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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마지막 근무

by 프라우지니 2017.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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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긴 2년의 직업교육을 정말로 마치는 날!

 

실습요양원에서 실습생으로서의 마지막 근무를 하는 날입니다.

 

학교는 이미 시험도 치고, 졸업식만 남겨놓은 상태이지만, 졸업할 때까지 실습요양원에서는 일을 해야 했기에, 정말로 직업교육을 마쳤다는 기분은 들지 않았었는데...

 

이제야 제대로 끝을 내는 거 같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는 것이 중년아낙에게는 몸이 고단한 일이라서 마지막 근무 하는 날에 뭔가를 해 가야 할까? 약간의 고민을 하기는 했었지만, 그냥 해 가기로 했습니다.

 

나에게는 전부 감사한 사람들이니 그들에게 감사를 하고 싶어서 말이죠.

 

보통은 집에서 케이크를 구워오지만, 난 케이크를 먹는 문화에서 온 인간도 아닌지라..

병원 실습할 때 인기를 끌었던 김밥을 해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번의 김밥재료는 시간도 부족해서 대충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 했습니다.

 

 

 

 

재료 몇 가지만 사서 준비했습니다.

당근, 시금치, 소고기, 달걀에 단무지 대신에 그냥 오이피클을 넣었습니다.

 

김은 한국서 공수해온 질 좋은 김을 사용한지라 당근 김밥은 맛있었습니다.^^

 

전날 오후에 김밥재료를 준비하면서 시부모님과 남편한테 간단한 한 끼로 대접하고..

마지막 출근하는 날은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준비 해 놓는 재료를 데우고, 김밥을 말고, 썰고..

 

그렇게 두툼한 김밥 5줄을 챙겨서 요양원에 갔습니다.

 

마지막 일하는 날이라고 해서 일을 대충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평소대로 했습니다.

 

그날 함께 근무하는 직원이 실습생인 날 “목욕탕”으로 보내버리는 바람에 목욕탕에서 땀 흘리며 어르신 4분을 목욕시켜드리니 오전시간이 훅~ 갔습니다. 아직 실습생이니 기존의 직원이 자기들이 하기 싫은 혹은 조금 힘든 일을 나에게 넘겨도 그냥 해야 합니다.

 

하긴, 실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벗었다고 해도 새내기 요양보호사인 나에게 모든 직원은 선배들이니 선배가 하라는 일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내가 일을 하기 싫다고 거절할 수는 없죠.^^;

 

그렇게 김밥을 싸가지고 요양원에 가서 직원들이 모이는 휴게실에 김밥을 펴놓았습니다.

일일이 인사를 못하니 그냥 하얀 종이에 쪽지를 써놓았습니다.

 

 

“전 직원들에게 감사! 오늘이 제 마지막 날입니다.

”한국 김밥“을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이날 근무한 직원들중 나에게 친절하고, 안 친절하고를 떠나서 모든 직원들이 작별인사를 해왔습니다. 나름 나에게 친절했던 직원들은 나를 꼭 안아주었고, 별로 안 친절했던 직원들은 그냥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해왔습니다.

 

그러면서 모두들 언제쯤 제가 근무를 하게 되는지를 물어왔지만 대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요양원에서는 절 직원으로 채용할 마음이 있지만,

현재 요양원이 상태가 직원이 필요 없는 상태거든요.

 

손길을 많이 필요로 하는 어르신 몇 분이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빈방이 몇 개 되다 보니 지금 있는 직원이 남아도는 실정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4월에는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제가 지난 2년 동안 근무했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가 됐습니다.

 

저의 입사원서는 이미 본사에 접수를 한 상태이니 본사에서 어느 지점으로 발령을 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운이 좋다면 다시 실습요양원으로 돌아 올수도 있고, 아니면 자전거타면 비슷한 거리에 있는 또 다른 요양원으로 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거기도 완전 모르는 곳은 아니지만.. (그곳에서 2년 전에 4일 실습을 했었고, 그곳에 있는 데이센터에서 160시간 실습을 한지라 몇몇 직원의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가 2년 동안 주구장창 머물렀던 곳처럼 만만하지는 않죠.

이 문제는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니 그냥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소냐와 우리병동 책임자인 크리스티나에게 진주 팔찌를 살며시 전해줬고..

퇴근시간이 가까질 무렵에는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했습니다.

 

방문을 노크 하는 것도 직원들의 습관인지라..

어르신들은 노크 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아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지난 2년 동안 항상 3번 문을 두드린 후에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면서 노크하는 직원도 있고, 노크 한 번 하고는 안에 계신 어르신이 대답할 시간도 없이 문을 훌러덩 여는 직원도 있습니다.

 

원래 어르신들의 사생활을 지켜드려야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할 수 없으신 분들이 많으시다보니 어르신들이의 사생활보다는 그저 직원의 편의에 의해서 노크의 횟수가 결정됩니다.

 

노크 3번하면 나인줄 아는 어르신은 노를 하니 대번에 “지니?”하시며 고개를 돌리십니다.

우울증 때문에 식사시간외에는 항상 방에만 계신 어르신이셨는데..

 

 

“어르신, 저 오늘 실습 마지막 날이에요. 그래서 인사 하러 왔어요.”

“그래? 잘됐네. 언제 다시 와?”

“모르겠어요. 지금 요양원에 직원이 필요 없는 상태라 내가 이 지점으로 오게될런지..”

“그래도 왔으면 좋겠는데..”

“보자구요, 운이 좋으면 어르신 4월에 저 다시 올수 있을꺼예요.^^”

 

그렇게 혹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지라 방마다 찾아다니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처음에 날 참 힘들게 했던 어르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은 요양원 생활 14년차의 60대 초반)에게는 앞으로는 조금 더 친절해 달라고 부탁 했습니다.

 

어르신이라고 해서 다 존댓말을 쓰지는 않거든요.

그저 친구처럼 “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R, 나 처음에 니방에 왔을 때 얼마나 진땀 흘렸는지 알아?”

“왜?”

“네가 인상 잔뜩 쓰고는 못 마땅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잖아.

그러는데 내가 어떻게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있어?”

“나 너 좋아하는데..”

“지금은 그렇지만 처음에는 너 나한테 엄청 인상 쓰고 그랬었어. 앞으로 오는 실습생한테는 그러지마. 네가 인상 한 번 쓰면 실습생 완전 쫄아서 일을 제대로 못한단 말이야. 알았지?”

 

R같은 경우, 아침에는 컨디션 때문인지 오만상을 다 찡그리고 있는 스타일인데, 처음에는 그런 그녀를 잘 모르는지라 “날 싫어하다 부다..”하는 마음에 일하는 것이 더 힘들었었습니다.

 

2년이란 시간이 지난 추억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만드는 거 같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로 진땀나는 상황 이였는데 말이죠.

 

마지막 근무를 마치고, 인사를 하고 요양원을 나왔습니다.

데리러 온 남편을 기다리며 요양원을 되돌아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시 이곳으로 주 20시간짜리 시간제 직원으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난 2년간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은 자주 생각나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말 버벅이는 외국인 실습생에게 친절했던 직원들,

말 못 알아들어서 동문서답을 해도 핀잔주지 않고 그냥 웃어 주셨던 어르신들,

참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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