까지 들게 합니다.
무엇보다도 좁아터진 단칸방 살이는 이제는 끝내고 싶습니다.
침실 하나에 주방도 반, 욕실도 반만 사용하는 반쪽이 임차인 생활은 그만하고 싶고,
우리부부가 없는 사이에 누군가가 우리 집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이 가정주부에게는 꽤 큰 스트레스인지라, "사생활 없는 생활"은 이제 이쯤에서 끝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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