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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유럽에 있는 하얀 죽, 그리스푸딩,

by 프라우지니 2016.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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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아플 때 먹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카모마일 차에 “솔레티“라고 불리는 과자를 먹을 때도 있지만...

뜬금없이 Grießkoch그리스코흐를 해 달라고 할 때도 있습니다.

 

솔레티가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jinny1970.tistory.com/1499

내가 만드는 빼빼로

 

여기서 잠깐!

Grießkoch 그리스 코흐는 그리스를 요리한 것 인디..

 

Grieß 그리스는 (1) 거칠게 간 곡물 (보리 , 옥수수 따위)입니다.

 

그리스는 거칠게 간 곡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하얀 죽과는 색깔은 같지만, 들어가는 내용물은 조금 다른 죽입니다.

 

 

 

 

제 실습요양원에 저녁메뉴로 바로 이 그리스(로 만든)푸딩이 나왔습니다.

 

그 하얀 죽이 나왔다는 이야기죠.

남편이 아플 때 먹는 그 하얀 죽이 말이죠.

 

물에 쌀을 풀어서 쑤는 우리의 하얀 죽과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의 그리스는 쌀가루가 아닌 밀(을 거칠게 간)가루로, 물이 아닌 우유에 쑤는 죽입니다.

 

 

 

 

우리의 죽과 다른 또 다른 점은 그리스푸딩은 아주 달달합니다. 약간 달달한 하얀 죽 위에 코코아와 설탕을 섞어서 만든 코코아설탕을 살짝 부려주셔야 완성이죠.

 

사진을 후다닥 찍었더니만 쪼매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리스 푸딩이 저녁메뉴로 나왔던 날입니다.

 

대부분의 저녁은 아주 간단하게 정말 말 그대로 "요기'수준으로 메뉴가 나온답니다.

빵 한쪽에 햄 두어 개 혹은 그리스푸딩 같은 경우는 한 국자죠.

 

그리스푸딩이나 햄 중에 선택메뉴에서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그리스푸딩을 드십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고, 틀니도 없으신 분들이 계신지라 씹을 필요 없이 수월하게 꿀꺽 삼킬 수 있는 그리스푸딩을 선택하신 것이 아닌가? 했었는데..

 

배식이 끝나고 남은 것 중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은 다 그리스푸딩을 먹었습니다.

 

이 달달한 그리스푸딩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모양입니다.

씹는데 지장 없는 직원들도 다 이 메뉴를 선택한걸 보면 말이죠.

 

그리스는 이렇게 하얀 죽만 써먹나? 하면 또 그건 아니죠.

다른 날 저녁으로 나왔던 그리스로 만든 메뉴입니다.

 

 

 

 

그리스를 버터와 여러 가지를 섞어서 불린 다음에 모양을 잡아서 끓는 물에 넣어서 익히면 이렇게 동그란 모양이 됩니다. 이걸 따로 만든 국물에 넣으면 스프 완성입니다.

 

이것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메뉴 중에 하나입니다.

맛있다고 그리스를 추가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단, 여유분이 있을 경우에만 원하시는 분들에게 더 드리지만 없는 날이 더 많죠.

주문한 만큼만 음식이 나오거든요.

 

 

 

 

"그리스가 곡물을 거칠게 간 거라면 대체 얼마큼 거칠게 간 건감?"

 

지금쯤 이런 생각을 하실 거 같아서 준비했습니다.

 

남편이 아프다고 할 때, 야채를 썰어 넣어서 스프를 끓이다가 그리스를 넣었습니다.

제가 이 그리스랑 친한 것이 아니어서 얼마나 불게 될지 몰랐었습니다.

 

국물 양이 있는지라 그리스를 넉넉하게 5숟갈을 넣었더니만, 심하게 불어난지라 물도 추가해야 했고, 떡밥을 만들었다고 안 먹겠다고 하는 남편 덕에 제가 거의 한 냄비 된 그리스를 다 먹어야 했습니다.^^;

 

 

 

 

떡 된 그리스 스프는 내가 다 먹고, 결국 남편을 위해서 다시 끓였습니다.

그리스를 조금씩 넣으면서 농도 조절까지 해서 말이죠.

 

아플 때면 아주 까다로워지는 남편 덕에 마눌이 조금 힘듭니다.^^;

 

그렇다고 아프다는 사람을 모른 척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플 때는 남편의 애교가 극적으로 증가를 하는지라, 이때는 해 달라는 걸 다 해줘야 합니다.

 

"그리스가 스프만 되냐?"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밀가루로 전도 붙이고, 수제비도 하고, 빵도 만들고 여러 용도로 쓰이듯이 그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에 풀면 스프요, 모양을 잡아서 끓이면 국 건더기로 쓰이고, 달달하게 푸딩을 만들면 한 끼 식사로도 가능하지만 디저트도 되죠.^^

 

아픈 남편이 하루는 그리스 야채스프를 끓여달라고 하더니만, 그 다음 날은 그리스푸딩을 해 달라고 했습니다. 코코아도 넣어서 초코로 말이죠.

 

 

 

 

그래서 마눌은 초코푸딩을 만들었습니다.

 

우유에 설탕 풀고 그리스 넣고는 마구 휘젓다가 그리스가 익을 무렵에 카카오가루를 넣어서 아주 달달한 초코푸딩을 만든 건 좋은디..

 

그리스가 익으면 빨리 먹어야 합니다. 나두면 계속해서 불어 떡밥이 되거든요.^^;

또 되게 만들었다고 남편한테 잔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몸이 안 좋을 때 그리스로 만든 스프나 푸딩을 먹습니다.

우리가 하얀 쌀죽을 먹듯이 말이죠.

 

피부색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지만 사람의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 먹는 건 비슷한 거 같습니다.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이곳의 식습관에도 우리네 죽과 비슷한 것이 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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