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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오스트리아 이야기

복지국가에서 벌어지는 가정의 비극,

by 프라우지니 201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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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요양원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을 찾아 매주 찾아오는 딸이 있었습니다.

 

사실 어르신이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어린 요양원 거주자입니다.

평균 연령 80세 이상인 요양원에 입주 10년차이면서 65세의 거주자이니 말이죠.

 

다른 어르신에 비해서 20년 이상 어리지만,

중증 장애가 있는지라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온몸이 서서히 마비되어가는 병으로 처음에는 혼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이 한 손에 있었는데, 요즘에는 그나마도 힘들어서 식사 때마다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딸은 남편과 세 아이를 데리고 왔었는데, 어느 순간 배가 부른 거 같다 싶더니..

 

어느새 넷째까지 낳아서 대가족이 찾아오는지라,

그녀에게는 매주 딸과 손주들을 보는 것이 삶의 기쁨인거 같았습니다.

 

매 주말 오던 딸의 가족들이 한동안 안 보인다 싶어서 다른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 그 딸? 남편이 아이를 때렸던 모양인데, 학교 선생님이 아이 이마에 멍이 든 것을 보고는 바로 Jugendamt 유겐트암트 (청소년청)에 신고 했나봐.

 

유겐트암트에서 아이 셋(아들8, 아들6, 딸3) 을 다 데려가 버리고, 아직 돌이 안 된 막내(아들)만 남겨뒀는데, 그 아이도 남편과 이혼하지 않으면 데리고 가겠다나봐.

 

가정이 한 순간에 완전 박살 난거지.”

“아니, 아이 넷 키우느라 직업도 없이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낙한테 돈 벌어오는 남편이랑 이혼하면 어떻게 살림을 꾸려가라고?”

“인간도 아니지, 왜 아이를 때려서 가정을 박살낸 것인지..”

 

사실 요양원에 올 때마다 아들 둘이 참 꼴통이라고 생각은 했었습니다.

말도 안 듣고 뛰지 말라는 요양원 내부를 이리저리 뛰어다니거든요.

 

조금만 부딪혀도 바로 넘어지시는 어르신들은 살짝 넘어져도 뼈가 부러지는 위험이 있는지라, 주의를 줘도 말도 참 안 듣고, 말대꾸만 꼬박꼬박 했었거든요.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린 것도 부모가 한 올바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그런 행동을 반성할 시간도 주지 않고, 그냥 그 가정을 박살내는 것이 복지국가의 현실이었습니다.

 

아이 셋은 유겐트암트에서 데려가 버려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고, 막내아이도 남편과 이혼하지 않으면 데려가 버린다니 아이를 뺏기지 않으려면 이혼을 해야 하고!

 

당장에 직업이 없어 돈벌이도 불가능한 아낙이 ..

돈 벌어오는 남편과 이혼하면 어찌 살라는 이야기인지.

 

물론 나라에서 이런저런 수당을 주고, 임대주택도 저렴한 가격에 알아봐주겠지만..

아빠 없이 아이들 넷을 데리고 가정을 이끌어 나가기는 여자 혼자 벅찰 텐데..

 

지금 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딸은 더 이상 엄마를 찾아오지 못하고, 매주 딸아이가 데리고 오는 손주 보는 낙으로 살던 그녀는 심한 스트레스로 매일 식은땀을 흘리는지라 몸이 더 많이 나빠진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겐트암트에 대한 이야기를 전에 들은 적이 있었네요.

 

카리타스 학교에 다닐 때, 우리 반 학생 중에 한 아낙이 유겐트암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8살짜리 아이가 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포르노를 다운받아서 그걸 친구들에게 돌린 모양입니다. 8살치고는 참 간이 큰 짓을 했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부모를 협박하면 안 되는 거죠.

 

유겐트암트에서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삐딱해서 아이가 포르노까지 봤다고 생각했으니,

적절한 교육을  해서 아이를 데려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 일은 그녀는 어떻게 수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일단 유겐트암트에 접수가 되면 시시때때로 감시 같은 걸 받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에 엄마의 아이큐가 정상 이하인 64라는 이유 때문에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한 유겐트암트가 강제적으로 아이들 데리고 갔다는 기사도 났었습니다.

 

정상아이큐(85~115)에 못 미친다고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테고.

직업을 갖지 못하는 것도 아닐 텐데..

 

복지국가의 관청은 엄마와 자식 간의 애틋한 관계보다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조건에 더 치중하는 듯 합니다.

 

부모가 정상이 아니라고 가정교육을 못 시키는 것도 아니고,

사랑을 덜 주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러고 보니 전에 봤던 할리우드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숀펜이 장애인 아빠로 나와서 사랑하는 딸과 헤어져야하는 아빠 역을 정말 멋있게 연기했었는데.. 이런 일이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닌 이곳의 현실입니다.

 

복지국가여서 좋은 것도 많겠지만, 복지국가의 이면에는 이런 비극들이 있습니다.

 

장애인이여서 아이를 뺏겨야 하고, 아이를 때리는 순간의 실수로 다시는 아이를 못 보는 상황이 되기고 하고, '아이냐 남편이냐 '하는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슬픔을 겪는 가정이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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