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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안타까운 자동탈락

by 프라우지니 2016.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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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는 실습 요양원에는 저 말고도 여러 실습생이 있습니다.

 

저처럼 2년짜리 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받는 실습생도 있지만,

3년 과정의 간호사 직업교육을 받는 실습생도 있죠.

 

간호사 실습생들이 하는 일은 우리와는 다르지만,

1년차가 하는 일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어르신들의 몸을 씻겨드리고 간호하는 일입니다.

 

우리병동에 저보다 6개월 늦게 직업교육을 시작했던 보스니아에서 온 아주 예쁜 아가씨가 있었습니다. 같은 외국인이기는 했지만, 학교가 달라서 근무 일정표가 맞으면 가끔씩 같이 일하는 정도였습니다.

 

카리타스 학교는 1주일에 학교 2일, 실습 2일로 학교와 실습을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하고,

시험도 2년 과정이 끝나갈 때쯤에 “간호조무사”시험과 “요양보호사”시험을 보게 되는데..

 

그녀는 다니는 BFI 학원은, 매 2달 간격으로 학교수업과 실습을 하게 되며, 직업교육 1년이 끝나갈 무렵에는 간호조무사 시험을, 2년이 끝나갈 무렵에는 요양보호사 시험을 보게 되죠.

 

 

 

 

마지막 봤을 때 “간호조무사 시험”을 본다고 했었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아서 물어봤습니다.

 

“에디나 7월쯤에 ”간호조무사 시험“본다고 했었는데 잘 봤데?”

“몰랐어? 에디나 자동탈락 되서 직업교육에서 하차했어.”

“어? 간호조무사 시험본거 아니었어? 그거 3번의 기회가 있잖아. 어떻게 1차에 탈락을 해?”

“몰라. 아무튼 자동 탈락해서 안 와.”

 

 

제가 알고 있는 거랑 달라서 카리타스 학교를 나온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원래 간호조무사 시험이 3번의 기회가 있는 거 아니야?

그런데 어떻게 에디나는 첫 번에 탈락이 된 거야?”

“그전에 이미 시험을 봤었나봐.”

“그럼 간호조무사 시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고,

낙제한 과목 ”위원회 시험“봤는데 거기서 3번이나 떨어진 거야?”

“응”

“그럼 간호조무사 시험은 보지도 못한거네.”

“그렇지.”

 

오스트리아의 직업 교육 중에 정규시험에서 낙제를 하면 8유로를 내고 “위원회 시험”을 신청해야 하고, (교육)위원회에서 나온 사람들 앞에서 구두시험을 보게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시험이 딱 3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3번 다 낙제를 받으면 자동탈락이 되는 거죠.

 

초/중/고 같은 경우는 1년 더 그 학년을 공부해야 하지만 직업교육 같은 경우는 그냥 탈락입니다.

 

직업교육을 잘 마쳤다고 해도 마지막에 보게 되는 이 시험들 “간호조무사” 나 “요양보호사“시험에 3번 떨어지면 그동안 받은 교육과는 상관없이 자동탈락이 됩니다.

 

다시 이 시험을 보고 싶으면 2년 과정의 직업교육을 다시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죠.^^;

 

1년이나 교육을 받았는데, 3번의 실패로 자동탈락 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안타까웠습니다.

 

“요양원 실습 320시간에, 병원실습 320시간 거기에 방문요양 실습 160시간, 총 800시간”

 

참 적지 않는 시간이고, 참 쉽지 않는 실습들인데, 그것도 다 다시 해야 한다니..

직원들이 에디나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도 주어 들었습니다.

 

“요양원에서는 에디나가 다시 오겠다고 하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대.”

“다시 직업교육을 시작하겠다고 해?”

“그건 모르지. 하지만 요양원에서는 온다면 대환영이라고 하더라.”

 

요양원에서야 월 300유로만 주면 쓸 수 있는 저임금 인력이니 언제나 대환영이죠.

 

그녀가 다니는 BFI는 저도 갈 뻔 했던 학원입니다.

 

정규학원이 아닌 사설 학원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인지라, 자신들에게 찾아온 학생들은 낙제시키지 않고 다 직업교육을 끝낼 수 있게 도와주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제가 다니는 카리타스 학교에도 중간에 그만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실력을 알아보신 선생님이 1년이 끝나갈 무렵에 그녀에게 그냥 “하임힐페(도우미)”로 나가라!“해서 그녀는 일찌감치 때려치우고 현장에 나가서 돈을 벌고 있는데, 그녀에게 해줬던 선생님의 충고가 어느 정도는 현실감 있고, 제대로 된 처방이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그녀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1716

이해 불가 한 그녀

 

어차피 시험에 3번 떨어지면 그때는 그냥 자동탈락 할 뻔 했으니 말이죠.

 

제가 받는 직업교육이 원어민들도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함께 실습하던 외국인 아가씨가 자동탈락 된 것이 혹시 독일어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외국인이기에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잘 못 알아듣기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저이기에 그녀의 자동탈락이 내내 속이 상합니다.

 

그녀가 다시 우리 요양원에 실습생으로 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온다면 그녀의 새 출발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그녀가 직업교육을 포기했다고 해도 지난 1년 동안 다했던 최선에 잘했다는 의미로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업교육을 시작하면 뭐하누? 마치지를 못했는데..“

 

마치지 못했지만, 중간에 탈락이 되어야 했지만, 배우는 동안 그녀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과 원어민도 시작하기 힘든 직업교육을 시작했었던 그녀의 용기는 높이 평가되어야 할 거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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