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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우리부부의 이유 있는 외식

by 프라우지니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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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부부가 간만에 외식을 했습니다.

 

계획에 없던 외식인데, 마눌의 제안에 남편도 따라나선 것을 보면,

마눌의 맘도 같아서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시댁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마눌은 남편에게 시시콜콜 별의별 이야기를 다 합니다.

 

직장에 미운 동료 일이나, 일하면서 행복했던 순간, 생각지도 못한 어르신들의 놀라운 반응들도 이야기 하지만, 시부모님이나 시누이한테 섭섭하고 짜증나는 일도 다 남편에게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제가 우울증 없이 잘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이 있을 때마다 신문고처럼 남편을 두드리며 다 털어내서  말이죠.

 

나는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는 우리식구들한테 가끔 우리는 왕따를 당합니다.^^;

 

한국에도 그런 부모님들이 계시죠.

 

함께 사는 자식에게는 안 그러시면서,

멀리 사는 자식은 올 때마다 바리바리 싸서 보내시고,

 

함께 사는 자식이 섭섭해 할 만한 행동 등을 엄청 많이 하시는..

 

 

간만에 시누이가 집에 왔습니다.

 

국경일인 목요일에 온다고 아빠에게 들은지라 목요일부터 대청소를 하고 기다렸건만..

시누이는 목요일도 금요일도 안 오고 토요일 점심 무렵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시누이가 도착할 시간에 맞춰서 시어머님도 점심준비를 하신 거 같고,

점심 무렵에 도착한 시누이랑 마당에서 뭘 하는거 같더니..

부모님과 소곤소곤 하고는 점심을 먹는지 엄마네 건물로 사라졌습니다.

 

며느리는 시부모님도 시누이도 다 챙깁니다.

 

시누이가 오면 시부모님이랑 함께 가는 휴가 이야기하고 “함께 갈래?” 묻기도 하고, 시부모님께는 “드실래요?” 하지 않고, 넉넉하게 만든 음식을 냄비에 넉넉하게 퍼다 나릅니다.

 

저도 그렇지만, "먹을래?" 하면 대부분은 사양합니다.

상대방을 번거롭게 하기 싫어서 말이죠.

 

그런데 먹으라고 가지고 오면 이미 가져온 것이니 받게되죠.^^

 

그런데 시누이가 온다는 건 전화로 통보를 받으셨을 시부모님이 아들내외는 빼고,

시누이만 데리고 점심을 드시는 모양입니다.

 

우리에게 먹자고 해도 시어머니 귀찮을까봐 며느리는 웬만하면 거절을 해 드리는구먼,

이번에는 아들내외 모르게 딸내미를 위한 점심을 차리신 모양입니다.

 

며느리는 겁나 섭섭합니다.

이걸 마음에만 담아놓으면 열이 받으니 바로 남편에게 쪼르르 달려가서 한마디.

 

“남편, 우리 쇼핑몰에 점심 먹으러 가자.”

“왜?”

“섭섭해.”

“뭐가?”

“오늘 시누이 오는 거 부모님은 아셨고, 엄마가 점심을 하신 모양인데..

우리한테는 말씀 안 하시네.”

(솔직히 말하면 3인분하나 5인분 하나 요리하는 시간은 비슷하게 걸리죠.)

“....”

“난 부모님이나 시누이나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음식이건 뭐든지 다 나누는데...

시누이나 부모님은 아닌가봐”

“....”

“나 배고파! 점심은 햄버거로 먹어야겠어.”

“...”

“점심은 당신이 사”

“....”

 

마눌이 하는 말의 의미를 아는 것인지 아님 남편도 섭섭했던 것인지 알 길은 없지만,

마눌이 점심을 사라고 하는데 남편이 군소리 없이 따라나섰습니다.

 

우리부부에게 외식은 친구를 만나는 일 같은 특별한 날이거나,

마눌이 점심먹자고 하면 "당신이 살래?“ 했던 남편이 아무 말 없습니다.

 

세상에 남편에게 저처럼 시댁식구들 이야기를 하는 마눌이 많지는 않겠죠?

 

물론 심한 뒷 담화를 하는 건 아닙니다.

내가 섭섭하거나, 이해 못 하는 이야기들이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부부가 나란히 쇼핑몰에 있는 버거집에 마주 앉았습니다.

남편은 매운버거, 마눌은 아보카도가 들어간 버거.

 

보통 때는 제일 작은 버거를 시켜서 감자튀김이랑 음료 리필해서 알뜰하게 먹는데..

 

오늘은 아들내외 몰래 점심을 함께 드신 시부모님과 시누이 때문에 기분이 상한지라,

마눌도 제일 비싼 버거로 주문했습니다.

 

남편과 마주 않아서 버거로 점심을 먹으면서 마눌의 입에서 나오는 섭섭한 이야기들.

 

함께 살아서 아들내외를 이렇게 살짝 무시 해 주시는 것인지,

아님 딸내미가 오빠내외 제쳐놓고 부모님이랑만 점심을 먹고 싶다고 한 것 인지..

 

 

남편과 점심을 먹고 세일하길레 사들고 온 살구.

 

두 팩이나 사온지라 큰놈들은 씻어서 행주 위에 올려서 말리고, 조금 작은 녀석들은 씨를 빼내고 설탕을 넣고 조렸습니다. 요거트 위에 올려먹으면 디져트로 새콤한 것이 괜찮거든요.

 

아들내외 제치고 시누이만 챙기시는 시부모님이 조금 섭섭하고,

올케가 문자로 뭘 물어봐도 심심하면 씹어버리는 시누이도 얄밉기는 하지만..

 

남편이랑 햄버거 외식을 하면서 “시부모님과 시누이만의 점심에 대한 섭섭함”을 다 토해낸지라, 속은 후련해진 오후시간.

 

시누이가 점심 먹고 자기 방에 들어가느라 잠시 주방에 들려가는 찰나.

순간 잽싸게 이야기 했습니다.

 

“시누이, 살구 씻어놨는데, 가져가서 먹어.”

 

“설탕에 졸여놓은 건 냉장고에 넣어둘테니 이따 요거트에 올려먹어!”

 

내 섭섭함을 들어주고, 위로(라기보다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해주는 남편 덕에,

나는 또 섭섭함을 잊고 시누이를 챙기는 올케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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