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축하해 주세용!
마눌이 길 위에서 생일을 맞았습니다.^^
원래 길위에 살지 않았냐구요?
이번에 말씀드리는 "길 위"는 "노숙"을 의미합니다!
저희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에게 말씀을 드리자면...
저희는 Twizel트와이즐 근처에 있는 연어농장 건너편에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마눌의 생일선물로 송어를 잡아주겠다는 남편은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낚시중이고..
낚시에 관심없는 마눌은 늦으막히 일어나서 밖을 어슬렁거립니다.
여기저기 군데군데 퍼붓던 비가 지나가고 난후, 하늘에는 무지개가 떴습니다.
간만에 보는 무지개를 보고 감탄을 하는 마눌에게 남편이 한마디 합니다.
“당신 생일선물로 내가 준비한 무지개야!”
ㅋㅋ 사실은 남편이 준비한 것이 아니고, 하늘에 계신 분이 주신거죠!^^
아무튼 생일날 아침에 무지개까지 보니 기분은 좋습니다.
생일날을 허허벌판에서 보내기 싫어서 트와이즐에 머물자고 했었는데..
트와이즐에 머물기는 했지만, 캠핑장이 아닌 길 위에서 아침을 맞았습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난 오늘 건너에 있는 연어농장에 가서 연어를 잔뜩 살 거야.
싱싱한 연어를 사서 연어회도 먹고, 훈제연어는 사서 샌드위치를 해 먹고...“
야무진 꿈을꾸고 있는 마눌에게 남편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그래서 오전내내는 연어농장 건너편에서 낚시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배 고프면 헐크되는 마눌의 점심시간!
마눌 생일날은 가능하면 마눌을 열 받게 하지 않으려는 남편!
입질도 안 오는 낚시를 접고 마눌의 생일절 기념식(?)을 위해서 남편이 나섰습니다.
남편은 마눌이 생일날 첫 번째 선물로 무지개를 주었고..(본인의 주장)
두 번째는 마눌이 원하는 “연어회”를 준비했습니다.
“뼈 발라놓는 반토막짜리(1킬로 정도에 25불정도) 썰어서 회로 먹자”
마눌의 희망과는 달리...
이날은 회(사시미)로 먹을 수 있는 품질이 없었던지라..
그냥 연어농장에서 파는 20불짜리 사시미(회)제품을 사서 둘이서 나눠먹었습니다.
물론 둘이 나눠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노래처럼 “생일에는 연어회”을 외쳤던 마눌에게는 흡족한 한끼입니다.^^
연어농장에서 홀리데이파크(캠핑장)으로 들어가면서 수퍼에 들려서 장을 봤었습니다.
장 보면서 남편이 사준 생일선물 세 번째! 컵케잌입니다.^^
평소에 달달한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마눌이고!
특히 케잌 종류는 칼로리 때문에 멀리했던 품목이지만..
오늘은 생일인지라 남편과 나란히 컵케잌을 나눠먹었습니다.
여자들은 그렇죠!
작은 컵케잌 하나에도 감동을 합니다.
평소에는 말도 없고, 무뚝뚝하기로는 경상도 남자보다 더한 오스트리아 남자!
마눌의 생일이라고 나름 배려하는 것을 보니 마눌을 사랑하기는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게 오후에 수퍼에서 장을 보고 캠핑장에 첵인을 했습니다.
어제는 노숙 하느라 못했던 샤워도 하고, 주방에서 음식도 해 먹고.
그렇게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남편은 캠핑장에서의 볼 일(샤워, 식사등)을 마치고 다시 연어농장으로 왔습니다.
(캠핑장에 첵 인을 했으니 저녁에 다시 들어가서 잠은 자야죠!)
잠자러 가기 전까지의 남은 저녁시간에 또 낚시를 해야 하는거죠!
마눌의 생일날 네 번째 선물로 남편은 중간크기의 무지개 송어를 잡았습니다.
어제는 날밤을 새도 못 잡았던 송어였는데..
저는 이렇게 제 생일날 하루를 나름 행복하게 보냈습니다.
생일날 허허벌판은 싫다는 희망대로 트와이즐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생일날 연어회를 먹고 싶다는 희망대로 양은 작았지만 싱싱한 연어회를!
생일맞은 마눌에게 남편이 꼭 사주고 싶어했던 초코 컵 케잌 선물에!
자연의 선물인 무지개와 송어까지!
거기에 남편은 이날 마눌이 행복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했습니다.
아! 이날 일기를 확인 안 했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이날 남편이 마눌의 생일기념 노래를 불러줬습니다.
생일축하 노래는 아니구요~
남편이 이 노래를 부르면 마눌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Biene Maja 비네 마야 (벌꿀마야)”라는 곡인디..
네 맞습니다. 만화영화 주제곡입니다.^^;
-eine kleine schlaue biene maja 아이네 클라이네 슐라우에 비네 마야~
작고 똑똑한 한 마리의 벌꿀 마야~(대체로 직역을 하면..^^)
노래를 잘하지도 못하지만, 마눌이 시킬때 본인의 기분이 내키면 불러줍니다.
이날은 마눌의 생일인지라 거절을 못하고 마눌이 “비네마야~”을 할 때마다 계속해서 불러줬답니다. (저희가 아직 철이 안 들어서인지 중년부부인데도, 아직도 만화 영화 주제곡을..^^;)
이런 날은 제가 남편을 잘 만났다는 걸 실감한답니다.(뭐래? 남편 자랑질?)
마눌이 행복했던 마눌의 생일(지금은 1월)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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