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에게는 오랜 기간 만나온 친구가 있습니다.
(여기는 우리나라에 있는 동기나 후배 개념이 없기는 하지만.)
남편의 대학후배이기도 하고, 우리 결혼의 증인이기도 한 안디.
남편에게도 좋은 친구지만, 나에게도 참 좋은 친구입니다.
안디랑 둘이 남편을 앞에 두고, 남편 흉을 보면 꿍짝도 아주 잘 맞죠.
안디가 남편에 대해서 말하는 것 중에 내 맘에 안 드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네 남편은 인색해!”
내가 아는 남편은 그리 인색한 사람이 아닌데..
마눌이 밥값 내라고 옆구리를 찌르면 밥값도 잘 내는데!
왜 남편은 안디에게 찍힌 것인지..
이곳의 문화가 누구 밥값은 내주는 문화도 아닌데!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어도 밥값을 각자부담입니다.
누군가가 “밥은 내가 살께!”하는 경우도 거의 없지요.
혹 누군가가 밥값을 냈다고 해서 “다음번에는 내가 살께!”하지도 않습니다.
“넌 돈이 많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그러니 “이번에 내가 밥을 샀으니, 다음번에는 상대방이 사겠지?”하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 좋죠.
상대방이 밥을 사면 다행이지만, 안 산다고 해도 그러려니..하십시오.
내가 결혼식 날 결혼식 증인으로 안디를 만났으니 이제 12년차.
남편이 짜다던 안디가 나에게는 더 짜게 보이는 인간.
남편보다 더 짠 안디가 우리에게 밥을 샀습니다.
전액을 다 낸 것은 아니지만 우리를 위해 지출을 했다는 자체가 중요하죠.^^
12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죠.
거의 기적에 가깝기까지 한 일입니다.
안디와 등산 후에 갔던 피자집 영수증.
등산후 외식할 계획이 없었지만 가게 된 피자집.
지갑에 현금을 한 보따리 가지고 다니는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평소에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죠.
남편과 등산 갈 때는 돈 쓸 일이 없으니 마눌의 지갑은 집에 두고 다니죠.
지갑을 차 안에 두는 것도 안전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거운 지갑을 등산하는 내내 배낭에 가지고 다니는것도 바람지하지 않은 방법이니 말이죠.
등산후 외식을 생각했다면 지폐 하나 챙겨올 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일이 거의 없다보니 등산하는 날 = 내 지갑은 집에서 쉬는 날.
안디는 내 남편이 짜다고 했지만, 그동안 안디가 남편에게 얻어먹은 끼니가 꽤 됩니다.
우리가 그라츠에 가면 안디네 집에서 잠을 자는데..
안디네 집에서 신세를 질 때마다 남편이 밥을 샀습니다.
안디네 잔다고 해서 방 하나 내줘서 침대에 자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우리가 챙겨간 매트 깔고 침낭에 자는데도 말이죠.
안디에 집에 가면 동네 피자집에서 피자먹으며 맥주도 마시고,
두 남자가 엄청나게 수다를 떨어대죠.
음식을 넉넉하게 시키는 아낙답게 피자는 항상 넉넉하게 주문을 하고,
남은 피자는 안디가 나중에 데워서 먹을 수 있게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죠.
평소에는 30~40유로 정도 나오는 한끼 식사 였는데.. 지난번에 안디가 동네에 있는 조르지아 식당에 데려가는 바람에 남편이 얼떨결에 총 맞았죠.
결과적으로 보면 남편에게 총을 쏜 사람은 음식을 주문한 마눌이지만..
이런 식당에 데려간 건 안디이니 범인은 안디로 지목합니다.^^;
그 식당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489
생전 처음 먹어본 조지아 음식.
그때 안디는 이렇게 말했죠.
“다음번에는 다른 나라 음식을 먹어보자, 내가 봐둔 곳이 있어.”
이때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제 안디네 집에 오면 안 되겠다고...”
숙박비 아끼려고 지인찬스를 쓰는 건데..
마룻바닥에서 자면서 밥값으로 하룻밤 숙박비에 해당하는 금액 지불하는 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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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번에 안디가 밥을 사기 전의 일인데 마눌이 남편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왜 안디는 당신에게 밥을 안사? 우리가 뉴질랜드 있을 때, 안디가 한 달 여행 왔었잖아. 그때 우리는 이미 다 가본 곳을 안디 때문에 다시 한 번 섬 일주를 해야 했고, 그때 우리가 쓴 기름 값도 엄청나지? 그때도 마지막 날 안디가 떠날 때 같이 밥 먹으러 갔는데 내 밥값만 내줬잖아. 당신 밥값도 내줄만 했는데...”
사실 이때는 안디의 머리가 많이 길어서 출국 전 내가 안디의 머리를 잘라줬거든요.
그 댓가로 안디가 마눌의 저녁을 사준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니 완전 공짜로 얻어 먹은 건 아니죠.
남편에게는 안디가 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는 짠 안디가 아니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자 때문에 나 혼자 입국해서 비자 및 노동청 일을 봐야 했죠.
우리가 살던 터전은 그라츠지만, 난 시댁이 있는 린츠에 짐을 풀었고!
그라츠에 일보러 온 나를 위해 안디는 자기 침대를 내줬죠.
그리고 같이 동네 피자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계산도 했습니다.
신세를 지러온 내가 밥을 사는 것이 맞는데, 안디는 침대도 내주고, 밥도 샀죠.
아침에 출근하면서 내 아침도 차려놓고,
일찍 들어오면 문 따고 들어오라고 열쇠가 있는 곳도 알려주고!
나에게는 참 다정하고 친절한 남사친입니다.
나는 “나랑 결혼할래?”하고, 안디는 “이혼하고 와!”하는 사이지만,
이것도 남편 앞에서 하는 우리만의 농담이죠.
나에게는 밥도 사고, 잘 하는 안디가 왜 유난히 남편에게는 그리 짜게 구는 것인지..
그것이 나는 참 궁금했습니다.
아! 안디가 평소에 나에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네 남편 돈 많아!”
마눌인 나는 확인이 안 되는 남편의 재산.
여기는 은행거래를 해도 통장이 따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확인불가입니다.^^;
결혼 12년차인 올해까지도 마눌은 전혀 모르는 남편의 재력입니다.^^;
남편은 어쩌다 안디에게 자신의 재력을 털어놔서 ...쯧쯧쯧^^;
안디는 짜다고 하는 남편이 그동안 밥을 산 것이 도대체 몇 번인데 그러는 것이고,
왜 안디는 한 번도 남편에게 밥을 안 사는 것인지!
어느 날 남편에게 물어봤었습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밥을 살때도 있고, 얻어 먹을 때도 있잖아. 그 동안 당신이 밥을 산 것이 몇 번인데, 안디는 한 번도 밥을 사는 것을 못 봤어.”
“.....”
남편은 자신의 지인에 대해 마눌이 말하는 것이 못마땅한지 입을 다뭅니다.
하지만 남편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내 생각을 이야기했죠.
“나는 그렇게 생각해! 안디가 당신 돈 많다고 일부러 당신한테만 밥을 안 사는지 모르겠는데..사실 돈이 많다고 돈이 안 아까운건 아니잖아.
부자라고 매번 밥을 사야하고, 가난하다고 매번 밥을 얻어 먹는 건 아닌거 같아.
부자도 돈이 아까운건 알고,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자기 돈은 다 소중 한거야.
부자가 비싼 스테이크를 사줬다고 해서 가난한 사람에게 ”너도 그런 스테이크를 사줘!“ 하는 건 아니잖아. 부자에게는 비싼 스테이크를 얻어 먹었지만, 가난한 사람은 부자에게 커피 한 잔 살수도 있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항상 주기만 하고, 또 항상 받기만 한다면 주는 사람이 언젠가는 지치지 않을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브엔 테이크는 중요 한거야.
주고 받는 것들의 값어치를 떠나서 말이지.
상대가 돈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항상 밥을 사야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지.
나는 돈이 없어서 밥 대신에 커피 한잔 밖에 사줄 수 없지만, 내 형편을 아는 상대방은 그것이 밥 이상의 값어치라는 걸 알테고. 그렇게 인간관계가 형성된다고 생각해!
그러니 안디의 태도는 옳지 않다는 이야기지.“
말없이 마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조용히 말을 합니다.
“그건 당신 말이 맞아.”
그렇게 조금은 이기적으로 보이는 안디의 인간관계 였는데..
음식 값이 부족해서 근처의 ATM기계에 돈을 빼러 간다는 남편에게 안디가 날린 한마디.
“나머지는 내가 낼께!”
여기서 안디가 말하는 나머지는..
우리 둘의 음식값 23,80유로에서 남편이 가지고 있는 현찰 10유로를 뺀 13,80유로.
팁까지 계산한다면 15유로정도 되겠네요.
안디가 내겠다는 나머지에 대한 남편의 반응은..
“나중에 네 계좌번호 문자로 보내, 내가 계좌이체 해 줄께!”
참 오스트리아 사람들다운 대화입니다.
남편이 보내준다는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 안디는 됐다고 했고,
남편은“나중에 그라츠에 가면 내가 밥을 살께!”로 끝맺음 했죠.
안디도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깨닫게 된걸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오늘 이야기에 등장하는 피자는 아래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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