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종류의 고기를 골고루 잘 먹는 제가 안 먹는 고기는 바로 삼. 겹. 살!
한국에 있을 때도 사람들이랑 삼겹살을 먹으러 가야할 상황이 되면,
저는 최대한 지방이 없는 곳을 골라서 먹거나, 비계를 다 잘라내고 먹었었습니다.
어릴 때 삼겹살을 먹었던 기억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아님 씹히는 지방의 질감이 싫어서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 기억에 우리 집은 항상 고기를 국으로만 먹었거든요.
인터넷에서 캡처
오스트리아 축제 때 처음 본 이 음식의 비주얼입니다.
빵 위에 뭔가 기름 같은 것이 잔뜩 발려진 상태인데, 사람들은 이걸 곧잘 사먹습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모를 때인지라 남편에게 “무엇이든지 물어봐”였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들었던 대답은..
“돼지 지방으로 만든 스프레드”
삼겹살 안 먹는 저에게는 절대 해당사항이 없는 음식입니다.
이런 음식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알아도 만족스러운데..
가끔 남편은 이걸 들고 집으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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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봐온 남편이 사온 물건 중에 이상한 것을 찾았습니다.
Verhackerts 페어하커츠.
마눌은 모르는 걸 사왔으니 물어봐야 하는 거죠.
“이건 뭐야?”
“돼지기름 스프레드잖아.”
“이걸 왜 사왔어?”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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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한번 사면 몇 끼를 내내 이것만 먹는 남편입니다.
심지어는 이걸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갑니다.
돼지기름이라 느끼해서인지 위에 양파 같은 것을 올려서 먹는 스프레드 빵.
빵에 돼지기름 스프레드를 바르고 그 위에 양파를 올리고, 후추를 뿌려서 느끼함을 잡은 거 같기는 한데, 회사에서 점심때 이걸 먹으면 그 후에 입에서 나는 양파냄새는 어찌 감당하시려고...^^;
말려도 싸가는 남편인지라 특단의 조치로 도시락 봉지에 껌 한 통을 넣어서 보냈었습니다.
하지만 입에서 진동하는 양파냄새가 껌으로 커버되지는 않습니다.^^;
남편은 돼지기름 스프레드인 페어하커츠를 사먹기도 하지만 만들어 먹기도 합니다.
물론 인터넷을 치면 나오는 그런 방식의 요리법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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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방식은..
양파랑 여러 야채 위에 삼겹살을 썰어서 올리고, 소금, 후추, 고춧가루 등을 뿌린 후에 오븐에 넣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방법입니다.
오븐에 넣고 아주 오래 구우면 삼겹살 구이가 탄생합니다.
남편은 맛있게 먹는 삼겹살 구이지만, 마눌을 절대 안 먹는 음식.
비계 안 먹는 마눌을 위해서 살코기만 잘라주는 남편의 친절 덕에 마눌도 맛은 봤습니다.
남편이 이 요리를 한 이유는 삼겹살 구이를 먹기 위함이 아니고,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을 먹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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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은 차갑게 먹을 수도 있는지라 따로 보관하고, 삼겹살에서 나온 기름은 대접에 담아서 냉장고에 넣으면 남편이 원하는 페어하커츠를 먹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파는 제품은 이 삼겹살이랑 모든 것을 다 갈아서 판매가 되지만,
남편은 삼겹살은 빼고 나머지 기름과 양파만 남은 남편만의 페어하커츠를 만듭니다.
남편이 아무리 권해도 마눌이 절대 먹지 못하는 페어하커츠.
먹으려고 시도조차 할 생각이 없는 페어하커츠.
이것이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 하나라니 한번쯤 먹어봐야할 거 같기도 한데,
나는 절대 못 먹을 거 같은 음식.
고기 좋아하시고, 삼겹살, 특히 기름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스트리아에 여행오시면 한번쯤 드려보시기 바랍니다.
단, 이 음식을 먹은 후에는 그 위에 토핑으로 올라온 양파 때문에 냄새가 심하게 날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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