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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내가 드리는 조그만 선물

by 프라우지니 2017. 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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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습하는 우리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은 제가 보기에는 다 가난하신 분들이십니다.

가족들이 안 찾아와서 가난하시고, 수중에 가진 돈이 없으셔서 가난하시고!

 

우리 요양원에 어르신들은 돈이 없으십니다.

 

세탁서비스나, 미용실 비용은 서류상으로 오가는 돈, 연금에서 계산되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물품들을 보면 참 가슴이 아픕니다.

 

칫솔 같은 것도 바꿀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사용하십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새것을 사와서 교환을 해줘야 하는데 안 해서 말이죠.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처럼 모든 치아를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니지만,

남아있는 치아도 닦아야 하고,  의치도 닦아야 하는데, 이때 칫솔이 필요합니다.

 

혹시나 가족을 만나면 “새 것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나마도 다시 방문할 때 잊고 오면 또 다시 한두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머리핀 같은 것은 구경도 할 수 없고, 머리를 묶는 고무줄도 늘어질 때로 늘어졌고.

머리빗도 한 번 안 보이면 다시는 찾을 수 없죠. 머리를 빗겨드려야 하는디...^^;

 

할 수 없이 제 손가락을 으로 빗겨 드릴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가지고 계신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으신 우리 요양원 어르신들!

 

제 서랍을 정리하다가 제가 사놓고 안 쓰는 새 집게핀을 발견했습니다.

 

 

 

 

사놓고 머리숱이 너무 조금 들어간다는 이유로 나는 안 쓰지만..

이걸 우리 요양원 할매님들께 드리면 좋아하실 거 같아서 챙겼습니다.

 

그리고 그날 어르신들 씻겨드리면서 앞머리가 긴 분 중에 몇 분.

머리를 빗겨드리면서 집게핀으로 머리를 살짝 집어 드렸습니다.

 

“이거 제가 어르신께 드리는 선물이에요.”

 

참 별거 아닌 선물인데, 받으시는 분들이 참 좋아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난 후에 다시 근무가 있는 날!

 

병동을 한 바퀴 돌아보니 제가 드린 집게핀을 머리에 꼽고 계신 분보다 안 하고 계신 분들이 더 많으십니다.

 

궁금한 마음에 집게핀을 어디에 두셨냐고 살짝 여쭈어보니..

어르신이 살짝 웃으시면서 제 손을 잡고 방으로 가십니다.

 

어디에 가시나 하는 마음에 따라 들어가 보니..

침대옆 탁자의 서랍을 살며시 열어서는 그 안에 잘 놓아둔 집게핀을 보여주십니다.

 

내려오는 머리를 고정하시라 드린 것인데, 어르신은 간만에 받은 선물이여서 그러신 것인지..

사용하시기 보다는 당신의 소중한 것만 넣어두시는 서랍에 넣어두셨습니다.

 

집게핀은 초코렛, 사탕들과 나란히 서랍에서 어르신의 소중한 물건이 되었습니다.

 

다시 머리에 꼽아 드리고 싶었지만, 괜히 어르신의 소중한 물건에 손대는 것이 싫어서 그냥 그 방을 나왔습니다. 대신에 핀의 용도를 다시 한 번 설명 드리기만 했습니다.

 

“어르신, 이 집게핀은 내려오는 머리를 고정하시는데 사용하세요.”

 

어르신께는 머리를 고정하시는 용도보다는 저녁마다 서랍을 열어서 보시는 소중한 물건의 용도로 변한 것 같아서 감사하면서도 마음이 짠합니다.

 

외출이 자유로우시면 당신이 쇼핑을 나가서 사 오셔도 되지만,

더 이상 혼자서 외출도 힘드시고,

 

맘대로 쓸 수 있는 현찰도 없으신 어르신들께는 누군가에게 받는 모든 것이 소중하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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