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직업교육을 시작하고, 요양원으로 실습을 다니면서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고, “건강하게 사는 법”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떤 생각들을 많이 하냐고 물으시면..
부부간의 대화가 아주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편, 나중에 당신 마눌 치매에 걸리면 어떡할래? 데리고 살래 아님 요양원에 넣을래?”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뒤통수를 맞은 남편이 멀뚱거리면 마눌을 쳐다보고는 대답을 못 합니다.
질문이 너무 우리 인생을 앞질러가서 였을까요?
“나는 당신이 치매에 걸리면.. 걱정마! 그래도 내가 데리고 살께!”
마눌의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남편도 한마디 했습니다.
“나도 당신 데리고 살꺼야!”
누워서 절 받는 심정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눌 버린다는 소리 안 하고 데리고 살겠다는 남편이 참 많이 고마웠습니다. 원래 남편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하는 인간형이 아닌데 말이죠!^^
제가 다니는 요양원에 위문공연단이 왔었습니다.
요양원에 공연단이 와도 요양원 원생들의 참여도는 엄청나게 낮습니다.
“오늘 대 식당에서 오페라 가수들이 나와서 유명한 오페라 한 대목씩 불러 준데요.
가실래요?”
“아니!”
“오늘 오스트리아 전통 포크 댄스 팀이 온데요. 보러 가실래요?”
“아니!”
하루 종일 앉아서 먼 산만 쳐다보고 계심시롱,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흥미를 안 보이십니다.
그저, 아침에 깨우니 일어나고, 아침을 주니 먹고, 씻겨주고, 옷을 갈아 입혀주니 그저 해 주는 대로 가만히 받기만 하는 완전 수동형의 어르신들입니다.
이런 생활이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인지 자기가 할수 있음에도 왠만하면 자기 손 하나 까닭 안 하고 뭐든지 다 직원을 시키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특히나 실습생은 부려 먹을 수 있는 상대인지라, 실습생만 오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부탁이 아닌 명령형으로 일을 시키시죠!
“실습생, 거기 창문에 있는 화분에 물주고, 창문 열어도 돼(부탁이 아닌 허락)!
몸무게 100kg가 넘은 할매의 휠체어는 밀기도 버거운데, 이 할매는 항상 이런식이십니다.^^;
부탁을 해도 해줄까 말까인데 내가 실습생이라는 이유로 날 아랫사람 부리듯이 하시죠!
오죽하면 저랑 함께 다니는 직원이 할매에게 부탁까지 할 정도입니다.
“M부인, 지니 할 일 많거든요. 제발 방으로 불러서 이런 저런거 시키지 말아요!
혼자서 하실 수 있으시면서 직원 불러서 시키는 거 아니예요!”
물론 저에게도 주의가 옵니다.
에궁~오늘도 변함없이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또 삼천포로...^^;
제 실습요양원에는 한 달에 한 두 번정도 외부에서 위문공연 비슷한 뭐 이런 행사들이 옵니다.
제가 근무 하는 날 이런 행사가 있음 참석하면 좋겠지만, 실습생인 저는 “너, 어르신 몇 분 모시고 가!”하지 않는 한 제가 먼저 “저, 그 행사 구경 가도 될까요?” 이런 말 할 수 있는 짠밥이 아닙니다.
저는 아직 평가가 주어지는 “320시간”을 마치지 못한지라, 여전히 행동 조심, 말 조심에 항상 스마일로 지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하구요. 320시간이 지나고 나면 평가받는 시간이 아니여서 그다음은 조금 날라리로 지낼수도 있을 거 같지만, 그래도 여전히 실습생임은 변함이 없겠죠!^^
우리 요양원에 어느 고장의 폴크 댄스팀이 위문공연을 온다는 광고가 붙었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제가 일을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구경하는 건 뭐든지 좋아하는 저는 요양원에 오는 공연이 뭐든지 보려고 노력을 하죠!
그날은 제가 좋아하는 소냐와 함께 근무를 하는 날이였고, 소냐는 이미 다른 직원에게 말을 해놓은 상태였죠!
"오후에 내가 지니랑 어르신들 모시고 강당에 오는 포크댄스 공연 보러 갈꺼야!“
소냐도 저랑 같은 인간형이여서 구경 엄청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ㅋㅋㅋ 그래서 사투리 엄청 심하게 써서 그녀의 말을 다 알아듣지도 못하면서도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그렇게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휠체어에 태워서 포크댄스를 구경 갔는데..
포크댄스를 보는 내내 저는 참 많이 슬펐습니다.^^;
위문공연을 오신 포크 댄스팀의 연령대가 우리 요양원에 계시는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보다 훨씬 더 많아 보였습니다.
위문 공연단의 평균연령대가 70대로 보이는지라, 율동이 조금 더디고, 빙글빙글 도는 부분에서는 “저러다 넘어지시면 어쩌나”하는 생각에 가슴까지 조리기도 했구요.
위문 공연 단원들보다 비슷하거나 훨씬 더 어린 나이임에도 거동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거나, 누워서 아무것도 못하는 어르신들이 비교되니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사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들고, 같은 나이임에도 한쪽은 춤을 추면서 위문공연을 다니고, 또 다른 쪽은 타인의 도움 없이는 살지도 못하면서 같은 나이 대의 위문공연을 구경하는 위치인 것이, 그 두 어느 쪽에서 속하지 않는 요양원 실습생의 슬픈 마음이였습니다.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여야겠습니다.
그것이 내 뇌를 조금 더 더디게 녹슬게 만들고, 제가 제힘으로 살아가는 날을 조금 더 길게 만드는 방법이니 말이죠!
눌러주신 공감이 저를 춤추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로그인하지 않으셔도 공감은 가능합니다.^^
'내생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물일까 선물일까? (10) | 2015.07.23 |
---|---|
도도한 그녀들 (6) | 2015.07.20 |
친구가 돌아왔다 (12) | 2015.07.19 |
외국인은 상관없는 사진찍히는 위치 (6) | 2015.07.18 |
실수 할 뻔 한 소개 (10) | 2015.07.06 |
이유있는 거절 (14) | 2015.06.21 |
시아버지의 어릴적 꿈, 제과사 (8) | 2015.06.07 |
오스트리아는 어떤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독일어를 가르칠까? (10) | 2015.06.03 |
예상치 못한 선물에 대한 태도 (10) | 2015.05.24 |
늙은 엄마 (8) | 2015.05.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