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다시 오스트리아로 돌아 온 지 이제 5년차가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2년 예정으로 다시 들어왔었는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해 그리고 또 한해씩 머물게 됐죠.
처음 2년은 내 직업교육을 마쳐야 하니 있었고,
그 다음은 우리부부가 돌아가면서 병원 신세를 지느라 있었죠.
남편은 발목에 금이 가서 깁스하고 2달 동안 병가를 내야했고,
마눌도 탈장수술을 하고 거의 2달 정도 쉬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남편이 젝켄(살인진드기)한테 물려서 몇 달 동안 고생.
별일이 없는 한 올해는 떠날 예정인데..
남편이 지금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봐가면서 시기를 정하지 싶습니다.
나야 입사한지 2년 정도밖에 안 된지라 한 달 전쯤에 퇴사 통보를 하면 되지만..
남편은 입사 20년(이 됐나?)정도가 되니 몇 달 전에 퇴사 통보를 해야 하는 모양입니다.
남편이 원하는 기간만큼 회사에서 장기간 휴가나 휴직 처리 해 주지 않으니 말이죠.
남편의 나이도 있다 보니 조금 망설이는 듯도 보였습니다.
“우리 그냥 휴가 한 6 개월 내서 그리스 아래쪽으로 해서 돌아볼까?”
다시 돌아오면 취직이 힘들어질 거 같은 현실 때문에 이런 타협점을 찾는 듯도 보였습니다.
나야 뭐, 남편이 하자는 대로 하는 마눌이니 따라야지요.
가자고 하면 가고, 있다고 하면 있고!
나는 여기도 외국이고, 다른 나라도 외국이니 별다른 차이는 없죠.
단, 여기는 내 일터가 있고, 일상이 있는 조금은 편안한 삶이 있죠.
아직은 남편이 입 밖으로 이야기를 안 하니 시기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은 굴뚝같아도 “결정이 되기 전에는 말하지 않나 부다.."했습니다.
아시는 분만 아시겠지만, 남편은 집에서 말을 잘 안합니다.
마눌한테 잔소리는 해도, 회사나 직장동료, 회사 일에 대한 이야기는..
남편이 누군가와 이야기 할 때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랬던 남편의 계획이었는데...
지난번 남편 동료들이랑 같이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뱉는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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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식사 하니 지금은 동생 같은..(아니 아들뻘이지..^^;) 남편의 동료들입니다.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한 남편의 동료들은 다 28살 청년들이었습니다.
남편은 그들 중 2명을 가리키더니, “매니저 감”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중에 결혼해서 집짓고 있는 책임감 강한 Y를 보면서 하는 말.
“내가 4년 후에 다시 오면 Y가 매니저가 돼서 날 면접 보게 될지도 몰라.”
이때는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많은데 남편의 이야기를 다시 묻는 것도 그래서 말이죠.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는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 회사 그만둘 예정이라는 거 동료들한테 이야기 했어?”
“응.”
나한테는 결정될 때까지 직장에 아무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 놓고...^^;
“다 이야기 했어?”
“응.”
“언제 그만두는데?”
“아직 시기는 안 정했어.”
“그럼 지금 하는 프로젝트가 대충 정리되면 그만 두는 걸 사람들이 다 안다는 거지?”
“응.”
“당신 그만 두는 거 비밀 아니었어?”
“.....”
“나한테 이야기 하지 말라면서 당신은 왜 했어?”
“....”
“당신 6개월 전에 회사에 퇴사 통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
“3개월 전에만 하면 돼!”
“그럼 올해 (우리) 떠나?”
“올 여름 지나고..(남편의 유럽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남편과 나만 알고 있어야 하는 우리들의 계획이었는데...
남편의 부서 사람들은 부서장부터 모든 동료들이 다 알고 있었나 봅니다.
오랜 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이나 보니 중간에 그냥 쑥 빠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이해를 하지만, 남편이 여자인 나보다 더 수다스럽게 동료들한테 이미 통보를 한 줄은 몰랐습니다.^^;
4년 후쯤에 다시 돌아오면 지금 함께 일했던 동료가 부서장이 되어서 남편을 면접 보게 될지도 모른다니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남편이 지금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결정된 것이 하나도 없는 우리의 미래지만 말이죠.
하. 지. 만.
남편이 이리 수다스러운지는 전혀 몰랐던지라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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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고온 영상은 며칠 전에 제가 퇴근하면서 본 장보기 입니다.
평소에는 오전에 슈퍼 장을 보는데, 출근하는 날은 일러야 저녁 6시 퇴근이니 그때 집에 오면서 장을 보러 갔는데, 저녁에는 야채나 과일들이 싸지고, 유통기간이 코앞인 제품들도 반값에 팔린다는걸 알게됐죠.
가격이 싸다고 집에 있는 날도 일부러 저녁에 장을 보러 가지는 않지만..
근무한 날은 즐거운 마음으로 들리는것이 집에 오는 길에 있는 슈퍼 두 곳입니다.
글을 통해서 저를 알고, 제 일상을 아시는 분들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지실 영상이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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