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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기분 좋은 제안

by 프라우지니 2016.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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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교육이 끝나는 시점인 2017년 2월 15일까지는 채 3달도 남지 않는 시점입니다.

 

물론 저야 그 기간 동안에 커다란 시험(국가고시)를 2개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나 해 치워야 하고, 과목중 몇 개의 시험을 쳐야하지만...

 

시험을 봐야하는 건 당사자인 저이니..

남들은 그저 “3달도 안 남은 직업교육” 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얼마 안 남은 기간이죠.

학교도 15일 정도, 요양원 실습도 출근 하는 날만 꼽자면..15일 정도 남았습니다.^^

 

제가 실습하고 있는 요양원에는 저말고도 이런 저런(간호사) 실습생들이 있습니다.

 

모든 실습생들이 직업교육을 받는 내내 실습생이란 딱지를 붙인 저렴한 일당의 직원으로 일하기는 하지만, 직업교육이 끝났다고 해서 모든 실습생들이 자신이 실습하던 요양원에 취직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요양보호사가 “일손이 딸리는 직업군”으로 분류가 돼서 나라에서 이 직업교육을 장려하고 있다고 해도 모든 사람들이 직업교육을 마치고 취직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전에 데이센터 실습 중에 만났던 아낙은 “실습요양원”이 없는 상태로 직업교육을 받았는데,

자신을 받아주는 요양원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었고,

누군가는 직업교육 후에 1년이나 실업상태로 있었다는 “카더라”통신도 있었습니다.

 

요양보호사란 타이틀을 가진 전문직업인들이 매년 몇 백명씩 배출되고 있지만,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요양원이나, 요양원에서 필요로 하는 직원은 극소수입니다.

 

우리 요양원 같은 경우도 제가 근무하는 2병동에는 10명의 간호사와 25명의 요양보호사가 근무를 합니다. 어르신을 씻겨드리고, 돌보는 실제적인 일을 하는 직원은 35명이라는 이야기죠.

.

이 직원 중에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야 새로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지라, 실습하는 내내 성실하게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업교육을 그만두는 시점에 요양원에 빈자리가 있느냐도 꽤 중요합니다.

 

우리병동에 근무하던 직원이 지난 10월에 63세의 나이에 은퇴를 했습니다.

 

사실 오스트리아 법으로 여성은 60세에 은퇴를 할 수 있지만, 3년을 연장할 수도 있죠.

그리고 내년 4월쯤에 한명(63살)이 더 은퇴하게 되죠.

 

시기적으로 저는 적절한때에 직업교육을 마치게 됐습니다.

내가 원하면 이곳에서 일을 할 수도 있는 기회가 있다는 말씀인거죠.

 

저와 비슷한 시기에 직업교육을 끝내는 다른 실습생들은 벌써 몇 개월 전에 요양원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고 했지만, 저는 그 시기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사실은 일단 직업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치는것이 중요하기도 하고, 우리 요양원에서 절 직원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 지원서”를 내는 일이 어찌 보면 김칫국부터 마시는 상황이 되는 일이니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직원들이 하나둘 저에게 물어왔습니다.

 

“입사 지원서 냈어?”

 

이때쯤 눈치를 챘습니다. "아! 날 직원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구나."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우리병동 관리자인 C여사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너, 내일 간병(전 직원을 관리)관리자한테 가봐!”

 

우리학교 같은 반 동기이면서 같은 요양원(3병동)에 근무하는 슈테피는 이미 “병동 관리자”한테 입사지원서를 냈다는 이야기는 그녀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던지라,

 

병동관리자의 부름이 “취직”에 관한 거 라는 건 대충 짐작을 하고 있었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간병관리자는 저에게 입사원서를 내주면서 한마디 하셨습니다.

 

“입사 해야지?”

“전 아직.. 시험을 본 다음에나 생각 하려고 했는데요.”

“미리미리 신청은 해야 해.”

“그러다가 시험에서 미끄러지면 어떻하죠?”

 

간병 관리자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십니다.

 

150명이 넘는 직원을 관리하는 간병 관리자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실습생의 존재를 알고나 있을까? 싶지만 우리 요양원을 관리하는 원장님도 직원을 관리하는 간병 관리자도 저의 존재는 알고 있었습니다.

 

문제라고 한다면 어려운 한국이름(어려워^^;) 대신에 내 성 인 “신”으로 나를 부르죠.^^;

 

그리고 간병관리자(아저씨)는 저에게 이런 제안도 하셨습니다.

 

“앞으로는 나를 Du 두(너)라고 부르도록 해!”

 

거의 2년이 다 되도록 나는 간병관리자를 Sie 지(당신이라는 존칭)으로 불렀고,

Herr.XXX(영어로는 Mr.에 해당) XXX씨라고 부르고 존칭을 썼었는데,

앞으로는 그냥 S라는 그의 이름을 부르고, Du 두(너)라고 반말을 해도 된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당신”이 아닌 “너”라고 하는 것이 싸가지 없어 보이시겠지만, 독일어 권에서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나 거리를 두는 사람에게는 “당신”이고,

 

그 외 가족이나 직장의 상사등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다 “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친근함의 표시로 말이죠. 네, 상사한테도 "너"라고 부르고, 그냥 이름을 부릅니다.

 

 

실제로 저도 거의 모든 사람을 “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시댁가족을 포함한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 요양원에 계시는 어르신들중 일부에게도 “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이 “너”라고 불러도 좋다고 한 경우지만 말이죠.

 

또 이야기가 이상한 곳을 가고 있다는...^^;

 

제가 실습하고 있는 요양원은 1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고, 제가 근무하는 곳도 그중에 한 곳이죠.

물론 제가 입사를 한다면 제가 근무하던 이곳에 하게 될 거 같습니다.

 

 

 

 

일단 입사지원서를 내라고 하니 주 20시간의 시간제로 지원 했습니다.

 

입사지원서와 이력서 그리고 지금까지의 학교 성적표까지 냈는데...

엊그제 간병관리자한테 전화한통을 받았습니다.

 

“2월 15일에 직업교육이 끝나지?”

 

헉^^; 이 말은 그 다음날부터 근무를 시키시려는????

 

슈테피도 직업교육 끝나는 다음날부터 바로 근무를 하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했었는데...

잽싸게 말을 받았습니다.

 

“직업교육이 끝나는 날은 2월 15일이 맞는대요. 저는 4월부터 근무하고 싶은데요?”

“그래?”

“네, 그런데 저의 취직이 벌써 결정이 난건가요?”

“아니, 지금 너 서류를 본사에 접수하려고, 그럼 출근시기를 4월초로 잡을게!”

“네, 감사합니다.^^”

제가 이렇게 존칭을 쓴건 아니고, 그냥 반말로 했습니다.^^

 

 

사실 제가 실습하던 요양원에 취직할 생각은 잠시 접어뒀었습니다.

 

저는 병원이 더 흥미가 있기도 했었고,

일단은 시험을 다 치르고 직업교육을 마친 다음에나 취직을 할 생각이였는데..

 

얼떨결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기분 좋은 제안을 받은 것에 대해서 마음깊이 감사했습니다.

우리 요양원에서 절 직원으로 받아주겠다고 이리 두 손을 벌려서 환영 해 주시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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