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여성들이라면 몸매관리를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제일 조심해야하는 명절이 하나입니다.
이 명절만 지나고 나면, 살을 빼야한다는 비명을 여기저기에서 들을 수 있죠!
굳이 날씬한 여성들만 하는 걱정은 아닙니다.
단 며칠사이에 1~2kg 몸무게가 불어나는 걸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죠.^^;
이것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절대 쉽지 않습니다.
전이며 잡채며 거의 모든 음식들을 준비하는 동안에 간도 봐야하고, 잘 익었는지도 봐야하고, 만들어 놓은 음식들에 손이 덜 가면 "왜 맛이 없나?" 하는 마음에 또 하나 먹어봐야하고...^^;
전 종류 한두 개만 집어먹으면 밥 한 공기 칼로리와 버금가는 걸 거의 모든 여성들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알고 있다고 눈앞에 보이는 걸 안 먹을 방법은 사실 없죠!^^;
한국인에 비해 펑퍼짐한 몸매를 자랑하는 유럽 여성들인지라 평소에도 거의 몸매에 신경 안 쓰고 사는 듯 한데도 이런 사람들이 "다이어트"를 부르짖을 때가 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유럽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선물 받고 온가족이 케이크를 먹는, 딱 하루에 끝나는 명절이 아닙니다. 대부분은 거의 한달 전부터 명절 준비에 들어가게 되죠!
저희 집도 마찬가지로 한 달 전부터 시어머니가 준비에 들어가셨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일 날 아침으로 먹을 건과일과 견과류가 잔뜩 들어간 빵을 젤 먼저 만드셨습니다.
그리고는 슬슬 쿠키류를 만드십니다.
"뭐시여? 뭔 쿠키를 한 달 전부터 만드누?"
뭐 이러실 수도 있겠지만, 만들어서 온도가 낮은 방에 넣어놓으니 상할 염려는 없습니다.
한국처럼 보일러를 켜면 온 집안이 후끈거리는 것이 아니라 보일러를 켜놓은 방만 후끈거리는 구조거든요. 보일러를 켜지 않은 방은 거의 냉방에 가까운지라 이런 방에 만든 쿠키들을 저장합니다.
이 쿠키를 각 "가정에서만 만드냐?" 하면 또 그건 아닌 거죠.
제 실습 요양원에서도 어르신들을 위해서 요양보호사들이 며칠에 걸쳐서 쿠키를 만들어서 각층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매일 조금씩 먹을 수 있게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종류도 다양한 쿠키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습니다.
칼로리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
요양원에서 여러 종류의 쿠키를 만드는 이유는...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쿠키를 굽고, 쿠키를 먹는 전통과 습관이 몸에 배이신 분들이신지라, 요양원에서도 이 시기에 이렇게 갖가지 쿠키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강림절 기간에는 매주일 준비된 초들에 불을 하나씩 밝히면서 함께 모여서 캐롤송도 부르고, 쿠키도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답니다.
아! 여기서 한 가지!
시어머니가 만드신 쿠키 중에 몇 가지를 저희에게 보내셨습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 쿠키를 계속해서 20여 가지를 만드시는데, 무게로 따진다면 5kg정도는 만드시는 거 같습니다.(더 될거 같기도 합니다.)
집에 손님이 오실 때 차와 곁들어 내시고, 저녁에 TV를 보면서 드시는데, 만든 쿠키를 젤 많이 드시는 분이 바로 시어머니이십니다.
저는 쿠키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낸 시간이 더 많아서 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달달한 쿠키는 제 입맛이 아닙니다. 달기도 달지만, 칼로리 또한 무시 못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지라 한두 개만 먹어도 "밥 한 공기 추가요~" 가 되는 상황인거죠.^^;
어머니는 해마다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들이 갖다먹지 않으니 결국 그 많은 쿠키들이 다 내 뱃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평생 시어머니 옆에서 시어머니를 봐오신 시아버지의 말씀은 조금 다르십니다.
"원래 자기가 먹으려고 다 만든 거야. 해마다 적게 한다면서 절대 적게 하는 법은 없다니.."
크리스마스 전후로 제가 시어머니께 제일 많이 듣는 소리는..
"살쪘다.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서리...크리스마스 끝나면 다이어트 해야겠다."
저는 이 소리가 시어머니만 하시는 소리인줄 알았었는데...
학교에 가도, 실습요양원에 가도 별로 날씬하지 않은 아낙들이 같은 소리를 합니다.
"크리스마스 쿠키를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쪘어. 다이어트 해야 한다니깐!"
안 만들고 안 먹으면 제일 좋은 방법 같지만, 크리스마스에 쿠키를 만들고, 먹는 풍습이 있는 이곳에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들인지라, 자신의 다이어트를 위해서 안 구을수는 없는 거죠!
집에서 굽느니 소량만 사는 방법도 있지만, 사는 건 생각보다 가격이 쎄답니다. 좋은 재료들을 사다가 만들어서 집에서 먹고, 주변에 선물하는 것이 젤 저렴한 선물이기도 하고, 정성 또한 들어간 선물인지라, 집에서 많이 만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곳 아낙들이 살찌는 명절이라는 크리스마스에 전 한국의 추석을 떠올렸습니다.
명절을 세는 방법도 다르고, 먹는 요리들도 다르고, 계절도 다르고, 풍습 또한 다르지만, 명절을 지내고 나서 하는 걱정들이 같은 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새해까지 계속해서 먹어야 될 정도로 크리스마스 쿠키가 아직 많이 남은지라, 저도 시어머니가 주시는 쿠키들을 적당히 사양 해 가면서 몸무게 조절을 해야 할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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