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Rarangi 라랑기 캠핑장에 머무는 4박5일 동안 우리 집(=차)옆에 한 이웃이 계셨습니다.
항상 뭐가 그렇게 바쁘신지..아침 일찍 식사를 하시고는 어디론가 급히 가셨다가..
점심때 돌아 오셔서 식사를 하시고, 캠핑장에 관광객이라도 들어있으면 다시 어디를 가시곤 했는데, 오후에 관광객이 없을 때는 캠핑장안에서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키위(=뉴질랜드 사람)중에는 연세가 드셔서 은퇴 하신 후에 사시던 집을 팔아서 그 돈으로 커다란 버스를 사서 자체적으로 캠핑카를 만들거나 이미 제작이 된 캠핑카를 사서 여행하는 키위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많이 만나왔기도 했구요.
부부가 길 위에서 생활 하는 것도 그때는 별로 슬프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었습니다.
어디를 가도 부부가 나란히 움직이니 보기도 좋아보였고, 저도 남편에게 “우리도 나중에 나이 들어서 은퇴하면 버스한대 사서 개조해서 떠돌아다니면서 살까?”하는 말까지 했었더랍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여러 나라를 거쳐서 하는 버스여행도 재미 있을 거 같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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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집시같이 떠돌며 길 위에서 하는 생활도 부부가 아닌 혼자가 되면 또 다르다는걸 이 분을 통해서 알게 됐습니다
우리옆집 할배가 관광객이 떠나고 조용한 캠핑장에서 저렇게 선탠을 즐기시고 계십니다.
캠핑장에 사람이 있음 그렇게 부산하게 움직이시는데...
사람들이 없으면 오후 내내 저렇게 해바라기처럼 햇볕아래 얼굴을 꼿꼿이 들고 계시다가 해가 사라지면 캠핑카 안으로 할배도 그렇게 사라지시곤 했습니다.
마눌 하고는 별 대화를 안 하는 대장(=저희 집 양반이죠.^^)이지만..
다른 사람하고는 조금 수다스러운(제가 볼 때는) 남편인지라..
(남편은 생전 처음 보는 사람하고도 기본 30분 대화를 합니다.
더 심한 경우는 한 두 시간은 기본이 되기도 하구요.)
이미 옆집에 할배랑 인사를 했던 대장인지라 살짝 물어봤습니다.
“저 할배는 집이 어디래?” “집이 없다는데..”
“아니 왜 집이 없어? 집 없는 사람이 어디 있어?”하고 말하고 생각해보니..
하긴 뉴질랜드에서 은퇴 한 후에 집 팔아버리고 캠핑버스 사서 길 떠나면 집이 없는 건 맞죠!
“저 할배는 매일 어디를 그렇게 바삐 다니신데?”
“여기저기 트랙킹(=산책)다니신다네..”
여기는 트랙킹 코스도 없는데 어디를 그렇게 바쁘게 다니시는지..
남편한테 들은 정보로는 73살이신 어르신은 전에 수력발전소에서 일하셨다고 합니다.
(그럼 공무원인디..공무원은 연금도 일반인보다 짭짤할 텐데...)
지금은 돈을 아끼려고 이곳 캠핑장에서 한 달째 머물고 계시다고 합니다.
“여기 캠핑장은 한번에 7일 이상 머물면 안 된다고 안내판에 써있던데?”하니
“모르지.. 합니다.
부부어르신들은 길 위에 사셔도 두 분이 계시니 좋아 보이던데...
혼자가 된 어르신은 왜 불쌍해 보이는지 모르겠습니다.
남들과도 절대 말을 섞지 않고, 혼자만 계시던데..
우리 옆에서 그렇게 계시던 어르신은 우리가 이곳을 떠다 오던 날 떠나셨습니다.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도 없이 그렇게 말이죠!
남편이 웃으면서 “저희도 남섬을 떠돌게 될 테니 어디서든지 또 만나게 되겠죠!
그때 뵙도록 하겠습니다.”하니 그분도 웃으시면서 그렇게 가셨는데...
다시 그 할배를 만난다면...
다시 캠핑장 이웃이 된다면..
같이 식사 한 끼라고 해야겠습니다.
혼자서 드시는 식사는 외로우실 테니 말이죠!
이 글은 2012년 10월 12일 저녁!
비오는 카라메아의 캠핑장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남의) 무선인터넷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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