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에 진료한 의료비 청구서를 보내놓고는 2주안에 입금을 하라는 안내를 받았었습니다.
어쩌다보니 깜빡하고 있었는데 의료비 독촉장을 받았었습니다.
날짜를 넘겼으니 벌금 4유로를 함께 입금하라고 말이죠.
남편은 "오스트리아 방식" 으로 여러 가지 서류를 찾아 첨부해서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었지만, 사실 외국인에게 이런 대처법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이메일로 기나긴 설명이나, 혹은 증명 따위는 반갑지 않습니다.
"당신이 너무 늦게 보낸 청구서"에 대한 증명을 하다가는 화를 더 부를수가 있습니다.
이메일로 설명하다가.. 날짜가 더 흘러가면 연체료같은 벌금만 더 늘어날테니 말이죠.
그래서 독촉장을 받은 그 다음날 의사를 찾아갔습니다.
가보니 나처럼 뜬금없는 청구서에 벌금청구서까지 받은 사람들이 나처럼 종이를 들고 의사를 만나려고 몇 있었습니다. 나만 당한 날벼락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의사를 만나러 갈 때 내가 들고 갔던 서류는..
- 내가 한 달 전에 받은 (작년 9월의 진료한) 의료비 청구서
- 첫 번째 받은 의료비에 벌금 4유로 합해서 같이 입금하라는 독촉장.
그리고 작년 9월에 건강검진을 하면서 (가정의가 혈액검사를 의뢰 했던 실험실에서 내게 보내왔던 의료비 청구서와 내가 입금한) 의료비 영수증.
진료비야 작년 것이 됐건 올해 것이 됐건 영수증이 나왔으니 내기는 하는데..
몇 달이 아니고 두어 주 더 지났다고 벌금을 내는 건 억울해서 그걸 아껴볼 생각이었거든요.
남편은 비슷한 시기에 진료한 다른 의사의 진료비를 내가 지불한 영수증에 이런저런 것들을 첨부해서 구구절절하게 이메일을 보내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외국인 의사입니다.
나도 외국인이라 의사는 남편의 대처법을 좋아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냥 만나서 말 몇 마디로 해결할 수 있는데,
읽는데 시간 걸리는 이메일에 웬 첨부서류까지??
제가 의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1. 작년 진료비 청구서를 거의 1년이 다 지난 시점에 받았는데, 채 한 달이 지나기도 전에 벌금 4유로를 내라고 독촉장을 받았다. 내가 몇 달을 밀린 것도 아니고 채 한 달도 아닌데 이 벌금을 꼭 내야하는 것인지.. (자기네가 늦게 보내놓고는..)
보통 이런 금전적인 일은 의사의 사무실에 앉아서 손님들을 맞이하는 접수 직원이 다 관리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뒤늦은 영수증에 벌금고지서까지 받았다고 보여주니 직원이 날리는 한마디.
“이런 것은 다 의사 샘이 관리하시니 직접 만나서 해결하세요.”
그래서 진료를 온 사람들 틈에 앉아서 내 이름이 불리길 기다린 후에 의사 샘을 만났습니다.
어떤 인간형의 의사인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14
쿠바출신 의사가 주는 부담스러운 동기부여
작년 9월에 건강검진을 한 후로는 계속 다른 가정의를 찾은지라 이곳에 올 일도 없었는데..
간만에 오니 아주 많이 변했습니다.
우선은 가정의 사무실의 직원 둘이 전에 그 직원이 아닙니다.
(쿠바 출신) 의사 샘이 다루기 힘들다고 하더니만,
그사이에 자기가 부리기 편한 직원으로 새로 채용한 모양입니다.
내 이름이 불리고 의사 샘을 만나러 들어가서는..
내가 받은 영수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한 달 전쯤에 의료비 청구서를 받았는데, 이것이 작년 9월것이더라구요.
그런데 한 달도 안 된 시간사이에 벌금 4유로를 내라는 독촉장도 함께 받았어요.
내가 작년에 청구서를 받아서 안낸 것도 아닌데 벌금을 꼭 내야하나요?”
“당근 내야지요. 의료비는 3년 이내에 청구 할 수 있어요.”
“네, 그건 알겠는데..
그래도 한 달도 안 된 시간에 벌금까지 물리는 건 너무한 건 아닌가요?”
“너무 하기는요. 2주안에 입금하라는 안내도 했잖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보험은 보험회사에 청구서를 보내서 환불받는데 2주가 걸리는데..”
“청구서를 받고 지불하지 않으면 2주후에는 4유로, 4주후에는 6유로 이렇게 올라가요.”
“선생님, 제가 청구서 지불을 안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단지 며칠 늦어졌다고 벌금까지 내는 건 억울해서요.”
“정해진 기간에 내지 않으셨으니 내셔야 합니다. 내가 땅 파서 건물 임대료를 내는 것도 아니고, 나도 건물 임대료를 안내면 이 건물에서 쫓겨나요.”
아니 그러면서 왜 작년 9월의 진료비를 1년이 다 지나가는 시점에 청구를 한 것인지..
나와 대화를 하는 (쿠바)의사 샘의 목소리에 울분이 담겨있습니다.
지금 성질은 제대로 내고 있다는 이야기죠.
내가 작년에 받은 청구서를 지금까지 안 냈다면 이런 짜증을 내도 군소리 없겠지만..
받은 지 한 달도 안 된 청구서에 벌금까지 내는 건 억울해서 왔는데..
왜 나에게 짜증을 내시는 것인지..
“그럼 청구서를 받은 지 한 달도 안됐는데 벌금은 내야한다는 말씀이죠?”
“당연하죠, 벌금도 내셔야죠. 그걸 안내면 2주후에는 6유로를 내야하구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벌금을 낼께요.”
내가 가정의를 만나러 간다고 할 때 남편이 찾아서 가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작년 9월에 건강검진 하면서 혈액 검사했던 실험실에서 청구서를 지불했는데, 가정의가 보낸 영수증에 그 항목이 중복되어있으니 물어봐.
가정의 청구서에 ”실험실 비용 포함“이라고 되어있거든.”
참 꼼꼼한 남편입니다.
의사가 보낸 청구서의 항목까지 살펴봤던 모양입니다.
일단 벌금 4유로는 내야한다고 하니 그건 내가 받아들였고..
가정의가 보내준 청구서에 항목과, 내가 이미 지불한 실험실의 검사항목에 겹치는걸 지적했습니다.
영수증을 가지고 가서 직접 손으로 스펠링까지 같은 항목을 지적하면서 물어보니..
지금까지 목소리 높여서 벌금은 내야한다고 큰소리치던 의사가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그러더니 하시는 말씀.
지금 말로만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중복되는 항목을 빼줘야 하는디..
원래는 영수증을 새로 발급해줘야 하지만 지금 이 의사는 그런 의지도 없고,
나에게 중복된 항목인 14유로를 빼고 입금하라고 합니다.
“그럼 영수증에 선생님이 금액을 써주세요.”
최소한 내가 낸 금액에 대해 가정의의 흔적이라도 남겨야 하는 거죠.
가정의는 나의 독촉에 마지못해 영수금액에 14유로를 뺀 나머지 금액을 적어줍니다.
“그럼 저는 이 금액에 벌금 4유로까지 합해서 넣어야 하나요?”
“아니요, 그냥 이 금액만 넣으세요.”
왜? 조금 전까지 벌금 4유로는 꼭 내야한다고 하더니만 그새 잊으셨나?
“그럼, 지금 여기서 지불할까요?”
“아니요, 돈은 꼭 계좌로 넣어주세요.”
“그럼, 제가 오늘 이 금액만 넣으면 더 이상 문제는 없는 거죠?”
“네.”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계좌이체 확실히 할게요.”
그렇게 가정의를 탈출했습니다.
남편은 금액이 달라지면 의사가 당연히 영수증을 새로 발급해야 한다고 했지만, 남미에서 온 가정의가 모든 걸 서류화 시키는 이곳의 시스템과는 조금 다르게 일을 할 수도 있는지라, 저는 제 영수증에 가정의의 필체가 남긴 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가정의의 벌금에 대한 대처를 남편이 하려고 했던 것처럼 “당신이 청구서를 늦게 보내서 내가 안 넣은 것이 아니냐“는 증거자료를 첨부해서 구구절절하게 이메일을 보냈음 가정의가 더 열 받을 뻔했습니다.
외국인은 평생을 살아도 외국인인지라 말하는 것보다는 글 쓰는 것을 더 어려워하고,
특히나 긴 이메일(서류) 받는 걸 제일 싫어하니 말이죠. (저만 그런가요?)
그녀가 영수증에 아무런 표시도 해 주지 않고 그냥 14유로를 빼고 넣어라 했을 때는 조금 당황했지만, 내 영수증에 14유로를 제외한 222유로를 넣으라고 직접 수정해준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모든 것을 서류로 증거를 남기는 서양인들과는 달리, “말로만 이루어지는 거래”도 있죠.
한국에도 그런 것이 있듯이 그녀가 온 쿠바에서도 “구두거래”는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그녀가 그렇게 반응했겠지요.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던 가정의 반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벌금 4유로도 내지 않았고,
이미 실험실에 지불한 금액 중 14유로는 제외했으니 말이죠.
역시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로 푸니 일이 쉽게 풀린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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