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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오스트리아 직업이야기

명당자리 내자리

by 프라우지니 201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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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타스 (요양보호사 과정을 가르치는 2년 과정의) 학교를 처음 등교하는 날 저는 30분이나 남들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앞에 앉아야 한다는 이유 때문에 말이죠.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첫날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계속해서 앉는 경향이 있는지라 첫날 자리를 제대로 잡아놔야 제가 앞으로 학교생활을 하는데 유익할거 같아서 말이죠.^^

 

말이 심하게 딸리는 외국인이니 적당히 뒤쪽에 앉아서 강사들의 눈길을 피하는 것이 옳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가 앞에 앉은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강사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mp3에 녹음해야한다는 것이였습니다.

 

지금 이 대목에서 놀라시는 분들이 혹시 있으시려나요?

 

저는 남들보다 말이 많이 딸리는 수준이니 남들이 강의 한번 들을 때, 저는 두세번 반복해서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단어도 생소한 “인체학”이나 여러 가지 과목들이 많거든요.^^;

 

물론 남들은 눈길을 피해서 강사가 앞에서 강의를 할 때는 mp3를 필통에 넣은 상태로 녹음을 하고, 강의실을 옮겨서 실습을 겸한 강의 할 경우에는 왠만하면 강사 옆자리에 mp3를 목에 찬 상태로 녹음을 합니다.

 

 

 

제가 앞자리를 차지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제 자리옆에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우리 반에 2명의 동양인중에 한 명인 인도아낙!

 

시시때때로 내 지우개가 자기것인양 말도 없이 가져가서는 손에 쥐고 있어서 내 지우개임에도 내가 필요할 때 달라고 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시시때때로 내 필기를 훔쳐봅니다.

곁눈질을 해 가면서 말이죠. 이 아낙의 이야기는 앞으로 시리즈로 나오지 싶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집에서 놀고있는 지우개를 큰 놈으로 한 개 가져다주고 싶지만, 필통을 안 가지고 다니는 아낙인지라 하루가 지나고 나면 또 다시 내 지우개를 가지고 갈거 같아서 주고싶은 마음을 접었습니다.^^;

 

2년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독일어는 과연 얼마나 성장을 하게될지 알 길이 없지만, 일단 저는 내가 받는 수업에서 나오는 단어 정도는 무슨 뜻인지 알아야 하고, 강사들이 사투리로 후다닥 말해서 수업시간에 알아듣지 못한 내용들을 다시 한 번 들어보겠다는 계획입니다.

 

“사투리”하니까 생각이 나네요.

작은 나리에 속하는 한국도 전라도, 경기도, 경상도등에 지역에 따라서 사투리가 심하게 다른데, 왜 사람들은 외국에는 사투리가 없다고 생각을 할까요?

 

아닌가요? 저만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요?

같은 영어를 쓰는 미국과 영국의 영어가 엄연히 다르고, 같은 불어를 쓴다고 해도 캐나다의 불어와 아프리카에서 쓰는 불어와 프랑스 현지에서 쓰는 불어는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하긴, 같은 독일인인데도 서로의 말을 못 알아듣는 것을 본 적도 있네요.

저희가 뉴질랜드 길 위에 살 때 수많은 한동안 한 곳에서 한 달 가량씩 산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때 머물던 여행자 숙소 독일 여러 지역에서 온 청년들이 머물곤 했었는데, 베를린지역에서 온 청년이 뮌헨지역에서 온 청년들과 한참 대화를 하더니만, 주방으로 와서 저희부부에게 하소연 하듯이 “도대체 저 사람들이 뭔 말을 하는지 알아 들을수가 없다!”고 해서 웃은 적이 있었습니다.

 

베를린 독일어는 한국식으로 따지면 서울 말이고, 뮌헨은 한 전라도나 경상도쯤 되려나요?

오스트리아는 독일의 아래쪽인지라 뮌헨과 비슷한 사투리를 합니다.

물론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악센트가 다르긴 하지만 말이죠.

 

저에게 문제라면 저는 지금까지 사투리를 배운 적도 말한 적도 없습니다. 학원에서는 당연하게 Hoch Deutsch 혹도이치 라고 불리는 베를린식의 독일어를 배웠고, 남편또한 저에게 항상 혹도이치를 말했던지라 저는 사투리를 잘 모르는디..

 

카리타스 학교에서는 전부 사투리로 말합니다. 심지어는 문자도 사투리로 합니다.^^;

사투리는 표준어보다 단어들의 줄임이 많은지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정말로 하나도 알아들을수가 없답니다. 말을 웅얼거리듯이 하거든요.^^;

 

녹음 해 온 “인체학” 강의를 집에서처음 듣던 날, 남편이 너무 놀라하더라구요.

어떻게 강사들이 완전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강의를 하는것인지!

 

"못 알아듣겠다고 표준어로 강의를 해달라고 해!"

 

남편이 요구하는 이 말을 저는 강사에게 하지 못합니다.

전라도에서 살고 있어서 전라도 사투리를 하는 강사에게 “서울말로 해 주세요!” 한들, 들어주기도 쉽지 않는 요구이거니와 강사에게 스트레스만 주고, 더불어 제가 밉보일테니 말이죠.

 

"앗따~ 독일어(=사투리)가 안 되면 그냥 집에 있으랑게~

왜 능력도 안 됨시롱 나한테 사투리를 써라~ 표준어를 써라~ 한당가?”

 

뭐 이런 생각을 강사가 하지 않을까요? 외국인 소수만 빼면 다 알아듣는 사투리인데 말이죠.

 

제가 열심히 정신 바짝 차리고 앉아서 사투리를 잘 알아듣는 방법밖에는 없고, 그것도 안되면 집에 와서 강의를 다시 한 번 반복해서 듣는 것도 방법이기는 한디..

 

문제는 하루 8시간의 강의를 다시 한 번 집에서 들을만한 시간이 안 되는지라, 정말로 시험이 코앞인 것들만 들을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 저는..

4주 동안의 이론교육을 잘 마쳤고, 한 과목의 시험과 한 과목의 레포트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앞으로 5주 동안은 슈탐하임(실습 요양원)에서 실습을 하면서 3 과목(독일어, 심리학, 운동감각론)의 레포트를 실습하는 동안에 관찰, 기록해서 제출해야 하고!

 

5주간의 실습이 끝난 후에는 1주일에 2일은 학교를 나머지 날을 요양원에서 실습을 하면서 1주일 40시간을 부지런히 보내게 될거 같습니다.

 

4주동안의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장편소설감인지라 앞으로 읽으시게 되지 싶습니다.

물론 제가 부지런히 써야한다는 전제조건에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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