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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 때 “중국음식”은 대부분 자장면, 짬뽕이었습니다.
조금 거나하게 먹는다 싶으면 여기에 탕수육을 추가해서 먹었었죠.
꽤 오래전 한국에 살던 때의 내 생일 가족외식으로 연희동에 있는 정통 중국집에 가서 꽤 센 가격을 내고 코스요리를 먹어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나에게 “중국음식”은 어쩌다 한 번 먹어본 코스요리가 아닌 자장면, 짬뽕에 탕수육이죠.
한국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한국에 살 때보다 자주 중국집을 갑니다.
중국집이라고 해도 자장면, 짬뽕 같은 면류는 없지만 말이죠.
실제로 중국집에 가서 제가 먹는 것은,
“연어초밥, 샐러드, 해물(오징어,새우)볶음, 이런 종류입니다.
뷔페음식이라 꽤 많은 종류의 요리들이 있어도 그냥 보는 정도이지 기름과 향신료로 범벅이된 음식에는 왠지 손이 잘 안갑니다. 그저 배가 부를 때까지 내가 먹는 음식들만 갖다먹고, 매번 갈 때마다 같은 음식만 갖다 먹습니다.
가끔 가는 유일한 식당도 중국뷔페인지라 저는 제가 중국음식을 좋아하는 줄 알았었는데..
제가 좋아하는 것이 중국음식이 아니더라구요.
아님 반찬 한가지막 가지고 밥을 먹는 것은 영 아니었던가..
벌써 2년 전이네요.
학교를 다닐 때 2학기 종강 무렵에 우리 반 사람들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갔었습니다.
마침 시내의 어느 곳을 방문하고 2학기를 마치는 날이었던지라,
점심은 시내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선생님이 예약한 식당에 저렴하게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점심뷔페가 되는 곳인 줄 알았었는데.. 그곳은 시내 중심이어서 그랬는지 뷔페가 아니었습니다.
식당에 간 사람들은 각각 자기가 먹을 음식들을 주문했습니다.
보기에는 음식들이 나란히 있으니 아무거나 먹어도 될 거 같지만,
사람들은 다 자기가 시킨 음식만 먹습니다.
밥에 자기가 시킨 반찬 하나만 놓고 먹는 거죠.
메뉴판에 있는 유일한 생선요리여서 주문을 했는데..
제가 시킨 요리는 생선탕슉이었습니다.^^;
시추안 스타일의 매운 생선요리 라더니만,
맵기는.. 그냥 달달하기만 한 탕슉이었습니다.
혹시 달달한 탕슉에 밥을 드셔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치도 없이 밥이랑 먹으려니 목에서 안 넘어갔습니다.^^;
자스민차 시키고 요리하나 시킨 가격이 웬만한 중국뷔페 가격과 동일한지라..
반찬 하나에 목이 막히도록 밥만 꾸역구역 밀어 넣는 일은 웬만하면 없는디..
요리 시키는 중국식당에 한번 가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난 입에도 맞지 않는 반찬 한 개로는 절대 밥을 먹을 수 없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최소한 김치 정도는 사이드로 있어야 밥을 넘길 수 있는 거죠.^^
그 이후 저는 메뉴를 주문하는 중국식당은 가지 않습니다.
전에도 중국식당은 갔지만 뷔페를 이용하고 특히나 연어초밥을 위주로 식사를 했었습니다.
절대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메뉴를 주문하는 중국식당이었는데..
조만간 중국식당에 가야할 상황이 생길 거 같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말이죠.^^;
웬만해서는 외식을 안 좋아하시는 시부모님. 시누이와 다녀왔다던 인도식당의 음식 맛이 얼마나 입맛에 안 맞았는지 시어머니가 말씀을 하시고 또 하셨었죠.
재작년 생일 때도 며느리 마음대로 동네 중국식당의 점심뷔페를 이용했었는데..
이때도 두 분은 마지못해 따라오신 것이지 그곳의 음식을 좋아라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오죽 입맛에 안 맞았으면 시어머니는 그곳에서 감자튀김을 가져다 드시드라구요.
두 분의 입맛에도, 취향에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내생일이니 내 마음인거죠.
그래서 제 입맛에 맞는 연어초밥, 오징어볶음, 새우볶음 등만 열심히 갖다가 먹었습니다.
그렇게 시부모님은 계속해서 중국음식을 안 좋아하실 줄 알았었는데..
얼마 전에 두 분이 앞집 이웃과 중국집에 다녀오신 모양입니다.
두 분은 가셨던 그곳의 음식이 얼마나 맛이 있었는지 말씀을 하시고 또 하셨습니다.
“우리가 주문했던 것이 팔보채 였단다. 8가지 보물이 들어있다나?”
기회가 되면 또 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시던 시어머니.
며느리 생일날 선물을 주시러 오셔서는 그 중국식당이야기를 하십니다.
“나중에 네 시누이 다시 내려오면 우리 같이 거기 가서 밥 먹자.”
난 반찬 하나로 먹는 밥은 안 넘거가는디..
팔보채 하나놓고 밥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웬만하면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른 말꼬리를 돌렸습니다.
“그래요 엄마, 나중에 시누이 오면 우리 제가 아는 점심뷔페로 가요.”
“아니다, 그 식당에 가서 먹어야해.”
오스트리아 가정식이 아니면 먹기 전에 머리부터 흔드시면서 외국음식에 대한 선입견을 들어내셨던 분들이셨는데, 두 분은 과연 어떤 팔보채를 드시고 오셨길레 그렇게 열광하시는 것인지..
두 분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 식당의 메뉴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같은 가격을 내고 밥을 먹는다면 저는 반찬하나 놓고 먹는 밥보다는 연어초밥 등 골고루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선호합니다.
시부모님과 시누이까지 온가족이 출동하면 5명. 음료에 메뉴 주문하면 1인당 12유로정도.
팁까지 포함한다면 거의 70유로는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인디..
내 입맛에도 안 맞는 한 끼를 먹고 70유로를 내기는 조금 억울할 거 같고..
그렇다고 시부모님이 계산을 하시는데 모른 척 딴 데보고 있기도 그렇고..
나는 중국식당 안 좋아한다고 운을 떼고 싶어도 두 분이 다녀오신 그 식당에 너무 열광을 하시는지라, 아직은 말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찬 한 가지 놓고는 밥 먹기가 힘든 한국사람이란 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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