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성수기인 요즘은 어디를 가도 비싸고, 사람들도 북적거리는 시기입니다.
그냥 조용히 집에 짱 박혀있는 것이 제일 좋은 휴가죠.
우리는 휴가를 9월 달에 가기로 했는데, 남편은 지금 휴가를 즐기고 있습니다.
마눌이랑 말이죠.^^;
주 20시간 근무하는 마눌은 하루 10시간 근무를 하는 관계로..
한 달에 8일 혹은 9일정도만 일을 합니다.
그래서 일하러 가는 날보다 노는 날이 더 많은 아낙이죠.
마눌의 근무 표를 꿰고 있는 남편이 7월 중순 이후 근무가 없는 마눌의 일정을 확인하고
(마눌한테는 말도 없이)휴가를 냈던 모양입니다.
남편이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인데 출근은 안 하는 남편!
“일어나, 출근해야지.”
“나 출근 안하는데?”
“왜? 가서 돈을 벌어야지?”
“다 휴가 냈어.”
“왜?”
“당신이 집에 있어서.”
허구한 날 집에 있는 마눌 인데,
한여름 땡볕을 마눌이랑 즐기고 싶어서 1주일 휴가를 내신 남편.
남편은 근무 연수가 되는지라 1년에 5주(일반 직장인)휴가가 아닌 6주 휴가를 받습니다.
마눌보다는 조금 더 여유롭게 휴가를 즐길 수 있죠.
7월20일 근무를 마치고 난후에 다음 근무일까지 8일의 여유가 있습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4박5일정도 짧게 크로아티아를 다녀와도 될 시간이지만..
성수기에는 가격이 겁나게 비싸지는 휴가지이니 한풀이 꺾인 다음에 갈 생각인지라.
별다른 계획은 없었는데, 남편이 휴가까지 내서는 마눌이랑 놀고 싶은 모양입니다.
첫째날인 월요일은 조용히 집에서 보냈습니다.
남편이 안방마님처럼 집에 계시니 이날 마눌은 밖으로 돌아다녔습니다.
여름 세일중인 쇼핑몰에 대박상품이 있나 오락가락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은 잔소리 대마왕 남편을 피해서 도망갔었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둘째 날인 화요일은 Attersee 아터호수에 다녀왔습니다.
남편이 해마다 자전거투어를 하는 호수이자, 우리가 보트를 타러 가는 곳 중에 하나죠.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호수 중에 가장 큰 호수입니다.
외국 관광객들은 할슈타트나 볼프강 호수 쪽으로 많이 몰리지만, 아터호수도 꽤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입니다. 주로 유럽지역에서 캠핑여행을 오는 자동차 여행자죠.
집에서 차타고 와서는 다시 보트를 타고 있습니다.
마눌은 차타고 어디 가는 건 참 좋아하는디..
땡볕 아래 보트(카약) 타는 건 별로 안 좋아합니다.
뒤에서 남편이 열심히 노를 젓는지라 앞에 앉아서 놀고 있는 마눌인디..
가끔은 배부른 소리도 곧잘 합니다.
“아~ 지루해!”
뭐 새로운 곳을 가서 봐야 신이 날 텐데..
왔던데 또 오고, 또 오고!
이놈의 아터 호수도 해마다 몇 번은 오는 곳 중에 하나죠.^^;
지난번에는 호수의 앞쪽, 이번에는 뒤쪽.
호수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면서 몇 시간을 물 위에 떠있죠.
물 위에 떠돌다가 사람들이 없는 작은 해변에서 잠시 쉬어갑니다.
남편은 여기서 수영도 하고, 햇볕도 즐기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죠.
넓디넓은 호수이지만, 대부분은 다 사유지인 관계로 일반인들이 호수로 입장 할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은지라, 이렇게 작은 해변을 통째로 차지하는 것도 일종의 럭셔리한 시간입니다.
아터호수는 클림트가 살면서 그림을 그린 곳으로 유명하죠.
호수주변에 클림트 박물관도 있고, 클림트가 그림을 그렸던 포인트도 있었던 것 같고..
우리가 물위에 떠 있을 때 “구스타프 클림트”라는 유람선이 지나갔습니다.
아마도 클림트가 머물렀던 호숫가의 이곳저곳을 다니는 “클림트 팬용”관광상품같았습니다.
너무 더운 시간은 살짝 피해서 집에서 2시가 넘은 시간에 출발했었건만,
오후의 땡볕은 그래도 더웠습니다.^^;
보트 서너 시간 타고, 수영도 하고, 보트를 다시 닦아서 차에 넣고...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녁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아시죠? 유럽의 여름은 저녁 10시가 되도 환하답니다.
간만에 저희부부의 최신 모습을 구경중이십니다.
반갑습니다. 호머심슨을 닮아가고 있는 남편,테오입니다.^^
그렇게 둘째 날은 마감을 하고!
셋째날인 수요일에는 바베큐 스페어립을 했습니다.
요즘 시부모님은 며느리가 아닌 아들이 한 음식을 자주 드십니다.
생고기를 사다가 인터넷 검색해서 두 가지 양념을 만들어서 냉장고에 하룻밤 숙성시킨지라,
아주 훌륭한 맛이었습니다.
한 번 요리를 하면 꼭 레시피대로 요리하려는 남편.
레시피에 소스에 넣어 진공 포장하라고 했다고, 정말로
진공 포장하는 기계를 사러 갔었습니다.
“설마 한번 사용하려고 사려는 건 아니지?”
“....”
마눌의 질문은 살짝 무시하시고 전자제품 대리점에서 열심히 진공포장기를 찾기는 했는데..
판매직원이 남편이 알고자 하는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는 남편에게 마눌이 날리 한마디.
“내가 진공 포장같이 만들어 줄게, 집에 가자!”
남편의 양념된 립은 냉동고용 비닐에 담아서 손으로 꼭꼭 눌러 공기도 다 빼고,
잘 묶어주니 군소리 없었던걸 봐서는 나름 만족스러운 공짜 진공포장이었나 봅니다.^^
넷째 날(목요일-글 쓰는 오늘입니다)에는 Traunsee 트라운 호수에 보트를 타러 간다고 했었는데..
날에 소나기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던지라 하루를 (남편만) 조용히 집에서 보냈습니다.
마눌은 아침부터 슈퍼에 장보러도 갔다 오고,
점심은 혼자 나가서 중국뷔페가서 초밥으로 점심 먹고,
쇼핑몰에 여름세일 구경도 다니며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점심 먹을 시간에 아침을 먹어야했던지라 마눌은 혼자 가야 했습니다.^^;)
다섯째 날(금요일)이 내일은 할슈타트 호수에 자전거 타러 가자고 했는데..
마눌이 원하는 할슈타트를 갈지, 아님 어제 못 간 트라운 호수를 가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모르죠! 간다고 했다가 또 안 가게 될 수도 있으니..
여섯째 날(토요일)에는 시누이가 온가족 자전거를 타러 가자고 해서 다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시부모님, 우리부부, 시누이까지 온가족이 자전거로 강가를 두어 시간 달리다가..
점심도 먹고 오게 될 거 같은 우리 집 식구들의 새로 생긴 전통입니다.
작년에 밥값은 시어머니가 내셨었는데..
올해도 시어머니가 내게 그냥 둘 생각입니다.
며느리 생일 때 외식가자고 하셔놓고 입 닦으셨고, 시어머니 생신 때도 가족외식 가자고 하셔놓고 입 닦으신 것까지 2번이나 되니 이번에 사셔도 별로 억울하실 거 같지 않으니 말이죠.^^
자! 남편이 옆에 딱 붙어있는 휴가 아닌 휴가를 보낸 1주일을 보내고,
온가족 편히 늦잠을 잘 수 있는 일요일에 저만 출근합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면 전 다시 (남편이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찾을 수 있지 싶습니다.^^
그시간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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