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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남편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by 프라우지니 2018.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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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남편이 출근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도시락을 싸는 아내입니다.

 

내 출근과는 상관없이 매일 아침 5시 50분에 라디오 알람을 들으며 일어납니다.

 

일어나서 과일을 썰어서 남편이 뮤슬리랑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하고..

남편이 아침을 먹는 동안 남편이 가져갈 도시락을 비몽사몽하면서 만듭니다.

 

어떤 식의 도시락을 싸는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558

은근히 신경 쓰이는 남편의 도시락

 

언젠가 요양원 동료들과 쉬는 시간에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나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매일 5시 50분에 일어나거든, 주말이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인데, 주말에 근무가 걸리면 주말에도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니깐..”

 

이 말에 동료들의 놀라운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질문공세가 시작됩니다.

 

“아니 왜 매일 5시 50분에 일어나?”

“일어나서 남편 아침도 챙겨주고, 도시락도 싸줘야 하거든.”

“그걸 왜 네가 해?”

“엉?”

“내 남편은 자기가 일어나서 자기가 챙겨먹고 가.”

“그럼 넌 뭐해?”

“나? 나야 자지. 돈 벌어서 나 갖다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시중을 들어?”

“그래도 남편이잖아.”

“네 남편은 돈 벌어서 너 갖다 줘?”

“아니, 그런 아니지만, 집에 관련된 모든 것들은 다 남편이 내지.”

(사실은 남편이 집세,식비등등을 다 내죠.)

“...”

 

졸지에 내가 이상한 여자가 됐습니다.

돈 벌어서 다 갖다 주는 남편도 아닌데 아침상에 도시락까지 싸준다니..

 

그날 집에 와서 남편에게 투정을 했습니다.

 

“내 동료들이 나보고 이상하다고 해!”

“왜?”

“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남편을 챙기냐고?”

“아니 왜 사생활을 이야기 했어?”

“숨길만한 이야기도 아닌데 뭘...”

 

다들 자기 남편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가던,

점심을 싸가던 별로 신경을 안쓰는듯 했습니다.

 

남편과 동등하게 집안에 들어가는 생활비를 반반씩 내는 이곳 아낙들인지라,

“나도 일 한다”고 남편이 끼니는 잘 안 챙기는 듯이 보였습니다.

 

그렇게 주변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부부지만..

가끔 마눌은 데모를 합니다.

 

“왜 나는 내 출근과 상관없이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는데???”

 

별일이 없으면 남편 출근시켜놓고 다시 침대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계속 쭉 자는 것과 일어나서 아침 준비, 도시락까지 싸서 보내고 다시 자러 가는 것은 약간의 차이가 있죠.

 

드물게 내가 정말 피곤하거나, 심술 나서 일부러 일어나지 않을 때는..

 

남편 직접 차려서 아침 먹고, 도시락을 챙겨가는 경우도 있기는 했지만,

이때도 남편이 마눌 에게 요구 하는 건 있습니다.

 

남편이 나갈 때 침대에서 최소한 얼굴을 들어서 남편의 눈을 맞추고 배웅해야 합니다.

 

“나 갔다 올게!”

“응, 잘 갔다 와~”

 

남편이 원하는 건 마눌이 웃는 얼굴로 하는 “잘 갔다 와~”

심술을 내고 있는 날도  이때는 웃어야 합니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마눌이 차린 아침을 먹고, 마눌이 싸준 도시락을 들고, 마눌의 배웅을 받으면서 출근을 하는 남편이지만, 마눌의 근무가 있는 주말에는 자면서 출근하는 마눌을 배웅합니다.

 

마눌이 출근준비를 하면 잠결에 묻습니다.

 

“데려다 줄까?”

 

여름에 비가 오거나, 겨울에 눈이 오면 남편에게 신세를 져야합니다.

이런 날이 평일이면 출근하는 남편 차에 동승을 하죠.

 

평일에는 항상 일찍 일어나고 잠은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자는 남편인지라..

주말에는 쌓인 피곤이 풀리라고 그냥자게 두려고 노력하는 마눌입니다.

 

 

 

아직 가을인데 갑자기 추워진 주말아침.

출근준비를 하는 마눌에게 남편이 잠결에 묻습니다.

 

“데려다 줄까?”

 

자전거로 출근해도 되지만,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지라 남편의 제안을 얼른 받았습니다.

 

“응, 얼른 일어나!”

 

마눌의 대답에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남편이 마눌을 데려다줄 준비를 합니다.

초가을인데 갑자기 추워져서 복장은 겨울 복장인 날입니다.

 

 

 

자전거타면 10분 거리지만, 남편차로 가도 5분정도는 소요됩니다.

남편은 직진이 아닌 다른 길로 돌아서 요양원으로 가거든요.

 

마눌은 주말에 자전거로 출근해서 남편이 조금 더 잘 수 있게 해주려고 하고,

남편은 자신이 집에 있는 주말에 출근하는 마눌이 힘들까봐 데려다 주는 모양입니다.

 

마눌이 출근하는 주말에는 남편이 항상 묻는 말.

 

“데려다 줄까?”

 

남편에게는 이 일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듯 보였습니다.

 

자신이 출근할 때 아침을 준비하고, 도시락을 준비해서 배웅하는 아내의 일이 당연한 듯이,

주말에 출근하는 마눌을 직장에 데려다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일찍 일어나서 아침 준비하고 도시락 싸준다고 시시때때로 생색내는 철부지 마눌과는 달리,

 

남편은 매번 출근하는 마눌에게 데려다 줄지를 물어오고, 해 달라고 하면..

생색 한 번 없이 마눌을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는 자신이 해야하는 “당연한 일”중에 하나인 모양입니다.

 

남편은 “남편이 해야 하는 일” “아내가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듯이 보입니다.

 

남편이 그어놓은 그 선이 어디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더해져서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만들어 주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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