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에 뉴질랜드 대사관에 “워킹비자”서류를 접수했었습니다.
서류를 다 넣었다고 그냥 막 아무에게나 내주는 워킹비자도 아닌데..
“워킹비자 발급시점”을 내 맘 대로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워킹비자를 내주는 대사관이 갑이어야 하고, 모든 조건은 대사관에 맞추는 것이 보통인데,
워킹비자를 내주겠다고 아직 결정이 난 것도 아닌데, 나중에 받겠다는 고객!
네, 접니다.
물론 우리 나름의 타당한 이유는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시아버지의 병환으로 장남인 남편이 쉽게 떠날 수 없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나중에 비자를 받겠다.”해놓고는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던 우리.
결국 한밤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고객인 나에게 전화를 해오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http://jinny1970.tistory.com/3127
우리를 당황하게 한 한밤의 전화.
비자를 발급받으려는 사람이 받을 자격과 조건이 되는지 “인터뷰”를 하는 이유가 아닌,
도대체 언제쯤 비자를 발급받을 예정인지 물어보려고 전화를 했던 대사관 직원!
그렇게 대사관 직원과는 “1월31일에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었습니다.
그때쯤 대사관 직원은 다시 추가해야할 서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귀띔을 했었죠.
한국 사람들은 꼭 제출해야하는 서류중 하나인 “흉부 엑스레이 사진”.
이것이 6개월 유효한 서류라고 합니다.
내가 서류를 접수한 기간이 6개월이 넘어가면 새로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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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츠에 사는 내가 뉴질랜드 대사관에 접수할 엑스레이는 찍으려면..
비엔나까지 가야 합니다.
비엔나에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지정한 의사를 만나고,
또 그 의사가 지정하는 방사선과에 가서 흉부를 찍어야 합니다.
린츠에서 비엔나까지 가는 차비와 시간에,
대사관 지정의사와 방사선과에 골고루 수수료를 지불 해야하죠.
비자에 필요한 서류나 수수료는 다 남편이 지불을 해서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아무튼 꽤나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작년 여름에는 급하게 비엔나에 엑스레이를 찍으러 가면서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갔다가..
2박3일 도나우강변 자전거 투어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왔었죠.
아직 이 영상들은 편집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내가 지난 여름에 제출한 흉부사진의 유효기간은 6개월.
비자를 빨리 받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비자 받을 시기를 미루면서 더불어 새로 추가해야하는 서류도 생긴 거죠.
지난번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하고, 대사관이 추가로 보내라는 이메일을 보내면서 남편이 직원에게 물어봤던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새로 제출해야 할 흉부 사진”.
“한국이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제출해야하는 나라이기는 하지만..
내 아내는 오스트리아에서 살고 있고, 지난번 흉부 사진을 찍은 이후로는 오스트리아를 떠나지 않고 계속 이곳에 있는데도 새로 흉부 사진을 찍어야 하는 것인지..“
다시 찍으라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이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었죠.
그리곤 잊고 있었던 뉴질랜드 워킹비자.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던 1월 말까지는 시간도 있으니 잠시 접어뒀던거죠.
뉴질랜드는 까맣게 잊고 있던 지난 12월에 저는 또 뉴질랜드 대사관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다시 통화를 하자고 했던 1월은 아직 멀었는데 다시 전화를 해온 대사관 직원.
전화를 해서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합니다.
“당신의 워킹비자를 발급했다.”
내가 전화를 받은 날은 12월 23 일.
대사관 직원이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인거죠.^^
조건도 꽤 좋은 비자였습니다.
뉴질랜드 입국 할 수 있는 기간을 3달 정도로 잡아서 말이죠.
나는 2020년 3월23일~ 6월 23일 사이에 아무 때나 입국 할 수 있습니다.
대사관 직원이 내 비자를 12월에 발급 해 버린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남편이 질문했던 다시 제출 해야 하는 서류인 “흉부 엑스레이”
새해가 되어버리면 정해진 규칙(6개월)이니 대사관 직원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서류.
12월에 비자를 발급 해 버리면 다시 흉부 엑스레이사진을 제출할 일은 없죠.
덕분에 우리에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비자가 됐습니다.
흉부 엑스레이 찍으려고 다시 비엔나에 다녀오고 하다보면 200~300유로의 경비에 시간까지 필요한 참 번거로운 작업이었는데 그걸 다 한 번에 해결 한거죠.
뉴질랜드는 남편에게는 참 행운의 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닌가요? 뉴질랜드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표현이 더 맞는 거 같습니다.
남편이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필요한 영어 레벨 테스트를 하면서 하나씩 준비했던 시절.
비자에 필요한 조건들을 맞추던 그 2~3년의 시간동안 남편이 의지했던 사람은 대사관 직원!
남편은 비자 서류를 대행 해 주는 회사나 대행업자없이 혼자서 다 해냈죠.
시시때때로 뉴질랜드 대사관에 전화를 해서 조언을 구했습니다.
당시 대사관 직원은 뉴질랜드에는 자동차 산업이 없으니 “(자동차 관련)소프트 엔지니어”인 남편에게 앞에 “자동차”는 빼는 것이 비자를 받는데 더 유리하다는 조언까지 했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사관 직원은 왠지 거만하고,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할 거 같은 그런 “갑”같은 존재인데, 비자를 받는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더 유리한지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또 이번에는 우리의 문제까지 고려해서 알맞은 시기를 선택해서 비자를 발급해준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
그들의 베푸는 아주 작은 친절이 “뉴질랜드”라는 나라에 대해 감동하게 합니다.
“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우리의 시간과 돈을 벌어줬으니 선물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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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업어온 영상은 저의 소소한 일상중의 일부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의 오후, 생각과는 달리 참 한산한 동네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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