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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따로 챙겨드린 물품, 물휴지

by 프라우지니 2017.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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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업교육도 끝났고, 더 이상 제 실습요양원에 나가지도 않지만,

앞으로도 여러분은 실습요양원의 일들을 종종, 자주 읽게 되지 싶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있으니 말이죠.^^

 

엄마들은 갓난아이의 궁디를 닦을 때 물휴지를 이용합니다.

똥꼬 주변에는 주름이 있어서 마른 휴지로는 제대로 닦을 수가 없거든요.

 

여린 피부에 자극도 덜한지라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당연하게 사용하는 물휴지.

그러다 아이가 커가면서 집에서 물휴지가 사라집니다.

 

컸다고 해서 똥꼬 주변의 주름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물휴지는 사라지는 것인지..

 

아이가 크고 성인이 돼서는 볼일을 보고 휴지를 이용합니다.

마른 휴지로는 볼일 본 흔적을 제대로 닦을 수도 없는데 왜 휴지를 쓰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들고 요양원에 들어오면 다시 물휴지가 등장합니다. 네, 요양원에서는 어르신들의 궁디는 다 물휴지로 닦습니다.

 

이것도 요양보호사들이 씻겨드리고, 볼일을 본 후에 닦아드려야 하는 경우이고..

혼자서도 잘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그냥 휴지로 닦으시게 둡니다.

 

어르신들이 젊을 때만큼 몸이 그렇게 유연하신 것이 아니어서

휴지로 닦으셔도 깨끗하게는 안 되는지, 속옷에서 누런 흔적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우리 요양원에 계시는 분들이 사용하시는 성인용 기저귀와 물휴지.

 

기저귀랑 물휴지가 많이 쌓여있어도 요양원에 계신 모든 분들이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저귀 사용 승인을 받으신 분만 사용하게 되고,

매달 정해진 수량보다 심하게 많이 사용하시는 분들 같은 경우는 수량에 제한도 있지만,

 

보통 요양보호사들은 기저귀의 수량에 제한 없이 사용합니다.

 

평균적으로 아침에 일어나시면 씻겨드리면서 하나.

점심을 먹기 전 혹은 먹은 후에 낮잠 주무시러 가실 때 하나.

오후 시간, 저녁 먹기 전에 하나.

잠자기 전에 하나.

 

보통 1인당 4~5개를 주간에 사용합니다.

 

야간에도 2~3개는 기본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밤에도 기저귀를 갈아드린다는 이야기죠.

 

같은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이라고 해도 제가 그분들을 생각하는 차이는 있습니다.

나에게 더 다정하신 분들에게는 내 마음이 더 갑니다.

 

그분들에게는 간식으로 나오는 초콜릿이나 과일을 하나라도 더 챙겨드리려고 하고,

혹시 미네랄워터가 필요하신지 주스가 필요하신지 한 번 더 물어보게 됩니다.

 

날 예뻐해 주시는 분들이고, 나에게 힘이 되어주시는 분들이니 말이죠.

 

 

 

날 예뻐 해 주시는 어르신 내외분.

할머니는 94살, 할아버지는 89살이십니다.

 

할머니가 5살 연상이시죠.

올해 결혼 70주년이시니.. 할배는 19살 파릇파릇할 때 장가를 가셨습니다.

 

할배는 연세가 드신 지금도 인물 훤하시고, 키도 엄청 크시고 매너도 좋으십니다.

결혼 70주년이라 부시장까지 오는 쪼맨한 행사도 하셨었습니다.

 

이때쯤 두 분께 여쭤봤었습니다.

 

“어르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다시 할배/할매랑 결혼하실 거예요?”

 

별 웃기는 질문을 다한다는 핀잔 대신에 두 분은 아주 진지하게 답변을 하셨습니다.

할배는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답변을 하셨습니다.

 

“당근이지.”

 

하지만 할머니는 나의 질문에 고개를 살며시 옆으로 내저으셨습니다.

나에게 할매의 진심을 보여주신 거죠.^^

 

대부분의 부부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 항상 비슷한 답변이 나옵니다.

남자측은 다시 “결혼 한다“고 하지만 여자는 “안 한다.”죠.^^;

 

그만큼 국적을 초월해서 여자가 많이 참고 살아왔다는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90대 이시면서도 두 분 다 아직은 정정하시지만,

할매는 아침에 씻을 때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능한데까지는 직접 씻으시고, 그 다음엔 제가 씻겨드리는데,  할매 속옷에서 누런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아무래도 휴지로 닦는데 한계가 있고, 팔이 아프신지라 쉽지 않으신 거 같습니다.

씻겨드리다 말고는 얼른 창고에 가서 물휴지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어르신, 볼 일 보시고 이걸로 뒤를 닦으세요.”

“왜? 휴지 있는데..”

“마른 휴지로 닦으면 잘 안 닦이니 꼭 이걸 사용하세요.”

“그래?”

“사용하시고는 변기에 버리지 마시고, 꼭 휴지통에 버리셔야 해요.

변기에 넣으면 변기가 막히거든요.“

“고마워!”

 

어르신이 조금 더 수월하게 닦으실 수 있게 챙겨드렸는데..

나중에 가보니 제가 드린 물휴지를 사용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요양원에서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품질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요즘 이곳의 슈퍼에는 화장실용 “물휴지”가 나옵니다.

 

저는 요새 제 주변인에게 화장실에서는 마른 휴지 대신에 “물휴지”를 사용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제가 요양원에서 물휴지를 사용 해 보니 마른 휴지에 비해서 얼마나 더 깔끔하게 뒤처리가 되는지 잘 알기에 “물휴지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유아용이 아닌 화장실용 물휴지가 나오나요?

 

그럼 꼭 사용 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번 사용 해 보시면 그 깔끔함에 반하게 되실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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