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포츠 경기는 사실 제대로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경기를 응원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도 짐작을 못했죠.
러시아 월드컵 1차경기 스웨덴 전을 하면서 남편과 나란히 앉아서 경기를 봤습니다.
우리부부가 나란히 관람한 스웨덴전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시라!
http://jinny1970.tistory.com/2674
남편과 함께 본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
한국의 두 번째 경기는 강적 멕시코를 만나서 좋은 경기를 펼쳤음에도 아쉽게 졌습니다.^^;
한국과 멕시코전의 경기를 이곳 언론에서는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한국이 1차 스웨덴전 보다 훨씬 더 향상된 경기를 했다.”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이 나름 최선을 다했으면 아쉽기는 하지만 만족해야죠.
그리고 오늘 3차전이 있었습니다.
독일전은 이곳 시간으로 오후 4시경기였는데..
남편이 휴가를 내서 집에 있는 바람에 또 나란히 앉아서 경기를 봤습니다.
전반전을 보기는 했는데, 보는 동안 내내 힘이 들었습니다.
공이 한국 팀 골대로 올 때는 혹시나 득점으로 이어질까 벌렁거리고,
반대로 독일팀 골대로 가면 우리의 득점으로 이어질까 벌렁거리고..
독일이 찬 볼이 한국 팀의 골대에 안 들어가면 안도의 한숨을!
한국이 찬 볼이 독일 팀의 골대에 안 들어가면 아쉬움의 탄성을!!
스포츠를 이런 맛에 관전하는 건가요?
가슴 벌렁거림과 심장이 멎을 거 같은 그런 아슬아슬함.
한국이 독일 팀을 맞아서 너무도 경기를 잘해서 이런 긴장감이 더 컸던 거 같습니다.
경기를 계속 봤다가는 내가 스트레스 받아 쓰러질 거 같은지라,
경기 보기를 포기했습니다.
동네 쇼핑몰(이지만 린츠기 있는 주에서 가장 큰 쇼핑몰)에 가서보니..
쇼핑몰에 여기저기 설치된 대형 TV에서도 독일대 한국전 축구가 중계중입니다.
여기서 질문 들어갑니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보면서 어느 나라를 응원할까요?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는 한국을 응원할까요?
아님 이웃 나라이고, 같은 언어권인 독일을 응원할까요?
혹시 한국을 응원하신다면 믿으시겠어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은근히 혹은 대놓고 독일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어떤 나라가 독일과 경기를 해도..
그 나라가 꼭 독일을 이겨주길 진심으로 바라죠.^^
가슴조려서 보지 못하고 나온 경기인데, 쇼핑몰 곳곳에 설치된 TV에서 축구경기를 중계하는지라, 중계 소리는 쇼핑몰 안 어디를 가도 들립니다.
걷고 있는데 들리는 환호성~
한국과 독일전이니 둘 중 하나가 득점을 했다는 이야기죠.
그 환호성이 한국의 득점한 것이었음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동시에 그 득점이 독일은 제발 아니기를 바랬습니다.^^;
그리곤 집에 올 때 사올 것이 있는지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만, 남편이 하는 말.
“봤어?”
“뭘?”
“축구경기.”
“아니, 어디서 환호성이 들렸으니 득점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어딘지는 몰라.”
“한국이 1골을 넣었어.”
“한국이 한골 넣었다고?”
“정말? 그래서 경기는 끝났어?”
“아니, 아직 3분 남았어.”
“그럼, 그 3분 동안 경기만 잘 마치면 한국이 이긴 거네?”
“그렇지.”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남은 3분 동안 한국이 경기를 잘 마쳐주기를 바랬습니다.
강적 독일을 상대로 한국이 득점을 했다니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립니다.
나는 스포츠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중년아낙인데도, 한국인이여서 이리 신이 나는 모양입니다. 한편으로는 이 소식을 남편에게 전해 듣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내가 쇼핑몰의 대형 TV앞에 서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이 득점하는 상황을 봤다면. 주변사람들 의식 못하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을 테니 말이죠.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독일과 싸우고 있는 저 나라가 우리나라예요.” 하면서 떠들지는 않지만, TV에서 “대한민국~”이 나오면 나도 두 손을 번쩍 올려서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는 시늉을 할 테고, 거기에 득점하는 그 아슬아슬한 광경을 봤다면 나도 모르게 괴성을 질렀을 테니 말이죠.^^;
집에 돌아오니 마당에 계시던 시부모님이 저를 반기시며 하시는 말씀!
“너, 그거 아냐?”
"뭐요?“
“한국이 이겼다.”
“네, 아까 전화해보니 테오(남편)가 그러더라구요. 한국이 한골 넣어다고.”
“아니야, 두 골 넣었다.”
“아까 전화했을 때는 3분 남았다고 했었는데.. 그 3분 사이에 한골을 더 넣을 거예요?”
너네 아빠는 뭐랬는줄 아냐?”
“아빠가 뭐래셨는데요?”
“한국은 약한 팀이어서 힘들 거야. 하더라.
그런데 내밀이 맞았다. 한국이 2득점을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나라여서 믿으신 것일까요?
시아버지는 스포츠를 주기적으로 보시는 분이시라 전문가들의 전망 혹은 예상은 다 알고 계셨고, 독일에 비해서 허약한 한국을 그렇게 예상하셨던 모양입니다.
작년 우승팀인 독일을 상대로 1득점해서 경기를 이겨도 잘한 일이라고 말이죠.
방에 들어 와 보니 한국이 독일을 이긴 충격의 사진들이 나옵니다.
독일팀 응원단들은 울고불고 난리에, 독일 대표 팀 선수의 얼굴도 화면에 보이고..
여기서 잠깐!
근디 저 선수는 독일 사람이 아닙니다.
터키사람인디..
얼마 전에 터키 대통령이랑 기념사진 찍어서 한동안 뉴스에도 나왔었는데..
독일 국가대표팀에 외국인 선수들이 꽤 되는 모양입니다.
국적은 독일이라도 자신의 뿌리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리고 그 아래 한국 2 : 독일 0
흐흐흐 신이 납니다.
16강 진출을 못했지만, 우리선수들의 최선을 다해서 싸워준 감사합니다.^^
한국이 독일을 이긴 것은 여기서는 거의 기적이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국인의 정신력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기적이죠.^^
경기가 끝나자마자 아직 충격에 빠진 독일팀 감독을 인터뷰합니다.
진 경기에 대해서 뭘 이야기 하라고 인터뷰를 하는 것인지..
한국에서도 이런가요?
이곳의 언론은 잘했으면 인터뷰하고 못했음 그냥 두면 좋겠는데..
못 해도 가서 마이크를 들이밉니다.
“이번 경기는 왜 그렇게 못한 거 같아요?”
“실패의 원인은 뭡니까?”
이런 질문에 독일팀 감독은 대답합니다.
“나도 정말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못하고 싶어서 못한 경기도 아닌데, 거기에 대해서 뭘 이야기 하라는 것인지..
남편에게 내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이런 인터뷰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왜 여기 언론들은 못해도 마이크 갖다 대면서 물어봐?”
“못한 경기에 대해 진단을 하려고 그러지.”
경기 못해서 울고 싶은 사람한테 뭔 진단을 하라는 이야기인지..
참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방을 나오며 남편에게 화면 속에서 “경기속 하이라이트” 에서 들려던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오~ 필승! 코리아에 필승이 무슨 뜻인 줄 알아? 기필코 이긴다는 뜻이야!”
그래서 한국은 이긴 거죠.^^
유투브에서 캡처
가슴조려서 보지 못한 경기는 한국이 이미 이겼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유투브에서 “기쁨의 순간”을 찾아서 봤습니다.^^
역시 한국이 이겼다는 걸 알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니 독일이 한국 골대로 열심히 달려와도 가슴이 벌렁거리지는 않습니다. 안 들어간 공이 라는 걸 알아서 그런 모양입니다.^^
오스트리아는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도 못한 나라인데,
온 나라가 다 월드컵으로 난리입니다.
축구경기 보면서 치맥을 먹은 문화가 없는 이곳에서는 맥주에는 칩이죠.^^
슈퍼에서는 칩이나 젤리등 경기를 보면서 먹는 과자들도 특별전을 하고,
우리 집도 아빠는 위층에, 엄마는 아래층에 따로 TV를 보시던 분들이..
아래층에 나란히 앉으셔서 축구경기를 보십니다.
아무래도 응원(어느 나라를?)은 함께 하셔야 제 맛인 걸 아시는 모양입니다.
한국전이 끝났으니 앞으로 나랑은 상관없는 월드컵이지만, 우리 집은 우승팀이 가려질 때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보느라 우리 집(남편)도, 시부모님 댁도 저녁마다 응원의 목소리가 울리지 싶습니다.^^
독일 전을 멋지게 해치우신 한국 선수들 고생하셨습니다.
한국은 16강에 오르지 못했지만, 멋진 경기를 펼쳐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당신들 덕에 이 나라의 대형쇼핑몰에 태극기가 걸렸고, “대한민국의 국가”가 울렸으며,
당신들 덕에 “대한민국~짝짝짝 짝짝”과 “오 필승~ 코리아”를 부르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오늘저녁은 밖에 비가오고 천둥이 치는 것과는 별개로 참 행복한 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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