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11월말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열리며 추운 겨울에 거리에 서서 글뤼바인(계피 오렌지 등을 넣어서 따뜻하게 데운 레드와인)을 마시며 여러가지 선물 아이템이나 지역 특산물등을 구경할수 있는 유럽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겨울의 낭만(이라고 하기엔 얼어 죽을 거 같은..)입니다.
린츠 중앙광장에 들어선 크리스마스 시장.
저는 지금까지 나름 도시에서 산지라, 크리스마스가 되면 모든 도시 혹은 마을의 광장마다 크리스마스 시장이 서는 줄 알았습니다.
전에 살았던 그라츠에서도 얼마 안 되는 거리 내에 광장 안에 몇 개의 시장이 있었고, 지금 사는 린츠에서도 2~300m 사이를 두고 있는 두 광장에 시장이 다 들어서 있고,
그라츠나 린츠보다는 훨씬 더 큰 비엔나도 도시 안의 이런저런 광장에 꽤 많은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섰었거든요.
1년 내내 성수기인 짤츠캄머굿 지역에 있는 마을들은 당연하게 매일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서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구글지도에서 캡처
저희부부는 이번에 “Bad Goisern 바드 고이쎈”에 2박3일 머물면서 그 주변에 있는 호숫가 마을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 찾아다녔습니다.
마눌은 이 지역의 크리스마스 시장은 다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남편은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을 이미 다 계획한 듯이 보였습니다.
첫 번째로 “Bad Ischl 바드 이슐”에 갔었고, 그 다음에는 Wolfgang See 볼프강 쎄에 있는 “St. Wolfgang 생 볼프강”, 그리고 간 곳이 Hallstatt See 할슈타트 쎄에 있는 마을, 할슈타트,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Traun See 트라운 쎄의 가장 큰 마을인 Gmunden 그문덴을 들렸습니다.
Bad Ischl 바드이슐도 꽤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죠.
짤츠캄머굿 지역의 유명관광지이지만 호숫가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는 곳이죠.
유명 관광지이니 당연하게 크리스마스 시장쯤은 있을 줄 알았습니다. 기념품도 팔고, 음식을 먹을 만한 가게들이 몇 개 옹기종기 모이면 바로 “시장”이 되니 말이죠.
작은 동네를 한 바퀴 돌아도 안 보이는 크리스마스 시장.
사람들한테 물어봐서야 관광안내소에서는 물건들을 팔고,
그 옆으로 있는 2개의 가판대가 음식을 파는 곳이라는 걸 알았죠.
마을 안에 공원에 스케이트장이 하나 있었고, “관광안내소”안에 물건 파는 가판대들이 있습니다. 보통 크리스마스 시장은 거리에 서는 것이 보통인데,
이 곳은 건물 안에서 물건을 팝니다.
파는 종류야 우리 관심 밖이라 그냥 한 바퀴 훌쩍 보는 것으로 끝냈고..
우리는 관광안내소 옆에 있는 좌판대로 갔죠.
배도 고팠거든요.
유일하게 음식을 파는 곳 옆에는 기타 치며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있었지만..
평일이여서 그런 것인지 이곳에만 사람들이 약간 모여 있을 뿐 거리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배가 고팠던지라 “크리스마스 전통 요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Bratwurst&Sauerkraut 브랏부어스트와 사우어크라우트(신 양배추)를 주문하고,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는 펀치를 주문했습니다.
남편이 운전을 해야 하는지라 알코올을 마시면 안 되거든요.
브랏부어스트는 4유로, 알코올이 없는 펀치는 1,50유로 (컵 보증금 1유로 포함 총 2.50유로 지불) 둘이서 11유로에 한 끼를 해결했습니다.
컵 보증금은 다른 곳에 비해 싼 1유로입니다. 다 마시고 컵을 직접 가져올 수도 있고, 다시 갖다 주면 컵 보증금 1유로는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첫날 저녁은 바드이슐의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가벼운 저녁을 먹었고!
두 번째 날 찾아간 곳은 볼프강 호수에 있는 생 볼프강.
이곳에는 Scharfberg샤프베르크 라는 산으로 올라가는 산악열차도 탈수 있고,
배도 탈수 있는 지역인지라 나름 관광객이 모이는 곳입니다.
우리는 이날 샤프베르크 산에 올라가느라 이곳에 들렀습니다.
오전에 산에 올라가기 전에도 잠시 들렸고, 산에서 내려온 늦은 오후에도 들렀습니다.
이곳을 들러볼 시간이 달랑 1시간이라 급하게 봐야만 했지만 말이죠.^^;
이곳에서 먹은 음식은 녹인 치즈를 얹은 빵.
3.50유로를 주고 사먹었는데, 전에 린츠에서 먹었던 것보다 치즈가 덜 늘어지는 거 같기도 하고..
짭짤한 치즈위에 생양파와 약간의 파프리카를 뿌려서 나온 빵 위에 달달한 잼을 얹어서 먹으니 나름 먹음만 했습니다.
마지막 날 찾아간 곳 Hallstatt 할슈타트.
한여름에도 관광객이 넘쳤는데, 한겨울에도 역시나 마찬가지.
할슈타트는 비수기가 없는 지역입니다.
관광객이 넘치는 지라 관광객으로 먹고 사는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싫어라 하죠.
사람들이 북적거리면서 걸어가는데 차를 빵빵거리면서 “인간들아, 꺼져라!”하는 듯이 쳐다보는 운전자의 눈빛을 보면서 기분이 착잡했습니다.
할슈타트의 작은 광장에 기껏해야 열댓 개의 좌판이 모여 있는 크리스마스 시장이지만,
넘치는 관광객으로 성황인 곳입니다.
마을마다 다니다보면 시장 풍경이라는것이 거의 비슷한 풍경임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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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이곳에서 kaiserschmann 카이져슈만이라는 일종의 팬케잌을 6.50유로주고 사먹었고, 마눌은 이곳에서 4.50유로짜리 일상식인 케밥을 사먹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만 들어서는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은 평소보다 많이 비싸기도 하고, 양도 넉넉지 않는지라, 그냥 케밥을 사먹는것이 배를 채우기에는 더 좋습니다.
이곳도 관광지인지라 아무리 비싸도 3.50유로인 케밥을 1유로나 더 지불해야 했지만.. 타바스코 소스까지 갖추고 있는 가게였던지라 매콤한 것이 나름 입맛에 맞는 한 끼였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들린 트라운 쎄(호수)옆에 그문덴.
여기서는 성안에 크리스마스 시장이 들어선지라 4.50유로라는 입장료를 내야 하는 단점이 있는 곳. 굳이 입장료까지 내고 들어가봐도 다 비슷한 시장인지라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단, 성 앞으로 물위에 띄워놓은 것들을 사진에 담으려고 했었지만..
이날 저녁에 바람도 불고, 비도 오고, 날씨도 엄청 추웠던지라 직접 사진을 찍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팸플릿에 있는 사진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그문덴의 성안에 들어서있는 크리스마스 시장대신에 그문덴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찾은 곳. 이곳에서 파는 굴라쉬가 정말 근사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통조림 굴라쉬를 사다가 그냥 데워서 파는지라 내용물이 영 거시기 한데..
이곳에서 제대로 된 굴라쉬를 단돈 4.50유로에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2.50유로짜리 프랑크푸르터(소시지)를 먹었었네요.
크리스마스 시장에 들어서는 음식 가판대들은 대부분 크고 작은 단체에서 운영하는 것입니다.
적십자, 카리타스등의 자선 단체에서도 하고,
우리가 굴라쉬를 먹은 이곳은 “아쿠아리움 (개인)단체”라고 했습니다.
취미로 아쿠아리움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단체가 연말에 이렇게 장사를 해서 약간의 이익금을 남기는 거죠.
굴라쉬가 너무 괜찮은지라 “직접” 만든 것인지 물어보니 자기네 단체에서는 한 달에 두 번씩 회원들이 모일 때도 매번 하는지라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다른 나라나 도시 같은 경우는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 시장을 방문해보시면 단체에서 나온 경우는 가판대 앞에 자기네 단체 이름이 쓰여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옆 동네의 광장에 잠시 들어서는 크리스마스 시장에 갔었는데..
거기서 “태권도”라고 쓰인 간판을 가진 단체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태권도를 도장에 가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스스로 단체를 만들어서 서로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배우면서 운영하거든요. 그 단체에서 크리스마스 때 약간의 이익도 얻고 회원들이 친목도 도모하는 차원에서 가판대를 하나 대여했었던 모양입니다.
내가 한국인이라고 해서 덜렁 나서도 누구 하나 한국어를 하는 사람은 없지만,
한국어로 쓰인 태권도 가판대를 지나칠 때는 은근히 뿌듯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번에 알았습니다. 대도시에서 열리는 시장은 장사꾼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물건을 팔고, 음식을 팔지만, 작은 도시나 마을 같은 경우는 그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자선단체나 취미단체들이 모여서 소소하게 이익도 추구하고, 평소에 다 만나지 못하는 단체 회원들을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는 걸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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