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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남편의 불만

by 프라우지니 2017.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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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어로 간호조무사는 “Pflegehilfe 플레게힐페“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간호조무사는 의사나 간호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합니다.

 

보통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간병하거나, 음식을 먹여드리거나 이미 처방이 나와 있는 약을 전해주는 일등이죠. 약 같은 경우는 의사나 간호사의 지시를 받아야 합니다.

 

간호조무사는 채혈 같은 건 전혀 하지 못합니다.

(아니, 하지 못했습니다.) 이건  간호사의 영역이었죠.

 

간호사도 3번까지 채혈을 시도할 수 있고, 3번이 넘어가면 의사가 출동을 합니다.

 

한국에서는 보건소에 건강검진 갔더니 간호사 복장을 하지도 않는 여직원이 채혈한다며,

내 팔뚝을 쑤시고, 또 쑤시고 3번이 넘어가도 계속 하던데..

 

여기서는 그런 일이 없습니다.

 

의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단 한 번에 채혈을 하더라구요.

역시 경험이 중요합니다.^^

 

아! 제가 간호조무사 이야기하다가 또 채혈로 이야기가 넘어갔습니다.^^;

간호조무사는 지금까지 채혈을 할 수가 없는 신분이였습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의료법이 살짝 바뀌어서 “Pflegehilfe 플레게힐페“가 ”Pflegeassistenz 플레게 어시스턴즈“ 로 바뀌면서 이제는 간호조무사도 환자의 채혈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같은 간호조무사인데 “Hilfe 힐페”라는 독일어에서 “Assistenz 어시스턴트”의 영어 단어로!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와 책임감과 “채혈”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2017년부터 바뀐 이법 때문에 저희는 오스트리아의 첫 번째 플레게 어시스턴즈가 됐습니다.

 

4개와 과목으로 치러진 시험!

어떤 과목인지 물으시는 분께만 살짝 알려드린다면..

 

Palliative 팔리아티브- 불치병 환자들을 마지막 순간까지 간병하는 것 배웁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의 신체변화와 환자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그 뒷수습을 합니다.

 

Hauskrankenpflege 하우스크랑켄플레 (가정 환자간병)

집에서 지내는 환자들을 방문하는 “방문요양”에 대한 과목으로..

환자의 상황을 보고 문제점, 대처, 해결등을 모색하는 것을 배웁니다.

 

Gesundheits- und Krankenpflege 게준트하이트 운 크랑켄플레게(건강과 병자간병)

의료백과 사전으로 배우는 모든 병, 증상, 예방, 치료등등을 배웁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서 외워야 하는 것들도 많고, 차지하고 있는 비율도 높은 과목입니다.

 

Pflege alter menschen 플레게알텐멘션 (노인 간병)

노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신체적, 정신적인 병과 몸이 늙어가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증상등을 배웁니다.

 

우리학교에서 보는 시험이고,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시험관으로 나오시는디..

시험을 주관하시는 분들이 내가 알던 그 자상하신 선생님이 아니십니다.

 

내가 뽑은 질문지에 해당하는 답을 줄줄 말했는데,  이 질문에 해당하지도 않는 질문을 하셔서리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일단 대답은 잘 했습니다.

 

시험 날 시험을 안 보겠다고 울고불고 한 사람도 있었고,  사람들 앞에만 나가면 “얼음”이 되어버리는 증상이 있는 사람도 있어서 서로들 많이 떨었었는데..

 

그때 그들의 등을 두르려주면서 말했었습니다.

 

“걱정마, 선생님들이 모르면 도와 주실꺼야.”

 

내가 말 실수 했다는 걸 시험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어느 선생님도 도와주시는 분은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더 깊숙한 질문을 추가로 하셔서 당황스럽게 하셨죠.^^;

 

그렇게 불리한 상황임에도 우리 반 전원은 간호조무사 시험을 다 합격하고..

각자의 시험성적을 알려줬습니다.

 

몇몇은 “ausgezeichnet 뛰어난“, 몇은 ”Gut 굿” 그리고 "erfolgreich 성공적인“

그렇게 1등급, 2등급, 3등급으로 각자의 성적을 알고는 집에 가서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남편, 당신 마눌 간호조무사 시험 완전 1등급을 합격했어.”

 

남편도 은근히, 완전, 대놓고 1등급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남편도 신나했는데..

 

 

 

그 다음날 받은 “간호조무사 증명서”에는 Sehr gut 제어 굿(Very good) 대신에...

그저 erfolgreich 성공적인. 보통 이 성적은 3등급에 해당하는 단어인디!

 

증명서를 보면서 남편이 했던 말!

 

“시험 1등급으로 봤다며?”

“응”

“근디 왜 erfolgreich (성공적인)야?”

“법이 바꿔서 ”증명서에 시험 성적대신에 그냥 합격했다”고 적는다고 하던데..“

“....”

 

우리 반 사람들은 각자의 시험 성적에 상관없이 전부 “성공적으로 졸업”을 했습니다.

 

시험을 잘 본 사람들은 자신이 열공한 흔적이 남았음(1등급)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겨우 턱걸이 합격한 사람은 자신의 낮은 시험성적이 “성공적으로 졸업”에 파묻혀서 다행.^^

 

남편은 마눌이 지금까지 받아왔던 학기 중의 성적표처럼,

간호조무사 자격증에도 “1등급”이라는 단어가 있을 꺼라 기대를 했던 모양인디..

속상한 모양입니다.

 

남편은 동네방네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 주는 똑똑한 마눌이 좋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문서상 존재하지 않는 1등급은 자랑을 못하니 섭섭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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