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혼기념일은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갖고 싶어서 고군분투했었습니다.

 

남편이 왜 마눌에게 다이아반지를 사줘야 하는지 시시때때로 쇠뇌도 시켜야했고,

괜찮은 디자인과 착한 가격의 중고반지가 나왔는지 가끔 가게에 가서 봐야했고,

 

반지 하나 갖겠다고 여러모로 노력한 나날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175

내가 선택한 결혼 10주년 선물, 다이아 반지

 

결혼 11주년을 한참 앞두고는..

 

별로 갖고 싶은 것이 없는지라..

뜬금없는 말 한마디를 남편에게 했었습니다.

 

“결혼 11주년 선물은 집을 하나 사줘!”

“지금은 안 되는데..(우리는 항상 떠날 의지가 있으니..)”

“왜? 당신친구가 이야기했잖아. 집을 사놓으면 몇 년 후에 집값이 오른다고.”

“....”

 

남편은 집보다는 주식을 더 믿는 인간형인 모양입니다.^^;

 

“그럼 결혼 15주년에는 가능한감?”

“사주는 건 힘들고, 거기에 살게 해 주는 건 안 되남?”

 

아하! 집을 사도 자기 명의로 사겠다는 이야기인거죠.

 

이제는 시시때때로 “집을 사줘!”로 남편을 쇠퇴시키기로 했습니다.^^

 

남편이 친구에게 묘사한 마눌의 성격은..

“마눌이 갖고 싶다고 말을 하면 그걸 가져야 한다.”

 

마눌이 말을 한번 뱉으면 그걸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본인이 하는 모양이니..

잊을만하면 한 번씩 할 예정입니다.^^

 

결혼기념일 며칠 전에는 우리 결혼기념일이 다가온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깜빡도 자주하는 아낙이 달력에 표시도 안 해 놓은지라 깜빡했었습니다.^^;

 

결혼기념일이라고 외식을 한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결혼기념일에 부부가 외식을 하기는 했었습니다.

 

 

Schoberstein 쇼버슈타인 정상에서 (뒤로는 아터세(아터호수)와 몬세(몬드호수)

 

결혼기념일에 한 외식은 마눌에게 “참 잘했어요~”의미의 상이었습니다.

전날 부부가 잘츠캄머굿 근처의 해발 1,000미터 상당의 산에 올랐었거든요.

 

등산을 가겠다고 며칠 전에 미리 통보를 한 것도 아니고..

전날 저녁에 남편이 날린 뜬금없는 한마디.

 

“내일 등산 갈 거야!”

 

한동안 산에 가지 않는 부부의 몸 상태를 고려해서 적당한 높이의 산으로 골랐는데..

 

유럽의 여름은 겁나게 더운지라, 등산을 하려면 새벽부터 출발해야합니다.

정오가 되기 전에 정상에 있어야 하니 말이죠.

 

그래서 새벽 5시에 일어나겠다고 알람까지 맞추겠다고 합니다.^^;

 

“무슨 등산 가는데 출근시간보다 더 빨리 일어나야해?”

 

마눌의 투정은 상관없이 알람을 맞추고 잤던 모양인데..

둘 다 일찍 일어날 간절한 이유가 없어서인지 계속 잤습니다.

 

자고, 또 자고..

 

 

 

늦게 일어나서 안갈 줄 알았던 등산인데..

등산을 오기는 왔습니다.

 

늦은 출발 덕에 점심은 정상이 아닌 올라가는 산중턱에서 먹었습니다.

근사한 풍경을 아래로 깔고 점심을 먹으니 일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은 한 끼였습니다.

 

이때도 몰랐습니다.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을!

 

산을 내려와서는 남편은 마눌이 군소리없이 열심히 등산 잘했다고 칭찬을 합니다.^^

 

“나 잘했지? 그럼 내일 우리 밥 먹으러 가자! 나 연어초밥 먹고 싶어.”

 

우리의 외식 계획은 이렇게 집에 오는 차 안에서 잡힌 거죠.

 

남편이 안 가겠다고 하면 나 혼자 라도 가려고 했습니다.

 

한국 땅을 떠나서 사는 것도 서럽고, 내 언어가 아닌 말을 하며 사는 것도 서러운데..

내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살면 그보다 더 서러울 수는 없죠!

 

그래서 전 시시때때로 연어가 땡기면 혼자 식당에 갑니다.^^

 

 

 

그렇게 다음 날(우리 결혼 11주년) 마눌이 등산을 잘한 상으로 부부가 외식을 갑니다.

마눌에게 주는 상이니 당근 남편이 사는 한 끼죠.^^

 

마눌이 자전거 탈 때 헬멧 안 쓰면 벌금 1유로 형을 때리는 남편인데..

이날은 웬일로 군소리가 없습니다. 하긴, 남편이 잔소리를 했어도 할 말은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전도 도로만 따라서 달릴 건데?”

 

 

 

 

집에서 자전거를 열심히 달리면 한 10분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중국뷔페집으로 달리고 있는지라, 남편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달리고 있죠.

 

남편이 앞서 달릴 때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 한 장 남깁니다.

 

자전거타면서 한 손 놓고 스마트폰을 만지는 행위는 남편의 잔소리를 들어서 마땅하지만..

지금은 남편 뒤에 따라가고 있고, 남편이 안 보니 내 맘대로..^^

 

 

 

그렇게 부부는 중국부페에 마주보고 앉아서,

각자가 먹고 싶은 것을 열심히 갖다 먹었습니다.

 

연어초밥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마눌은..

연어초밥을 위주로 해서 새우와 문어(인지 오징어인지) 샐러드도 퍼왔습니다.

 

남편은 중국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는(전분이 많이 들어가서) 질척한 스프를 2그릇이나 갖다 먹었습니다. 뷔페에 와서 스프 두 그릇 먹고, 물 반 리터 마시면 다른 거 안 먹어도 배가 부를 거 같은디..

 

나랑 식습관이 너무도 다르니 뭘 갖다먹던 본인의 자유에 맡겨야죠.

 

점심을 먹고도 다시 자전거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남편먼저 집에 보내놓고 혼자 동네 쇼핑몰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뭘 사려고 한 바퀴 돈 것은 아니었지만..

눈에 뛰는 물건이 있어서 몇 개 사들고 집에 왔죠.

 

 

이곳의 옷가게에는 여러 가지 액세서리들도 판매를 하는데..

그중에 우리나라에서 하고 다니면 손가락질 받을만한 품목들도 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머리에 꽃은 미친 여자나 달고 다니는 아이템”이라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꽃장식 액세서리를 달고 다니는지라 쉽게 구할 수 있는 품목 중에 하나입니다.

(최근에 가서 보니 한국도 요새는 머리에 꽃장식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조화도 만든 꽃 머리띠의 가격도 10유로 훌러덩 넘을뿐더러,

도대체 이런 걸 누가 사며, 또 어디에 달고 나가나 했었는데..

 

이런 꽃 머리띠를 오늘 제가 샀네요.^^

 

언제나 그렇듯이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사들고 왔습니다.^^;

8유로짜리가 2유로면 헐값이다 생각하고 말이죠.^^

 

 

 

내가 2유로에 엎어온 화려한 꽃 머리띠는 집에 있을 때 하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모자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조금은 칙칙한 검은색 모자에 꽃머리띠를 두르니 화려한 파티모자로 둔갑했습니다.^^

 

내가 평소에 쓰고다니는 밀짚모자도 꽃머리띠를 씌우면 화려하게 변신이 가능한지라

가끔씩 기분전환용으로 활용하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일기를 쓰려고 달력을 보니..

오늘은 7월 4일.

 

어? 오늘 우리 결혼기념일이네?

 

“남편, 오늘 우리 결혼 11주년 기념일이야.”

“....”

“결혼 기념일인데 내 선물은 안줘?”

“.....”

“하긴 다른 이유에서였지만 외식은 했네.”

“....”

“그럼 오늘 외식했으니 내가 사들고 온 물건값(12유로)은 당신이 주면 되겠다. 선물로!”

“....”

 

남편은 결혼 11주년을 참 저렴하게 치렀습니다.

마눌이 사온 물건 값을 대신 내주는 걸로 해결했으니 말이죠.

 

마눌에게도 나름 나쁘지 않는 결혼기념일이 됐습니다.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사들고 온 2유로짜리 꽃 머리띠가,

남편에게 받은 11주년 결혼기념일 선물중 하나가 됐지만...

 

(이유가 어찌됐건)외식도 했고, (소소하지만) 선물도 받은 날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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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지니 프라우지니 2018.07.09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