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실습 다니던 요양원에 정식 직원이 됐습니다.
취직을 해서 출근하는 거지만, 그래도 지난 2년 동안 계속 보면서 정이 든 사람들이라,
따로 적응하고 사귈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정식으로 출근하는 첫날은 반갑다고 얼싸안고 인사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취직 미정이라 다시 못 볼 줄 알았었는데 다시 보니 반갑다고 인사를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정직원이 되니까 좋은 건 역시 제 사물함이 생긴 거죠.
(물론 제일 좋은 건 이제 일한 만큼 월급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거지만 말이죠.^^)
실습생 일 때는 여럿이 함께 그저 옷을 거는 행거에 사복, 유니폼을 함께 걸어놨었는데..
직원이 되니 두 칸짜리 캐비닛에 유니폼과 사복을 따로 걸어놓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꼭 방 2칸짜리 집을 얻은 거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없겠지만..
살짝 우리 요양원 유니폼을 보여드립니다.
꽉 끼는 것보다는 헐렁한 것이 좋아서 조금 큰 사이즈를 입습니다.
유니폼은 개인이 가지고 다니면서 빨지 않아도 됩니다.
유니폼은 “위생”을 이유로, 요양원 밖으로 반출이 불가능 합니다.
어르신들 간호하면서 혹시나 옷에 묻었을지도 모르는 오물에 세균이 버글거리거든요.
침, 소변, 대변, 재채기 등등. 모든 것에는 세균, 바이러스들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기 싸움”을 하는 중입니다.
왜? 누구와 기싸움을 하느냐고요?
몇몇의 직원들, 그리고 요양원에 사시는 어르신들이죠.
요양원에서 도움을 받으시는 분들이라고 해서 다들 “감사”를 하시지는 않습니다.
소리도 지르시고, 욕도 하시고, 만만한 직원이면 모욕도 하시고, 거절도 하시죠.
그러니 어떤 식으로는 절대 “만만하게”보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죠.
제가 처음 요양원에 왔을 때 많이 당했던 일들입니다.
어르신의 방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실습생인 나를 방에 잡아놓고는 당신의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저기 창가에 있는 꽃 화분은 바닥에 내려놓고, 미네랄워터는 가서 3병 가지고 오고,
주스랑 물을 반씩 병에다가 붓고..”
한 번 그 방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뭘 시키시는지라 30분씩 잡혀있었죠.
만만한 실습생이니 직원들한테는 “감히”시키시지 못하는 일들을 시킵니다.
이런 현실을 직원들도 아는지라, 실습생이 오면 제일 먼저 시키는 단속이기도 합니다.
“XX부인, 저는 이방에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잔심부름을 하러 온 것이 아니거든요.”
이렇게 말해도(만만한 실습생이니) 어르신들은 끊임없이 눈치를 봐가면서 시키시죠.
그런 일도 있습니다.
식사를 안 하시려는 어르신들은 식사를 먹여드려야 하는데, 어르신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식사를 하십니다. 실습생이 먹여드리려고 하면 한마디로 딱 자르시죠. “안 먹어.”
이러면 새로 온 실습생들은 더 이상 시도를 못하고 한마디 합니다.
“안 드신데요.”
그럼 직원이 바로 어르신 앞에 앉아서 한마디 합니다.
“어르신, 반만 드세요. 그럼 식사 끝내신 후에 바로 방에 모시고 갈게요.”
대부분의 직원 앞에서는 어르신들의 기가 꺾입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걸 아시면 포기를 하시고, 직원이 하라는 대로 하시죠.
제가 근무하는 병동의 모든 어르신들이 제가 지난 2년 동안 실습생 이였던 걸 다들 아시고,
지금은 직업교육을 마친 “요양보호사”라는 것도 알고 계시지만, 2년 동안 근무했다고 해서 모든 요양원 어르신들이랑 다 친한 것은 아닌지라 몇 몇 분들과는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실습생 동안은 항상 “지니”라고 절 불러주시던 어르신이 얼마 전에는..
“Schwester 슈베스터(간호사) 지니” 하셔서 제가 조금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직업교육이 끝난 것을 아시고는, 저를 한 사람의 “요양보호사”로 인정 해 주신 거죠.
항상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만만한 “실습생”으로만 생각 하실 줄 알았었는데..
직업교육을 마친 한 사람의 “전문인”으로 인정 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하지만 모든 분들이 다 저를 믿어 주시는 것도 아니고, 저를 전문인으로 생각 해 주시는 것도 아니어서, 제가 조금 더 당당하게 그분들을 대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친절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저를 만만히 보시는 분들과 기싸움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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