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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길위의 생활기 2014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779-열 받고 배고픈 내 생일

by 프라우지니 2017.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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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찜해놓는 강이 많은 지역.

하루의 대부분을 낚시로 보내는 낚시꾼 남편.

 

아무리 낚시가 좋아도 마눌 생일에는 조금 조심을 했으면 좋았을 것을..

남편은 알면서도 그걸 왜 이리 못하는 것인지..

 

제가 착한 마눌 형은 절대 아니지만, 평소에는 낚시꾼 남편의 비위를 맞추려고 노력을 합니다.

 

하루 종일 낚시를 했는데, 빈손일 때는 짜증을 있는 대로 내도 웬만하면 받아주려고 노력을 하죠.

 

저희가 길 위에 사는 2년 동안 남편에게 변변한 선물(생일, 크리스마스 등)을 받지 못했습니다.

뭘 줘야하는 때만 되면 남편은 항상 같은 말을 했었죠.

 

“당신이 길 위에서 사는 2년이 내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 그 자체잖아.”

 

그러면 항공권도 100% 내주던가..

뉴질랜드를 오가는 항공권 결재는 맨날 마눌 보고 50%내라고 함시롱..^^;

 

평소에도 배고프면 헐크가 되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남편.

생일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무서운 헐크가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남편.

 

해는 다르지만 뉴질랜드 길 위에서 3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저의 지난 2번째 생일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세용~^^

http://jinny1970.tistory.com/201

낚시하며 뉴질랜드 남섬에서 보낸4달 3회-Rotoroa-Westport(배고픈 생일)-Charleston

 

http://jinny1970.tistory.com/1035

뉴질랜드 길 위의 생활기 319-길에서 맞은 마눌의 생일

 

이번 생일에는 아침부터 조금 삐덕거리기는 했었습니다.

평소에는 준비성 철저한 남편인디..

 

차 안에서 물을 끓일 때는 냄비에 물을 담아서 들어가야 차 끓일 물을 한 번에 해결하는데.

이 날은 아침부터 차 안에 달랑 몸만 들어가서는 밖에서 아침 준비를 하는 마눌에게

 

“냄비를 가져와라~”, “물을 가져와라~”

 

달라는 걸 하나씩 주다가 열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침을 챙기다 말고 마눌이 소리 버럭! 이 나왔습니다.

 

캠핑장에 있는 사람들한테 창피하다고 아침 준비하던 남편이 얼른 산책을 나섰습니다.

평소에 마눌 화를 돋우지 말던가, 열 받게 해놓고는 소리 지른다고 부끄럽다고.

 

그래서 생일날 아침을 남편 없이 조용히 혼자 먹었습니다.

아침 먹고 설거지 끝내고 나니, 사라졌던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혼자서 늦은 아침을 먹은 남편과 캠핑장의 첵아웃 시간이 거의 다 돼서야 나왔습니다.

 

그렇게 조금은 늦게 시작한 하루였는데..

 

 

이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낚시를 하는 남편.

 

평소에 남편이 낚시를 가면 차 지킴이로 활동을 하면서 차 밖을 오락가락 하거나,

차 안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이런 저런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마눌.

 

한 곳에서 3시간 낚시를 하고, 또 다른 곳을 찾아 헤매다 보니 점심시간이 훅~ 지났습니다.

 

일단 배가 고프니 차안에 있는 것들도 배를 채우기는 했는데..

“땅콩, 감자칩, 초코과자”등은 사실 요기는 안 되죠.

 

빨리 시내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고 싶다는 마눌에게 남편이 하는 말.

 

“엊그제 먹다가 남겨둔 스테이크로 샌드위치를 해 먹을까?”

“내 생일인데 내가 식어빠진 스테이크로 끼니를 해결하리?

마눌 생일인데 점심도 쫄쫄 굶게 해 놓고는 뭐라고?”

“....”

“내가 아침부터 이야기 했지? 오늘 마눌 생일이니 조심하자고! 낚시는 조금만 하자고!”

“...”

 

생일날 점심도 굶은 마눌한테 돈을 아끼겠다고 저녁을 식은 스테이크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자니.. 한 방에 열이 휙~ 받았습니다.

 

와카티네 시내로 가는 길에 마눌이 “피자”를 먹겠다고 도미노 피자로 가라고 했습니다.

시내에 슈퍼랑 피자집이 있는 걸 미리 봐뒀었거든요.

 

이미 열이 받은 마눌에게 “피자”는 자기가 낸다는 남편.

 

“더러워서 내가 사먹고 만다.”

 


내 생일날 저녁 5시. 드디어 생일상을 직접 차렸습니다.

도미노 새우피자와 슈퍼에서 산 초코 케이크.

 

점심도 건너뛰고 지금 시간 오후 5시, 배는 고플 때로 고팠던지라...^^;

도미노 피자에서 산 피자를 차 안에서 먹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인데, 산 피자를 들고서 홀리데이파크에 들어가서 먹자니..

미친 거죠. 이미 헐크된 마눌인데 어떤 최악을 상태를 맞이하시려고!

 

8불 주고 산 새우 피자를 남편에게 먹어보라는 말도 없이 혼자 구역 꾸역 먹었습니다.

피자를 먹고 난 후에 케이크도 두어 번 떠먹은 다음에야 남편에게 피자와, 케이크를 밀었습니다.

 

남편도 배가 고프겠지만, 마눌 보다는 참을성이 강하고, 또 마눌이 헐크가 되어있으니 감히 “배고프다”는 말도 못하고 마눌의 눈치만 보고 있었거든요.

 

마눌 생일날 점심시간에 맞춰서 먹고 싶다는 새우피자와 작은 케이크라도 사주고 낚시를 갔었더라면 마눌에게 나름 괜찮은 생일이였을텐데..

 

열 받는 생일잔치에 마눌이 쓴 비용은 피자8불에 케이크 4불, 합이 12불.

 

마눌 생일이라고 해도 선물이나 생일케이크를 사오는 등의 이벤트와는 담 쌓고 사는 남편.

마눌이 달라는 돈 100유로로 매년 생일을 손쉽게 해결 했던 남편.

 

뉴질랜드에 살 때는 100유로 현금 증정은 그나마도 안 했지만,

그래도 마눌이 먹고 싶다는 것 하나 정도는 헐크되기 전에 사줬으면 좋았을 것을!

 


마눌의 열 받은 생일과는 상관없이 남편은 낮에 잡았던 송어를 구워서 저녁으로 먹었습니다.

 

송어를 먹는 남편을 앞에 두고 마눌은 생일잔치의 마지막 장식을 수박으로 했습니다.

 

 

 

마눌 생일날이라고 특별하게 선택한 곳은 아니었지만,

생일 날 저녁은 홀리데이 파크에 있는 (무료)온천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조금은 착하고, 조금은 너그러운 낚시꾼의 마눌이고 싶은데..

남편의 불협조로 가끔은 악처가 되는 마눌의 생일날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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