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추석날인 9월 15일.
전 마지막 4학기의 개강날 이였습니다.
우리 반이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강의실 밖의 소파에 앉아있는 아낙들이 날 너무도 유심히 본다..싶었습니다.
사실 본다기보다는 날 째려보는 느낌까지 드는 기분이었죠.
같은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출석하는 요일이 틀리니 우리 반을 제외하고는 사실 거의 모르는 사이입니다. 일부러 말을 걸어서 안면을 트기 전까지는 말이죠.
보통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강의실 밖을 잘 나가지 않는 제가 화장실에 갔다 오는 길에 그녀들의 호출을 받았습니다. 사실 호출이라기보다는 그녀들이 지나는 저를 불러 세운 거죠.
"저기요~"
"네? 저요?"
"지금 2학기 중이신가요?"
"저요? 전 4학기로 마지막 학기 중인데요. 이제 딱 6개월 있음 직업교육 끝나요."
"정말요? 완전 부럽다."
아하~ 이제 직업교육 시작한 외국인 아낙들이 딱 보기에도..
외국인인 동양아낙이 강의실에 앉아있으니 물어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째려보듯이 날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고 말이죠.
"이제 첫 학기 시작하신 거예요?"
"네."
"혹시..외국인 이예요?"
외국인이라고 해도 동유럽 쪽은 외모가 백인이니 외모로는 파악이 안 되거든요.
"네, 저는 보스니아에서 왔구요.이 아낙은 XX에서 왔구요.."
나란히 앉아있는 3명의 아낙이 자신들의 출신국들을 이야기 합니다.
외국인인 그들이 어찌어찌 학교 입학시험을 통과해서 입학은 했는데..
학교 수업을 따라가려니 가랑이 찢어지는 듯 한 기분인거죠.
독일어는 독일어 대로 힘들고, 수업 내용은 또 내용 대로 힘들고..^^;
저도 그랬습니다. 처음 학교를 입학하려고 "맛보기 실습"을 다니고, 입학시험을 준비할 때는 (요양보호사)직업교육을 받고 있다는 사람이 그렇게 위대해 보이고 존경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와~ 지금 학교(직업교육) 다니세요? 정말 좋겠다. 부러워요.^^"
이런 말이 입에서 저절로 나왔죠.
정말로 그 사람들이 존경스러웠거든요.
입학시험을 치를 때는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 해 보였습니다.
시험응시자중 거의 반 이상이 탈락하는 시험인지라..
그 시험에 합격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존경받아 마땅해보였죠.
매번 그랬습니다.
첫 학기 때는 이제 2학기를 공부중이라는 선배들이 대단해보였고,
3학기 때는 이제 "간호조무사 시험"을 치른다는 선배들이 대단해보였고,
4학기에 접어드니 "요양보호사 시험"까지 잘 치르고 무사히 졸업하는 선배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매번 고개를 넘는 것이 절대 쉽지 않았기에 내 앞에서 그 길을 거쳐 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위대해 보이고 우러러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 기분을 알기에 내 앞의 새내기들이 나에게 묻고 싶은 것을 물을 수 있게 그녀들 앞에서 그녀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내 후배인 새내기 아낙들을 앞에 두니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절대 넘지 못할 거 같은 거대한 산이 앞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 걸음, 두 걸음 그렇게 걷다보니, 난 새내기 아낙들이 절대 넘어질 거 같지 않아 보이는 그 태산의 마지막 정상부분만을 앞둔 선배가 되어있네요.^^
이제 시작하는 그녀들에게 전 이런저런 충고를 해 줬습니다.
"열심히 해야 한다."고, "시험을 볼 때는 웬만한 건 다 외워야 한다."고 했습니다.
외국인이여서 대충 외워서 엉터리 문법으로 답안지를 작성하게 되면 접수를 못 받게 되니 책에 나와 있는 것들 제대로 다 외워서 그대로 써야 문법까지 정확한 정답이 되니 말이죠.
"외국인이여서, 독일어를 못한다고 혹은 독일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무시당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무시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열심히 공부해서 그들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것이 외운다고 다 외워지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하고 싶다는 열망 하나만으로 공부가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제 시작하는 외국인 아낙들이 힘들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앞에 놓여진 "직업교육"이라는 높은 산을 잘 넘어주기를 바라는 것이 겁먹은 새내기들의 얼굴을 본 선배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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